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좁은 엄마와 눈치구단아들의 하루. 커피도 싫고, 오늘은 전부 다 싫다
지난주엔 고래랑 친구 안 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엔 밴댕이의 심술이 스파게티로 풀립니다.
어제 아들과 대학 기숙사 들어가는 비행기 날짜를 두고
서로 의견차가 나면서 한바탕 했다.
물론 결론은 항상 그렇듯- 나는 졌다,...
아들이 원하는 대로 해줬지만,
마음은 아직도 뿔이 잔뜩 올라와 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대신 나도 최소 며칠은 너랑 말 안 할 거야.'
마치 말없는 평화 시위를 하듯,
아침부터 방에 틀어박혀 나가지 않았다.
한 열 시쯤 되었을까.
배는 고팠지만, 아들의 뒤통수도 보기 싫어
부딪힐까 봐 꾹 참고 있었다.
그때, 방문 너머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커피 마실래? 내가 해줄까?"
"안 마셔."
나는 반사적으로 말했다.
아직 감정이 남아있는 나는,
아들이 건네는 커피는 마시고 싶지 않았다.
왜냐고?
나는 속 좁은 밴댕이 엄마니까...
한참을 메일을 확인하고 컴퓨터를 만지다가
배고픔에 밀려 슬며시 방을 나와
얼른 커피랑 빵을 챙겨
아들과 마주치지 않으려 잰걸음으로 도망치듯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얼른 문을 닫고 음악을 틀었다.
혼자만의 방에서,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나 혼자 놀기 시작했다.
어느새 한 시가 훌쩍 넘었을 무렵,
갑자기 아들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놀란 나는 눈이 커진 채 아들을 바라봤다.
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건넸다.
"엄마, 밥 뭐 먹을 꺼야?"
"안 먹어. 배 안 고파."
"지금 몇 시인데 안 먹어? 빨리 말해."
내가 여전히 대꾸하지 않자
이번엔 아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기 시작했다.
"뭐 먹고 싶냐고? 치킨 샌드위치?
아니면 김치 볶음밥 해줄까?"
여전히 심통이 가시지 않은 나는
고개를 홱 돌리며 짧게 대꾸했다.
"안 먹어"
그러자 아들이 한층 목소리를 높였다.
"빨리 말해. 뭐 먹고 싶은지! 내가 만들어 줄 테니까!"
그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는 걸.
잘못하다간 오늘 또 최소 이천 마디 잔소리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밥은 꼭 먹어야 된다느니, 건강이 어떻다느니...'
그러고 싶지 않았던 나는,
집에 토마토가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고개를 살짝 숙이고 눈을 내리 깔며 말을 툭 내뱉었다.
"그럼 스파게티 먹을게. 근데 집에 토마토 없어"
"내가 가서 사 올게."
아들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걸 보고 있자니, 한편으론 마음이 든든하고 대견했다.
나같이 속좁은 밴댕이에게서 저런 바다같은 마음의 아들이 나왔다니-
그래, 밴댕이치곤 괜찮은 성과다.
순간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그건 그거고, 지금은 괜히 심술이 더 나오는 나다.
속으로'는 하든지 말든지....' 하며 생각했지만,
이미 내 마음은 풍선처럼 심통이 팽팽히 부풀어 있었다.
며칠이 갈지도 모를 내 심술을,
아들은 마치 지진계처럼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듯했다..
한참 부엌에서 '뚝딱뚝딱' 소리가 들리더니
약이랑 물,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파게티가
쟁반에 담겨 내 방으로 들어왔다.
"다 먹으면 불러 '"
사실 나는 스파게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심술이 나니 판단을 제대로 못 한 거다.
'이걸 어떡하지...' 하며 깨작깨작 먹고 있는데,
이번에도 아들이 문을 벌컥 열고 다시 들어왔다.
"엄마 빨리 먹어!. 이제 안 먹으면 노트북 치운다.
다 먹으면 돌려줄게!"
하는 짓이 꼭,
아들이 어릴 적 내가 했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아들에게
내가 뭔 말을 더 할 수 있으랴!
결국 조용히 포크를 들어,
스파게티를 입에 넣을 수밖에...
아들한테 심술 한번 부려보려다,
결국은 내가 먹기 싫은 스파게티 앞에서
난 자금 씨름 중이다.
'어쩌겠나, 이것도 속 좁은 나의 선택인걸...
그때 마음을 조금만 넓게 썼더라면,
아들이 먼저 다가왔을 때, 솔직하게 말했으면
훨씬 나았을 텐데.'
후회, 막심이다.
누굴 탓하랴.
결국은 내 마음, 내 그릇인걸,,,,
그래, 결국은 속 좁은 내 탓이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일단 방에서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에라 모르겠다; 하며 문을 여는 순간,
아들이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헤헤 ~ 엄마!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그래, 못 이긴 척 넘어가야
손해를 덜 보겠지'
그리고는 다시 아들 손을 슬쩍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속 좁은 엄마의 치사한 오후였다.
오늘도 나는,
속 좁은 밴댕이 엄마다!
이미지 제작 도움: ChatGPT (AI 이미지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