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e asks...
우리가 고시원을 해보니 힘든 부분도 있지만 분명 장점이 너무 컸다.
그래서 남편에게 고시원 강의를 빨리 하자고 종용했고
다행히 강의 시작한 지 1달도 안돼서 성과가 바로 나왔다.
퇴직한 부부를 고시원 원장으로 만들어드리니 어땠어?
Husband says...
'썩고 (썩은 고시원)'이라는 콘셉트로 강의를 시작했는데 원래 목적은 나처럼 초기 자본금이 없었던 사람들이 좀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려는 거였어. 프리미엄 고시원들도 장점이 있지만 어쨌든 새롭게 시작하는 원장들에게는 투자금 관점에서 부담이 될 수 있잖아.
그래서 시작했는데 사실 썩고든 프리미엄이든 고시원 매수나 운영 자체는 크게 다르지는 않아. 그래서 일단 물건은 가리지 않고 심지어 모텔까지도 다 수강생들에게 전달했어. 그래서 괜찮은 물건이 나오면 같이 임장도 가서 봐드리고 했지.
그러다가 안산에 물건이 하나 떴는데 내가 봐도 많이 괜찮은거야. 내가 탐날 정도로ㅋㅋ 그래서 바로 다음 날 임장 가보겠다고 하는데 네가 나한테 수강생들한테도 빨리 알려주라고 했지. 시간이 촉박해서 바쁘시겠거니 했는데 우리 수강생 중 한 분이 손을 드시더라고. 사실 정확히는 두 분이지. 우리는 '부부가 함께 하는 재테크'를 추구해서 한 분이라도 결제하면 배우자도 초대했으니까. 아내분이 먼저 경매 강의를 들으시다가 고시원으로 넘어오셨는데 남편도 강의 때 매번 오셨어.
남편분은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신 임원 출신이셨고 곧 퇴직을 앞두고 계셨어. 퇴직 후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위해 준비 차 우리 강의를 들으신 거지. 그래서 이 분은 사실 자본금은 좀 있으셨어. 이 안산 고시원은 방이 80개에 육박해서 사실 초기 자본금은 적지 않았지만 어쨌든 고시원은 수익률이 중요하기 때문에 20-30%이 나오는지가 관건인데 수익표 돌리니까 정말 괜찮은 물건이더라고. 심지어 나랑 같이 일하는 중개인도 나한테 '이거 대표님이 하시지 왜 남한테 양보하시냐'라고 할 정도로ㅋㅋ
어쨌든 임장을 같이 갔는데 실물도 괜찮더라고. 같은 날 우리처럼 임장하러 온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그 부부에게 결단을 빨리 내리셔야 한다고 했지. 그래서 결국 우리 찜했어.
문제는 그 다음부터인데, 워낙 이 부부가 고시원 시장은 처음이다 보니까 납득이 안 되는 포인트들이 많았던 거지. 여기도 관행이라는 것이 있는데 일반 회사 생활 오래 하신 분들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게 많았겠지. 그래서 솔직히 좀 요구사항이 많으셨어. 나야 수강생이니까 최대한 그들의 입장을 이해해 주고 도와주려고 하지만 나 역시 고시원 원장이기에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기에는 중개인, 현 원장에게도 실례인 것들이 많았어. 여기는 어쨌든 매도자가 갑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재다가 보면 굳이 까다롭게 구는 매수자를 상대할 필요가 없거든.
그래서 최종 잔금 치르는 날까지 협상이 거의 파토 나기 직전까지도 가고 아주 난리였지. 마지막 잔금날에 관련된 사람들 8-9명이서 함께 한 자리에서도 줄다리기 협상이 계속되었어. 그래서 잠깐 브레이크 타임을 갖고 수강생 부부를 설득했지. 어쨌든 난 둘 다 이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양쪽 다 체면 구기지 않고 원만하게 끝낼 수 있도록 머리를 굴리니까 남편분도 오케이 하시고 현 원장님도 결국 받아들이셨어.
와... 첫 고시원 수강생 원장 만들기 제대로 찐한 경험을 했다ㅋㅋ
그렇게 물건이 넘어와서 들어가서 보니 전 원장님이 ITO쪽으로 거의 한 80% 수준으로 무인화를 다 시켜놓으셨더라고. 그래서 우리 수강생 부부도 만족스럽게 받아들이셨지. 그래도 처음 운영하시니까 초반에는 너무 바쁘셨지만 나중에는 앞으로 10년 이상 하고 싶다고, 마음에 드신다고 하시더라고.
그래도 소개 잘해드렸네 싶더라.
Wife thinks...
경매든, 고시원이든 우리가 봐도 너무 매력적인 물건들이 있다.
사람이니까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우리를 믿고 오신 분들이시기에 제일 좋은 걸 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게다가 퇴직을 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시는데
우리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만큼 큰 기쁨이 있을까.
"나는 즐겁게 주고 풍성히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