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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 작가 Sep 01. 2023

뿡뿡 러너여도 괜찮을까요?

방귀뀐 놈이 성내지 않고 도망가기

저는 일년에 300일정도를 뜁니다. 기상상태가 안좋은 혹한.혹한,강풍,강우만 안니면 아침 6~7시에 길을 나서지요. 전날 과음한 날도 예외로 두지 않는데요. 해장에는 조깅이 참 좋습니다. 슬슬 뛰어 어제 먹은 칼로리를 태우는거죠 .다만 속이 좀  안좋을 때가 있는게 문제 랍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발생한달까요.


식단조절중인 사람이  고칼로리 안주와  술을 마셨으니 속이 편할리 없습니다. 밤사이 쉬지않고 일했을 간과 소장.대장이 제자리로 돌아가려 애쓰는게 눈에 선합니다. 그것들이 신호음을 냅니다. 지금  과도하게 일하고 있노라고...


한바퀴 뛰고 이제 몸이 좀 풀릴 때였습니다. 부글거리는 속과 꾸르륵소리를 냐는 장기가 이제는 더이상 제어되지않습니다..뿌웅~방귀를 조심스레 배출하려했는데  뽝!하고 큰소리가 나버렸습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뀌었는데 제 귀에도 분명히 들렸어요.


아뿔싸.


제 바로 뒤로 걷는 분들이 있었군요. 거리로 보아 눈치로 보아 그 분들도 내 속사정 담긴 방귀소리를 들으셨나봅니다.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도망칠 곳이 있다면 어서 뛰어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과민한 장트러블...

배출해야 낫는 이 상황을 어쩐답니까? 인적드문 곳을 피해 움직이다 괄약근의 긴장감을 풀었더니 누군가를 피하려다 되려 피해를 입히고 만 경우입니다. 어색한 순간 눈길이 마주칠까 두려워 그냥 냅다 달리고 맙니다. 


남편이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돕니다. 남편과 운동을 자주 같이하진 않는데, 산행은 함께합니다. 그의 귀에 앞서 가던 아주머니의 방구소리가 들렸나봅니다. 산모퉁이를 지나, 그녀가 안들리는 거리로 떨어진걸 확인하자 그가 성토합니다.

"여자들은 밖에 나오면 장이 꼬인게 풀리나? 유독방귀를 뀌어. 극혐이야"


아뿔사. 댁네 같이 사는 아줌마도 얼마전 뛰다 방귀를 쐈는데  나 들으라는 소리인가요?

바깥 운동을 하다가 생길 수 있는 일이지만, 아직도 누군가를 의식하는 도시민의 고충이라고 하기에는 제가 너무 예의 없을까요? 매너를 모르고 산 건 아닌데 저도 모르게 그만 실례를 하고 말았네요. 달리기를 하면 몸의 장기가 출렁댑니다. 정렬된 장기는 이제 제자리를 찾았다는 신호로 가스를 배출하려하죠. 뛰는 동안 다른 근육을 사용하느라 괄약근의 긴장감이 풀릴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러다 생긴 에피소드를 공개합니다. 자 우리 그렇게 합시다. 속이 불편할 때 그냥 시원하게 한방 지릅시다. 운동하다보면 생길 수 있는 일이고, 나의 의도치 않은 행동이 당신을 겨냥함이 아니었음을 표현합시다. 살짝 웃음 띤 얼굴로 사과의 표시를 해주세요. 웁스~를 붙이면 더 좋겠습니다.. 그러면 상대방이 속 시원해졌겠구랴, 웁스라 대답할지도 모르겠어요. 아니요. 그냥 모른척하고 가주세요. 아직은 너무 부끄러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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