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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티 슈프림 Marty Supreme

한국 개봉이 시급합니다

by becky

24년 7월, 티모시 샬라메 Timothée Chalamet 의 신작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언컷 젬스 Uncut Gems>의 조쉬 샤프디 Josh Safdie 감독 신작에 출연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A24가 역대 최고 제작비(7천만 달러/약 1천억 추산)를 투자해 제작 배급한다는 <마티 슈프림 Marty Supreme>. A24, 조쉬 샤프디, 티모시를 사랑하는 저는 즉시 혼절...

<마티 슈프림> 최초 공개 이미지

그로부터 1년 후, 25년 8월 <마티 슈프림>의 첫 트레일러가 세상에 선보였고 10월 뉴욕영화제에서 깜짝 스크리닝을 하면서(조쉬는 스크리닝 전날 새벽 2시에 편집을 마쳤다고 합니다.. 깜짝 스크리닝으로 선보일 수밖에 없었던 일정) 올시즌 강력한 오스카 컨텐더로 꼽히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크리스마스로 개봉일이 잡힌 이 영화, 아직 한국 개봉일은 미정인데요. 빠른 개봉을 기원하면서 영화소개(를 가장한 주절거림)를 해봅니다.


일단은 티모시와 감독인 조쉬 샤프디의 친분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 두 사람이 처음으로 크게 주목받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굿 타임 Good Time> 같은 시기인 2017-18시즌에 개봉했는데요. 원래 상을 받는 영화들이 겹치기 마련이지만, 인디영화이자 특히 비평가들의 좋은 평을 받았던 두 영화는 참석하는 시상식이 겹치면서 자주 만나게 됩니다. 티모시와 샤프디 모두 뉴욕 출신인 점도 있어 빠르게 친해졌던 것 같습니다. 이듬해인 2019년 샤프디 형제의 <언컷 젬스>가 크게 성공하면서 그들은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다지게 됩니다.

2017~2020년 조쉬와 티모시의 인스타그램에 박제된 서로의 모습. 조쉬의 인스타는 현재 닫힌 상태

좋아하는 감독이 있으면 애정공세를 멈추지 않는 티모시 군. <언컷 젬스>의 샤프디 형제에게도 끊임없이 존경심을 표했는데요. 2019년 샤프디 형제가 뉴욕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꼽힌 Variety 특집호에서 그들에 대한 에세이를 쓰는가 하면, 2020년 NBR (National Board of Review) 시상식에서 극본상을 받는 자리에서도 공들여 쓴 헌정사를 낭독하며 그들을 직접 소개했습니다.

'조쉬와 베니 듀오는 마틴 스콜세지와 스파이크 리 같은 거장들이 만들어 낸, 거칠고 시끌벅적한 도심 속 영화들의 틀을 바탕으로 본인들의 스타일을 만들어 냈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10년 동안 끊임없이 현대적이고 날것 그대로인 자유로운 작품들을 선보였고, 각 영화는 이전 작품들의 특징을 계승하면서 그들 고유의 투박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 2019년 10월, Variety
<굿 타임>이 테킬라 한 잔과 같다면, <언컷 젬스>는 코카인과 머시룸에 알카셀처(진통제) 가루를 살짝 뿌린 느낌입니다. 애덤 샌들러는 정말 감동적인 연기를 선보이는데요. 마치 그가 <펀치 드렁크 러브>를 다시 보곤 '저때 했던 걸 또 해야겠어. 대신 정 반대로 말이야!'라고 다짐한 것 같아요!
- 2020년 1월, NBR Gala


<언컷 젬스> 팝업전시, 애프터파티, TIFF 파티에 나타난 티모시. 언컷 젬스 좋아하는 것 너무 잘 알겠다 :D

끊임없이 교류하는 것 같긴 한데, 작품을 같이 못 해 아쉬워하면서 6~7여 년(!!)이 흘렀습니다. 그럴 수도 있는 게 티모시는 코로나 기간까지 대부분 쉬지 않고 촬영 아니면 홍보 중이었기 때문에 딱히 시간을 낼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샤프디 형제도 여러 편의 A24 영화들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고 베니는 <오펜하이머>에 조연으로 출연, TV시리즈 <더 커스 The Curse> 제작, 출연을 하는 등 각자 바쁘게 시간을 보냅니다.



<마티 슈프림> 제작 기사가 난 후 두 달쯤 뒤인 24년 9월, 뉴욕에서 촬영현장이 공개되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감독님과의 촬영장 투샷♡

영화는 50년대 뉴욕을 중심으로, 마티 레이즈먼 Marty Reisman 이라는 실제 인물의 일생과 그를 다룬 책 『The Money Player』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합니다. 마티 레이즈먼은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고 67세의 나이로 최고령 우승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 만큼 뛰어난 탁구선수이지만, 탁구로 도박을 즐겼고 특이한 패션감각을 갖고 있는 등 그 자체로 드라마틱한 캐릭터였습니다. 촬영 당시에는 많은 정보가 없어서 주로 세트 분위기나 의상 등으로 내용을 추측하는 기사들이 나왔었는데 특히 당시의 테일러링 멋을 보여주는 - 더블 브래스트 슈트, 칼라가 넓은 셔츠나 오버코트 등 - 의상과 무테안경을 매치한 마티의 룩에 대한 언급이 많았습니다.


24년 12월 초 일본 로케이션 등을 포함해 촬영이 마무리되었고, 2주 정도 후 미국 개봉일이 25년 크리스마스로 확정되었습니다.

24년 12월 촬영종료를 알려준 착순이 티모시, 그리고 2주 후 미국 개봉일 확정

<굿 타임>을 칸 영화제에서, <언컷 젬스>를 텔루라이드 영화제에서 공개했던 샤프디이기에 이번에도 영화제 프리미어가 예상되었는데요. 제작 일정상 베니스 영화제(25년 8월 말 ~ 9월 초)는 일찌감치 불참이 확정되었고 11월 이후에나 프리미어가 가능하다는 얘기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공식 라인업, 추가 라인업에도 없었던 뉴욕 영화제에서 블라인드 스크리닝으로 <마티 슈프림>을 상영한다는 얘기가 SNS에 돌기 시작했습니다... (갑작스러운 도파민 폭발)

날 뉴욕으로 보내줘...

소문은 사실이었고 한국이 한창 추석 연휴이던 10월 7일 드디어! <마티 슈프림>이 뉴욕영화제에서 상영되었습니다.

영화제가 주는 기대감과 긍정적인 분위기 때문에 정말 망작이 아니면 영화제 SNS 리액션은 대부분 좋은 편입니다만 (게다가 마티 슈프림은 갑작스러운 상영이어서 흥분이 더했을 듯) <마티 슈프림> 첫 리액션은 필모가 좋은 티모시 작품 중에서도 살며시 남우주연상 수상을 예상해 보고 싶은 초 긍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기대를 뛰어넘는 영화. <마티 슈프림>은 거칠고, 추진력 넘치고, 오페라 같으면서도 재밌습니다. 뒤틀린 듯하면서도 진심 어린 이야기이며 당신을 정말 지치게 할 겁니다(p). 5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담은 진정한 영화.
- indiewire 평론가 Eric Kohn
<마티 슈프림>은 사프디 감독의 역대 최고작입니다. 마치 <캐치 미 이프 유 캔>과 <언컷 젬스>를 뒤섞은 듯한 역동적인 여정을 선사합니다. 티모시 샬라메는 이 걸작에서 평생 잊지 못할 연기를 선보이며, 본인의 모든 기량을 쏟아붓습니다.
- Discussing Film 대표 Diego Andaluz
듄 파트3 촬영 중 뉴욕을 방문한 티모시, 조쉬와 오래 협업한 공동극본가 론 브론스틴, <마티 슈프림>의 주요 출연진이 모두 참석한 뉴욕영화제 스크리닝

궁금했던 영화 리액션을 볼 수 있던 점도 좋았지만 첫 스크리닝을 기다렸던 이유는 공식적인 프레스 투어의 시작이기 때문이지요. (떡밥 받아먹을 준비 완) 일단은 THR의 공식 인터뷰를 통해 조금이나마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볼 수 있었는데, 왜 영화 같이 안 하냐 몇 년 동안 노래를 부르던 내가 너무 민망해진 순간이었습니다..

<마티 슈프림>은 두 사람이 알게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8년으로 돌아가, 조쉬의 아내이자 영화의 총괄 프로듀서인 새라 로세인 Sara Rossein 이 중고 가게에서 The Money Player 책을 조쉬에게 추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ㅠㅠ)

스크리닝 날 책 사진을 올려준 뉴욕영화제 예술디렉터 데니스 림 (인스타그램 @brighter_later)

조쉬는 바로 흥미가 생겼고 표지를 보곤 곧바로 티모시에게 보여줬다고 합니다.

- 조쉬: 이 세계관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어. 이 선수 생긴 것 좀 봐봐

- 티모시: 세상에 나랑 닮았네

ㅋㅋㅋㅋㅋ

둘은 영화 제작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특히 티모시는 곧바로 탁구 연습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2018년에는 남부 맨해튼에 있는 24시간 탁구 시설에서 레슨을 받고, 코로나 격리기간 동안에는 자신의 집 가구를 다 치우고 탁구대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탁구를 치기 적합하지 않은 환경에서 조쉬가 티모시를 테스트한다고 둘이 탁구를 치다가 티모시가 발목을 접질려 3개월 동안 절뚝거린 적도 있었다고 하네요...

그 후로 <프렌치 디스패치> (2021) 촬영 후에는 프랑스 생트로페 마을에 에어비앤비를 구해서 레슨을 받았고 <웡카> (2023)를 찍을 때 영국에서도, <듄 파트2> (2024) 를 찍을 때 부다페스트와 아부다비에서도 탁구 테이블을 설치해서 연습했다고 합니다.


<컴플리트 언노운 A Complete Unknown> 의 밥 딜런 역할을 위해 5년 넘게 기타를 연습했지만 그의 스타일과 뉘앙스를 잡는 게 핵심이었던 것과 같이, <마티 슈프림> 또한 온전한 전기영화나 스포츠영화가 아니지만 무모하고 끈기 있는 마티 성격의 어떤 정수를 탐구하기 위해 탁구 연습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타랑 탁구를 같이 배운 시기가 꽤 겹쳤을 것 같은데... 미쳤다 ppp)

25년 3월 티모시의 인스타(좌) 탁구대 위엔 듄 메시아 불어책이 있고 밥딜런의 재킷까지 야무지게 입고 있는 모습이 최근 삶의 축약판같음

<마티 슈프림>은 더쿱디스트리뷰션이 수입했다고 올 초 일찌감치 알려졌는데요. 한국영화 라인업으로 12월 개봉이 힘들 수 있지만 제발 북미랑 시간차 최대한 좁혀서 빠른 개봉 하기를.. 바라봅니다. 샤프디가 말아주는 블록버스터 시대극 빨리 맛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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