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랭스턴휴 Mar 23. 2022

일기-03

Wanderlust.04

미국 포틀랜드 오레건 2010년 즈음...


두 사람은 걷고 있었다. 때는 죽은것들이 모두 꿈틀꿈틀 피어오르는 봄이었다. 아니 초봄은 어느 겨울보다도 죽은것들로 고요한 때이다. 여느 연애 직전의 관계와 같이 두 남녀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걷고 있었다. 동물 울음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가, 오레건주에서 만드는유명한 와인이야기를 했던가, 아니면 채식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가, 단편적이고 짦막한 이야기들의 연속이었지만, 웃는 얼굴과 무표정 치밀한 계산과 느슨함이 공기속에 뒤섞여 있었다. 그는 그녀의 코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숨에서 어떤 채취가 묻어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한국어와 영어의 동물 울음소리 표현방식이 다르다 ("야옹야옹" 과 "meow~")는 얘기로 자지러지게 웃다가, 프랑스의 기후와 비슷해서 와인에 알맞은 품종의 포도가 생산된다든가(하지만 오레건은 1년에 300일이 비가 오는 음울한 날씨다...프랑스보단 독일이 더 비슷하지 않겠는가) 하는 얘기를 했지만 그녀도 사실은 이부분에 대해서 잘 모르는게 아닌가 싶다. 그녀는 오레건 태생이 아닌 콜로라도 태생이었다. 또는, 그녀가 왜 채식주의로 돌아섰는지에 관해 얘기했다 그는 그런것에 관해 전혀 몰랐었기때문에 그녀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들었다. 아니다. 정확히 말해 그의 머릿속 반은 그녀를 어떻게 침대로 이끌것인지, 나머지 반의 반은 그녀의 숨의 채취에 그리고 마지막 반은 그녀의 이야기에 분배되어있었다. 


그녀는 전형적인 중부 시골마을 백인으로 성장했지만, 그녀 자신은 그렇게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그녀는 10살때 어렸을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소가 척살당하는 것을 보고, 채식주의자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앞에서 고기를 맘껏 먹었으니, 그녀는 과격한 채식주의자는 아니라고 해야겠다. 아니면 그것은 그녀의 배려였는가? 그녀는 그녀안의 역겨움을 억지로 참아냈던건가? 그녀가 18살되던해에 그녀는 마리화나와 관련된 사건에 연루되어 경찰서 유치장에 갇혔다. 종교적이었던 그녀의 부모님은 그일로 많은 심적인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그렇게 하도록 이끈것은 또 누구란 말인가? 구체적으로 그녀가 무슨일을 저질렀을까? 그는 그녀에게 이러한 궁금증을 묻지 않았다. 모순되게도 그녀의 현재직업은 대학강사이고, 그는 그녀의 학생이었다. 애시당초 모순이란 무슨뜻인가, 어차피 세상 모든것들, 모든 사람들이 모순이다. 모순됨을 경멸하는 사람들은 그 자신의 모순됨을 보지못하는 속물이나 다름없다. 그는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성스러운 인간, 자유로운 인간 하지만 또 지긋지긋한 인간들, 정의로움을 부르짖는 모순에 찬 인간들, 피에 젖은 수많은 소, 갇힌 현실도피자의 울부짖음, 하지만 결국 그 지긋지긋한 인간들중 한명일 뿐인 그와 그녀. 그의 머릿속은 여전히 그녀를 어떻게 침대로 이끌것인지에 대한 생각으로 반이상이 꽉차있었다. 위로하겠지,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아니면 기쁨에 젖어 웃을까?, 그다음? 밤. 침대. 다음날. 또다시 죽은것들이 모두 꿈틀꿈틀 피어오르는 봄이었다. 아니 초봄은 어느 겨울보다도 죽은것들로 고요한 때이다.



작가의 이전글 일기-0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