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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다 Apr 06. 2022

힘겨루기 - 평화만들기

초등 또래공감학교 3주차

또래 사이에 힘겨루기가 없을 수 없다.

모른척 하고 지내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모두 다 친하게 지내라고, 친구를 배려하라는 권고 에도 한계가 있다. 집단에서 권력투쟁은 거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Yalom & Leszcz, 2005).

학기초에 아동들이 교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는 것의 여러 원인 중 하나가 힘겨루기 일 것이다. 권력투쟁을 하려는 본능을 건강하게 대놓고 다룰 수 있어야 집단이 산다.


또래 공감학교에서도 여지없이 힘겨루기가 발생한다.

오늘은 그래서 팔씨름을 했다. 집단 10회기 중 3회기에 접어들었으니 팔씨름을 하기에 적당한 시점이다.


팔씨름은 안전하고 간편한 힘겨루기 중 하나다.

그러나 간편한 것은 보는 사람 입장이고 그것을 직접 해야 하는 사람에겐 긴장이다.

사소한 팔씨름 하나라도 가볍게 넘기지 않고 집중하는 아이들 분위기에서 건강한 기운이 뿜 뿜 넘친다.


다양한 반응들이 팔씨름 전후로 쏟아져 나온다.

한 번 해 보자고 처음부터 점찍어 두었던 상대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아이들

자신은 원래 힘이 없기 때문에 안 하겠다고 뒤로 빼는 아이들

그러거나 말거나 말없이 묵묵하게 도전해오는 상대를 죄다 넘기는 아이까지.


힘이 약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강한 아이들이 여기저기 새롭게 떠오르는 스타로 등극한다.


그리고 서로의 힘을 칭찬해 주는 훈훈한 장면이 펼쳐지기도 한다.

나를 이긴 상대가 정말 세다고 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팔씨름에 졌던 자신의 위상이 보전되기 때문이다. 나에게 진 상대도 존중해 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정말 세다고 이야기해 주면 내 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가 자동으로 자랑이 되니까.


이렇게 공개적으로 힘겨루기를 하고 그 뒷이야기를 하고 나면 훨씬 편안해진다.

적어도 눈치와 신경전이 다소 수그러들게 된다.



Yalom, I., D., with Leszcz, M. (2005). The Theory and Practice of Group Psychotherapy, 5th ed. Basic books.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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