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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댕이, 꿈 한 번 크게 가지다!

밴댕이, 오늘은 대서양까지 으샤으샤 헤엄친다.!

by 감차즈맘 서이윤

멀리서 들려온 시아버님 한마디에,

밴댕이는 오늘도 또 울컥했다.


갑자기 저녁을 먹던 중,

구라쟁이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한국에 계신 아버님이다.


'구라쟁이 장모 속 터지게 만든 날'을 읽고,

이번엔 시아버님 속이 터지셨나 보다.


아버님과 방 안에서 전화통화를 하더니

구라쟁이 얼굴이 벌개진 채로 나왔다.


"뭔일 났어? 무슨일이야?"


"나 아버지한테 엄청 혼났어!"


"왜?"


"내가 그렇게 가르쳤냐고 하면서 막 뭐라고 하시더라고...

사돈 어른 얼굴을 어떻게 보냐고 하면서

한 소리가 아니라 열 소리도 넘게 들었어."


삼천마디 아들도 손이 작냐고 물어보시길래

"엄마 닮아 손 커요." 했더니,

그나마 다행이라며 웃으셨단다.


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버님이 내 글을 읽고 이렇게 반응해주시다니,

이 상황이 웃기면서도 웬지 뭉클했다.


"또 뭐라셔? 건강 괜찮으시대?"

내가 묻자, 구라쟁이가 쓱 웃으며 말했다.


"뭐... 당신 열심히 쓰게 하라고 하지 뭐.

계속 쓰게 하라고 ...

그리고 밴댕이 말 잘들으라고 하시지 뭐."


입이 뉴욕 핫도그처럼 쭉 나왔다.

입이 대발이처럼 나온 구라쟁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 '앗싸!'

나도 모르게 외쳤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아버님이 내 글을 빠짐없이 읽어주신다


친구도, 지인도,

하물며 내 엄마 아빠도 안 읽는 글을

시아버님께서 매번 읽어주신다.


그리고 매 글마다

"며느리 불편할까 봐 ..." 하시며

남편에게 전화를 하신다.


"잘한다고, 계속 쓰라고."

응원해주시는 그 한마디가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다.


그걸 보며 나는 늘 확신한다.

구라쟁이의 배려는 분명,

아버님에게서 배운거다.


그래서 요즘 나는 참, 행복하다.


어릴적에는 아빠가 나의 응원이자 힘이었는데

요즘은 시아버님이 나에겐 든든한 응원이자 힘이 된다.


응원에 힘입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 올라가며

구라쟁이에게 한마디 던졌다.


"이제 잘못하면 글로 써서 아버님께 꼬질거야..

그러니까 잘해. 당신한테 검열 안 받아"


나도 모르게 엄포를 놓는데,

갑자기 기분이 너무 짜릿해지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밴댕이, 시아버님 말 한마디에

태평양과 대서양을 넘나드는 기분이다.


그래도 나를 받아주는 구라쟁이 덕에

나는 밴댕이 속을 지키며 살고 있다.


아니,

아직도 다 자라지 못한 어른인지도 모른다.


분명 결혼 초엔

구라쟁이나 나나 똑같이 밴댕이였을텐데,

밴댕이 같던 구라쟁이가

이젠 태평양 바다같은 사람이 되어

오늘도 나를 품어준다.


그래서, 참 고맙다.


요즘 나는 종종 꿈을 꾼다.

언젠가 내 글이 한권의 책이 되어

아버님 손을 꼭잡고

함께 서점으로 향하고 싶다.


내 속이 좁다고, 꿈까지 작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밴댕이라 할지라도

저 넓은 태평양처럼 크게 꿈조차 그릴수 없다면

그게 더 서러운 일이지 않은가.


아버님, 고맙습니다.

좋은 아들을 주시고,

제 글을 읽어주시며 늘 응원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덕분에 오늘도

한층 더 고마워지는 하루다.


오늘도 밴댕이는 시아버님 덕에.

태평양 한가운데서 헤헤 웃으며 헤엄친다.



이미지 제작 도움: ChatGPT (AI 이미지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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