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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강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낙찰 사례는?

by 잰걸음

Wife asks...

부동산 경매 강의를 처음 하라고 했을 때는 남편도 어색해했는데

막상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 보람 있을 수밖에.

그래서 수강생들의 낙찰이 되고 명도가 완료되면 남편도, 나도 하루 종일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


우리 수강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낙찰 사례가 어떤 거야?



Husband says...

사실 수강생 하나하나 스토리가 달라서 하나를 꼽기는 어려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두 개야.


우선 아이 셋을 가진 워킹맘 A님인데 본격적으로 자립을 해보고자 오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지. 사실 집 안에 반대도 있었을 텐데 정말 용감하지. 새로 도전하는 일도 기존에 해왔던 것과 전혀 다른 분야인데도 정말 똑순이처럼 열심히 하더라고. 그 와중에 에어비앤비나 단기임대도 하고 경매도 열심히 배우니 얼마나 대단해. 오프라인 모임도 했는데 남편분도 같이 오셔서 강의도 같이 듣고 임장 체험도 같이 하고 했어. 언젠가는 남편분도 같이 부동산 투자나 숙박업 운영 열심히 하실 것 같은ㅎㅎ


암튼 이 분이 몇 번의 시도 끝에 서울 은평구의 작은 아파트를 낙찰받았지. 낙찰받자마자 낙랑한 목소리로 '저 됐어요!'라고 하는데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더라고. 문제는 낙찰 이후의 과정을 밟는데 이번 명도 케이스는 거의 난이도가 중상급이었어. 왜냐하면 협상을 했을 때 협상이 잘 되면 레벨이 낮아지고 협상이 잘 안 되면 이제 높아지는데 대부분 협상이 잘 안 되는 케이스는 진짜로 갈 곳이 없는 분들이나 아니면 너무 경매를 잘 아는 분들이나 아니면 아예 경매를 모르는 분들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이번 케이스 같은 경우는 진짜로 집도 절도 없고 가실 데도 없고 돈도 없고 하신 분이었어. 그래서 거의 막무가내로 버티기로 나가시는 할아버지이신데 어 심지어 나한테 협박까지 하셨지. 자기 오늘 여기서 죽을 거라고...


이렇게 나오니까 A님이 진짜 놀라셨지. 원래 이런 거냐며ㅋ

사실 협상이라는 게 한 끗발이라서 내가 전담하고 A님께는 나중에 자세히 얘기했어.


그래서 일단 상황을 보니 진짜로 가실 데가 없는 분인 거야. 그만큼 절실하다는 거를 알았기 때문에 동사무소 쪽이랑 민간단체를 엮어서 협의체 같은 거를 제안을 했고 다행히 이게 얘기가 잘 되었어. 일단 우리 쪽에서는 시간을 얼마 길게 줄 수가 없다고 압력을 넣으면서 빠르게 진행했지. 그 협의체가 그래서 민간단체에서 도와주고 그리고 동사무소에서도 원래는 이런 민간 주택 같은 경우 줄을 서서 선착순으로 들어가게 돼 있는데 이번 케이스는 특별히 신경을 써주셔서 이분이 명도 이후에 그 보금자리 주택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어.


대신, 좀 기다려야 해서 이 할아버지께서 갈 곳이 없었지. 그래서 우리가 조건을 걸었어. 들어가기 전에 있어도 되지만 월세는 내셔야 한다. 그래서 보통은 명도비를 주면서 좋게 좋게 끝내는데 이 분은 오히려 우리가 명도비를 받아가면서 잘 끝낸 특이한 케이스야. 기간이 끝나기 전에 그것조차도 아까우셨는지 중간에 문제를 만드시려고 하시길래 공무원을 통해서 중재를 했고 결과적으로는 약속된 날짜에 낙찰받은 물건에 어떠한 손상도 없이 잘 끝냈지.


그리고 두 번째 사례도 약간 비슷하긴 한데 조금 달라.


협상 차 연락을 해보니 부부인데 두 분 다 맞벌이를 하면서 그동안 경매로 넘어갈 때까지 빚을 갚고 계신 분 들 이어서 국가에서 봤을 때는 이분들은 그 할아버지처럼 지원 대상은 아닌 거지. 어쨌든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아서 어떤 식으로든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니 조금씩 믿음을 가지기 시작하셨어. 내가 아는 선에서 해결책을 모색해려주려 했는데 결국에는 개인 부담으로 거주지 마련을 해서 나가셨지. 그럼에도 불구하게 내가 노력한 것을 아시기에 나가실 때는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까지 해주시더라고.


사실상 우리가 명도 하는 입장에서 일종의 악역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선의를 갖고 우리가 아는 선까지는 최대한 도와드리면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좋게 끝낼 수가 있더라고.


수강생들도 경매 경험을 통해서 많이 배우셨겠지만

덕분에 나도 더 다양한 케이스를 접하게 돼서 감사하지.



Wife thinks...

경매라는 게 정말 일반 매매와는 참 여러모로 다르다.

어쩔 수 없이 타인의 삶에 잠시라도 들어가게 되는...

진한 인생 경험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근데 난 남편처럼 협상하는 거 자신은 없어서 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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