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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ㅁㄱㅍㅇ Mar 29. 2024

봄맞이 대청소

휴지통을 비우시겠습니까? 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작년에 연재 중단(?)했던 낮잠 시리즈의 5,6편은 올라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다. 하하... 작년 말엔 너무 정신이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별 고민 없이 휘갈긴 연말 결산도 마음에 들지 않는 마당에... 이제 와서 작년을 되돌아보고 싶을 리 없다. 그냥 임시 저장되어 있던 토막글 몇 개를 이어 붙인 뒤 정리하겠다. 


'최대 볼륨으로 들을 것'은 원래 10개의 연재물로 구상했으나 (당연하게도) 실패했다. 첫 번째 글에 (1)을 붙이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두 번째 글 '릴 야티와 얼터너티브 록'에서는 릴 야티가 <Let's Start Here.>에서 보여준 장르적 변신을 다루며, 앨범에 영향을 준 각종 얼터너티브 록, 사이키델릭 밴드를 살펴보고 결정적으로 '장르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해보려고 했다. ... 욕심이 컸다. 언젠간 완성할지도 모를 목록을 두고 간다. 


1. 올리비아 딘과 라이브 세션

2. 릴 야티와 얼터너티브 록

3. 로잘리아와 디바의 조건

4. 라비린스와 OST의 미학

5. 웬디와 유치한 Kpop

6. 제프 버클리와 27세 클럽

7. 스테판 산체스와 올드 팝

8. 시나트라와 올 댓 재즈

9. 데프헤븐과 메탈헤드들

10. TCQ와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하지만 난 음악에 대해 아는 게 없다. 그래서 이 글(구상)도 아마 완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27세 클럽 이야기 같은 건 쓰고 싶지 않다.(그럼 왜?)


이외에도 여러 글이 미완성인 채 남아있지만, 걔네들은 정말로 완성할지도 몰라서 올리지 않겠다. 진행도는 훨씬 떨어지지만... 여길 아예 정리하겠다는 건 아니다. 원래 네이버 블로그로 옮겨가려 했으나... 엄마가 내 블로그를 팔로우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여기에도 종종 글이 올라올 것 같다. 사실 엄마가 본다고 뭔가 검열할 마음은 없고, 블로그에 올리는 일기에도 이미 죽느니 사느니 별얘기를 다 쓰지만, 그래도 보여주기 싫은 글이 있기 마련이다. 영화, 음악, 책에 관한 글을 몇 개 더 올라올 것이다. 아직 습작에 불과한 단편 소설이나 에세이 같은 것도... 아무튼 이걸로 작년의 먼지를 털어낸다. (내 블로그도 방문해!)




정말 본 영화도 없고 리뷰를 쓴 지도 너무 오래돼서 뭘 적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지난 몇 달간은 낮잠을 자기보다 깨어있으려 노력했다. 이젠 그만 자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는지도, 그냥 불면증이었는지도. 


23.11.22 '낮잠 5/6'을 쓰려고 시도하며 변명하는 모습이다. 배경엔 릴리 글래드스톤의 인자하고도 오묘한 미소가 담긴 사진이 올라와 있다.


<괴물> : 전형적인 일본영화의 감성과 서사. 오해를 싫어하는 탓에 보기 괴로웠다. 근데 딱히 무엇도 제대로 해결된 것 같지 않아서 찝찝함. 물론 아이들의 감정상태는 치유의 방향으로 나아가긴 했지만 작고 개인적인 오해 몇 가지는 해결되고 몇 가지는 해결 안 됐다. 교장은 여전히 인성이 이상한 사람이고 엄마는 알지도 못하면서 난리 친 사람 되고 호리 선생은 인상이 안 좋은 사람(;;), 요리를 괴롭힌 아이들은 그저 아무 일 없었다는 양 살겠지. 그게 뭐야... 뭐가 희망이라는 거냐...
일본영화를 볼 때마다 '나는 왜 일본영화와 안 맞는가'에 대해 고찰한다. 이번에 내린 결론은 '일본영화는 뉴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만 한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영화는 <키리시마가 동아리를 그만둔대>이고, 가장 싫어하는 영화(일본 영화로 한정 지을 필요도 없다)는 소노 시온의 <두더지>다. 말이 없을수록 좋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에 호의적이었던 건 <아무도 모른다>를 재밌게 봤기 때문인데, 이 영화엔 별다른 대사가 없다. 올해 본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역시 대사가 많지 않다. 나는 이런 류의 일본영화를 좋아하고, 끝없는 한탄이나 미숙한 교훈은 싫어한다. (교훈하는 데 자격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정말로 자격이 없는 사람도 있다) 
사실 가장 큰 실패요인은, 내가 이 영화를 SF로 알고 갔다는 것이다. 나는 원래 시놉을 읽지 않고, 포스터 정도만 본 뒤 영화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언뜻 본 홍보 문구 몇 줄과 포스터를 보고 상상했던 이야기는 이런 거다. 이 두 소년은 불치병 치료 혹은 실험의 일환으로 연구실에 갇혀 뇌가 돼지 뇌로 대체되었다. 동물 장기를 이식받은 이들이 그렇듯 이들의 생존율과 예상 수명은 그리 길지 않지만, 아이들은 기적적으로 생존하여 병원 혹은 실험실 안에서 우정을 키워간다. 그러나 '괴물'이라는 주변 인식과 이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과학자들의 학대로 아이들은 탈출을 결심한다. ... 그래서 그렇게 꼬질해진 채로 달리고 있는 거 아니었냐고... 위에서 화를 많이 내기는 했지만 원래 이야기도 재미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진짜 돼지 뇌 이야기였다면 어땠을까...? 자꾸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23.12.08 '낮잠 6/6'을 쓰려고 시도하며 그냥 <괴물>을 비난하고 있다. 왜 그렇게 화가 났던 걸까...? 전부 소노 시온 탓이다. 그는 내게 트라우마 급의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테일러 스위프트 이후로 아티스트의 '장르적 변신'이 이렇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나? 전형적인(다른 말로는 지루한) 트랩 비트 래퍼였던 릴 야티의 첫 두 앨범은 RYM 평점만 봐도 알 수 있듯,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초 발표한 <Let's Start Here.>을 발표하며 그는 드디어 맞는 옷을 입은 듯, 이제 알겠다는 듯 '여기서 시작하자'고 말한다.

...

음악에 한 가지 장르만 있을 수는 없다. 음악이란 '이런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야지.' 하기보단 '여기에 이런 요소를 더하면 어떨까?'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그렇다고 들었다.) 그래서 힙합에 가스펠이 등장하고, 록에 바이올린 솔로가 나올 수 있는 거다. 음악은 사진보단 회화에 가깝다. 덧 그리고, 지우고, 또 덧칠하다 마음에 들 때 멈추면 완성이다.


23.11.24 '최대 볼륨으로 들을 것!(2) - 릴 야티와 얼터너티브 록'을 쓰려고 시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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