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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당해 사던 주식에서, 납득하고 사는 주식으로

써보기 전엔 몰랐다. 왜 다들 GPT에게 묻는지

by Beca

최근 GPT를 사용해 본 것 중에서 생각보다 도움이 됐던 영역이 주식 투자였어요.
이런 이야기는 조심스럽지만,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AI를 투자에 활용하는 것에 회의적이었어요. AI 기반 트레이딩 시스템이 많다지만, 정말 압도적으로 성공적이라면 다들 그걸로만 투자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과연 인공지능을 믿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 생각이 조금 변했습니다.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짐 사이먼스처럼 수학적 모델과 알고리즘만으로 시장을 분석해 장기간 높은 수익을 만든 사례도 있잖아요. 완전히 인간의 감정 대신 기계와 데이터에 맡기는 방식이 실제로 성과를 냈다는 점이 제 생각을 흔들었던 것 같습니다. 주식이 결국 공포를 반영하는 시장이라 해도, 한편으로는 숫자와 데이터로 설명 가능한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조심스럽지만 GPT를 참고용으로 사용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적극적으로 매매 전략, 포트폴리오를 짜는 수준까지는 아니고, 보조적 참고용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누군가가 “이 종목 전망 좋다”라고 하면 바로 사는 대신 GPT에게 먼저 묻습니다.

이 기업은 어떤 사업을 하는 곳인지

왜 최근에 주가가 움직였는지

어떤 뉴스나 이벤트가 반영된 건지

상충된 뉴스가 있을 때 그 이유는 무엇인지

이런 정보는 제가 직접 검색하면 용어도 어렵고 흐름을 따라가기 힘든데, GPT는 제 수준에서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다는 점이 편했어요. 같은 정보라도 이해가 쉬우면 판단이 달라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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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사업 구조와 업(業)을 이해하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애정이 생기고, 매수할 때도 더 납득이 된 상태에서 결정을 하게 돼요. 워런 버핏이 말하는 ‘아는 사업(이해의 원)’‘경제적 해자(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떠올리게 되는데, 왜 그런 원칙을 강조했는지 조금 알 것 같았어요. 예전에는 남들이 좋다 하면 따라 샀다면, 이제는 “내가 이해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 과정이 주식 자체를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들어 줬어요. 숫자·용어로만 보이던 대상이, 실제로 어떤 제품과 고객, 현금흐름으로 돌아가는지, 내가 알던 이 사업은 실제로 이런 일을 하는구나 라는 그림이 그려지니까요.



또 한 가지 좋았던 점은, GPT는 감정이 없다는 점이에요. 코로나 시기 친구 따라 임버스 ETF를 샀다가 지금까지 묶여있는 게 있는데, 사람들에게 말하면 “그걸 왜 샀냐, 빨리 팔아라” 같은 반응이 돌아오잖아요. 그런 반응은 듣는 순간 제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 보일까봐, 방어적으로 변하기도 하고 다 이유가 있는거라고 합리화를 해버리면서 오히려 판단이 흐려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GPT에게는 그대로 말합니다.

“이 ETF를 갖고 있는데, 주변에서는 팔라고 해.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면 GPT는 “왜 팔아야 하는지” 또는 “지금 당장 팔 필요는 없는 이유”를 감정 없이 논리적으로 설명해줘요. 특히 레버리지 ETF처럼 2배·3배라는 말만 들으면 추상적인 상품을, 지수가 얼마 변하면 어떻게 움직이는지 실제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주니까 “내가 뭘 들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내가 원하는 금액 도달하는건 진짜 말이 안되는구나.. 를 깨닫기도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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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보통 어떤 주식은 물타기 하라고 하잖아요. 근데 어느정도 사야 내가 원하는 숫자로 물타기를 할수있는지 궁금할때도 있거든요. 그럴때, GPT한테 계산해 달라고하면 쭉 해주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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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그냥 남들 말 듣고 사서 “몰라서 들고 있는 상태”였다면, 지금은 GPT를 통해 투자 문해력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물론 저는 여전히 매일 장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아니고, 지금도 공부 중인 단계에 가까워요. 다만 예전처럼 “이게 뜬다더라”라는 말만 믿고 움직이지 않고, 먼저 GPT에게 맥락을 확인한 뒤 판단하게 되었다는 점이 제게는 큰 변화입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런 방식으로 계속 사용할 생각이에요.
투자의 성공 여부와 별개로, 몰라서 휘둘리는 상태에서 이해한 뒤에 결정하는 상태로 천천히 옮겨가게 해준 도구라는 점에서 GPT를 의미 있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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