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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ㅁㄱㅍㅇ Feb 11. 2022

그래도, 커피 예찬

카페모카비엔나 @청파맨션




커피만큼 질리지 않는 음료가 또 있을까?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 음료라도 매일 먹으면 질리기 마련인데, 뜨끈하고 쌉쌀한 커피는 도통 진부해질 줄을 모른다. 중독이겠거니, 하면서도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나처럼 의무사항 없이는 끝도 모르고 나돌아 다니게 되는 인간으로선 커피를 마시는 것이 하루에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일과가 되고 만다. 


하지만 동시에 커피는 나를 가장 괴롭히는 물건이기도 하다. 건강과 돈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주체할 수 없는 애정과 금단증상을 구분하지 못해 생기는 여러 상황들은 곧잘 나를 고뇌에 빠뜨린다. 스트레스와 카페인이 만나 컨디션 난조와 악몽을 일으키는 것, 혹은 평생 믿음직스럽지 못했던 내 부유하는 정신을 잡아줄 유일한 만병통치약 사이의 딜레마는 빠져나올 수 없는, 빠져나오기 싫은 늪과 같다. 이 복잡하고 괴로운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해, 나는 사랑이 두렵다. 온갖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 내 정신을 깨우고 시야를 또렷하게 만들며 무감각한 일상을 박동하게 하는 유일한 것,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잠들지 못하는 야밤에 눈물을 흘리더라도, 허리가 다 삭아 기어 다니더라도 나는 끝까지 커피 향기의 꽁무니를 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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