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아가 치미는 날, 고래를 놓아주기로 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부아가 치미는 날이었다
고집세고 말이 겁나 많은 아들과 이야기하다
정말 청소기를 던지고 싶을 만큼 속이 뒤집혔다.
지금까지 아들은 딸과는 달리, 별 큰 어려움 없이 잘 따라와 준 아이였다.
먼 타국에서 지치고 외로워 도망가고 싶을 때,
너무나 다정하고 따듯한 아들이 있었기에 나는 버틸 수 있었다.
그런 아들에게 나는 오늘 선전 포고를 했다.
"너랑 이제 친구 안 하련다."
늘 그렇듯 시작은 별것 아니었다.
항상 그렇듯, 아들과 부딪히는 일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작은 서운함이 어느새 고래만큼 커져버린다.
아들은 이번 학기에 학교 오피스 데스크에 지원했다.
몸을 쓰는 일과는 달리, 학생들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자리였다.
인터뷰도 보고, 에세이도 써야 했고,
마침내 합격했다며 무척 기뻐했다
사실 나는 그 결과가 전혀 놀랍지 않았다.
고등학교 4년 내내 아들은 미국 전역을 지원하는 청소년 핫라인에서
전화를 받고 상담하며,
위험한 상황에서는 경찰과 연결하는 일을 해왔다.
그런 아들이니 합격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이번엔 다른 경험을 해보길 바랬다.
항상 말과 글로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해 왔으니,
이번에는 몸으로 부딪히는 아르바이트를 하길 원했다.
그래야 힘든 사람들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세상의 무게도 몸으로 느껴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졸업 전에 꼭 그런 경험도 해봐야 돼."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다.
학교 안 스타벅스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오피스 데스크에서 연락이 오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스타벅스를 그만두고 그곳으로 옮겼다.
그의 마음은 이해됐다.
하지만 나는 다시 다짐을 받았다,
"대학 4년 동안 짧게라도 서서 일해봐,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도 해봐야 돼."
아들은 또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다.
. 그렇게 서로 티격태격,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며 정리를 해나가던 중,
이번엔 비행기 날짜 문제로 불이 붙었다.
25일에 들어가도 충분한 상황이었지만,
아들은 교육 일정 때문에 8월 17일에 꼭 도착해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다.
나는 하루쯤 늦어도 괜찮다고 했지만,
아들은 단호했다.
"규칙을 어기는 건 절대 있을 수 없어."
"하루쯤 늦게 교육 들어가도 괜찮아."
내가 아무리 설득하고, 설명을 거듭해도
아들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일요일엔 기숙사가 문 안 연다며?
그럼 넌 어디서 자고, 언제 들어갈 건데?"
삼천마디를 말해야 겨우 통하는 아들과,
천마디도 버거운 엄마 사이에
드디어 불꽃이 튀었다.
내 말 천 마디가 다 소진되어 갈 무렵,
나의 인내심은 마침내 한계에 다다랐다.
"그럼 차라리 Chat GPT에 물어봐! 뭐가 나은지!"
아들은 단호했다.
"안 물어볼 거야."
"왜 안 물어보는데?"
"그건 데이터 베이스로만 답하잖아.
학교에 직접 이메일 써서 물어봐야지."
그 순간, 나는 속으로 외쳤다
"아이구, 답답아....
그렇게까지 정식대로 살아서 뭐가 남는다고!
아이고 속 터져...!"
아들은 그런 내가 얌체처럼 보이는지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아니야, 그건 아니라고..."
나는 '아무도 몰라줄 텐데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고,
아들은 '엄마는 왜 이렇게 요령을 피우려 하느냐'라고 느끼는 듯했다
고등학교 4년 내내
'선생님이 하는 말이 언제나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아들은 무조건 선생님 말이라면, 규칙이라면
일단은 따르고 보는 아이였다.
가끔은 'NO"하고 해도 되는 순간에도,
단 한 번도 요령을 피운 적이 없었다.
그래서 키우면서 걱정은 덜했지만
그만큼 속이 터지는 날도 일주일에 한 번은 기본이었다.
지금도 내 속은 속이 아니다.
"일요일에 기숙사 문을 안 연다며?
그럼 어디서 잘 건데?"
"호텔에 있다가 학교로 가면 되잖아"
아들의 말에 나는 속으로 또 외쳤다.
'그게 말이 되냐고! 멍청한 거 아니냐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속이 터지다 못해 부아가 하늘을 찔렀다.
그래도 꾹 참고, 설명하고 또 설명하다가,
마침내 내 천 마디가 꽉 차버리자
조용히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리고 남편에게 오늘 일을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뭐가 어려워? 비행기표 해주지 마.
아니면 내가 학교에 이메일 보낼까?"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입을 정말 콱 꿰매고 싶은 날이다.
중학교에 들어간 이후로
나는 단 한 번도 학교에 이메일을 보낸 적이 없다.
그건 아들의 몫이었고,
아이들이 자기 일을 스스로 하게 하는 것이
진짜 교육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배워야, 나중에 커서 덜 힘들거라 생각했기에
끝까지 지켜봤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남편이 너무 쉽게 해결책을 말할 때면
나도 모르게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한다.
다른 날 같았으면 벌써 구라쟁이랑 한바탕 했겠지만,
오늘은 그럴 기운조차 없다.
이미 천 마디를 다 써버린 나는,
배터리 방전된 자동차처럼
멍하니 방 안에 앉아 있다.
'그래, 나 할 만큼 했다.
뭐 어쩌겠나... 그것도 인생인걸.'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아이들이 커가면서 결국 또 YES맘이 되어
'그래. 그래.....' 하며
아들을 보내게 되겠지
정말 인생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
또 한 번 깨닫는 하루다
그래도 분통이 나서
속으로만 외쳐본다.
'그래, 아들. 가서 실컷 고생해라.
이번엔 엄마가 네 편 안 들어주련다
그래도 돌아올 땐
그 무게를 어떻게 버텼는지,
그 얼굴이 궁금하다.'
'이젠 고래랑 진짜 친구 안 하련다.'
하고 눈으로 문을 향해
슬며시 홀기며
하루를 마감하고 싶은 날이다.
다음 주엔,
그 고래 같은 삼천마디 아들과
다시 친구가 됐는지,
아니면 진짜 결별 선언을 했는지-
그 결말이 공개됩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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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작 도움: ChatGPT (AI 이미지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