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허무해질 때
오늘의 글감입니다.
눈 뜨고 돌아보니 난 이미 혼자였다.
그리 오래 쫓아온 것들 먼지처럼 부서지고
내가 알던 말들과 굳게 믿은 약속이
더는 아무 의미 없다고
서슴없이 버려지면
넌 어떡하겠니
난 어쩌면 좋겠니
세상이 더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면
넌 어떨 것 같니
작가님들은 허무함을 느껴보셨나요? 언제 덧없음을 느껴보셨나요?
중학교 1학년
한참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
우리 집에 함께 모시고 계셨던 친할머니의
치매가 시작되었다.
난 사춘기가 없었다.
왜 그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의 사춘기보다 더 강력한 할머니의 치매로
온 가족이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나의 사춘기는 어떤 가족들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6년간 우리 가족은
할머니의 치매 증상의 고통을 고스란히 겪어내며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던 해에 할머니의 증상은
점점 더 심해졌고,
더 이상 거동도 일상생활도 힘들어져
가족들의 힘듦도 절정을 지나고 있었는데
그렇게 1년 더 치매를 앓다가 집에서 평온히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셨다.
20살 나에게
할머니의 죽음은 인생의 허무함과 덧없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시간이었다.
장례를 치르는 기간 동안
할머니께서 살아생전
너무 힘들고 외롭고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당신의 그 세월들이
죽음 앞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언젠간 나도
또 모든 사람들도 결국은 죽음을 맞이할 것이고
아등바등 살아가는 이 생들이 허무해지겠구나 생각하니
허탈했다.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여러 가지 사건들과 이벤트 속에서
기쁨과 슬픔, 인고의 시간들을 지낸다.
그 시간들 속에 성장하고,
그 시간들을 지내며 또 다른 파도를 맞이하고
그것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그 반복 속에 자신의 에너지를 열심히 쏟아부어
목표도 이루고,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의 모습으로
방향을 잡아가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죽음 앞에선 모두 '無'로 돌아가게 되는 것.
그것을 눈앞에서 보고 나면
인생에 무엇이 중헌데?
라고 나에게 질문하게 된다.
우주의 점 같은 우리들이
평생을 살며,
이 세상에 자국 하나 남겨보고자
애쓰는 이 모든 과정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굉장히 심오한 질문을 해보게 되는 것이 바로 죽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끝은 언제나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명제를 알고도
우리는 그것이 나에겐 먼 이야기라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열렬히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 낼 의무가 있다.
당장 내 눈앞의 벌어지고 있는 삶이
아무리 허무함으로 끝난다 해도
마치 하루살이 벌레들처럼
누구보다 격렬하게
살아내려 노력할 것이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조금은 멍청하게
가벼이 생각하며 살아가는 법도 필요하다.
허무. 인생이 무의미함을 유의미함으로 승화시키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나답게 살아갈 용기를 오늘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