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세상
초등 또래공감학교 4주차
아무 생각 없이 살다 보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됩니다. 얼마나 열심히 참여하느냐, 얼마나 성과를 냈느냐를 봅니다. 경쟁에서 이긴 사람의 이야기와 그들의 입장이 부각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늘 '열심히 해라, 뒤처지지 말아라, 적어도 중간은 가야 한다.' 라는 당부를 하게 됩니다.
열심히 잘하는 사람들의 관점은 그 외 다른 사람들에 대한 자연스러운 평가와 판단으로 이어집니다. 자기들만큼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 정당화됩니다. 우리는 무조건 일단 열심히 하고 봐야 하니까요.
그러나 세상에는 다양한 버전의 진실이 존재합니다 (Pare, 2012). 열심히, 잘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세상이 경쟁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만 실은 협력으로도 돌아갑니다. 열심히 하는, 잘하는 아이들만 칭찬을 받게 되는 경쟁교육은 아이들에게 협력의 중요성을 간과하게 만듭니다. 협력하지 않는 사회에서 실은 1등은 존재할 수도 없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열심히 잘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는 사람 일 수도 있습니다 (Lerner, 1989). 심리학에선 이런 사람들을 과기능(Over-functioning)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과기능을 하며 열심히 잘하는 사람 옆에는 게으르고 일 못하는 사람이 반드시 생기게 됩니다. 혼자서 열일을 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을 무능력하게 만드는 것이죠. 열심히 잘하는 것이 유일한 정답인 조직이나 사회에선 이런 역기능을 보지 못 하게 됩니다. 전체가 불행해지는 것이죠.
오늘도 우리는 신나게 놀고 나서 자기편의 승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애썼던 아이들과 살짝 뒤로 빠져있었던 아이들의 목소리를 골고루 들어봤습니다. 열심히 했던 아이들도, 뒤로 빠져있던 아이들도 다들 각자의 이유와 사정이 있었습니다. 서로를 향한 아쉽고 답답한 마음이 오고 가기도 하고, 빠지는 사람 없이 다 같이 놀아보려는 새로운 시도도 있었습니다. 적어도 이 그룹에서 만큼은 각자의 진실이 표현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자신과 다른 입장에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마음가짐을 바꿔보려 애쓴 아이들이 대견하고 예쁩니다. 오늘도 부지런히 놀고 이야기하며 한 뼘 성장합니다.
참고문헌
Lerner, H.G. (1989). The Dance of Intimacy. Happer & Row, Publishers, New York
Pare' D.A.(2012). The Practice of Collaborative Counselling & Psychotherapy- Developing Skills in Culturally Mindful Helping. SAGE publ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