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케이크를 좋아하지만 시트사이에 듬뿍 얹어진 딸기잼은 싫어하고, 치즈는 좋아하지만 치즈케이크, 치즈스틱은 좋아하지 않는다. 외식메뉴선정에 있어 반색을 표할 때는 피자를 고를 때이며 그렇다고 빵, 사탕, 주스 등의 간식은 좋아하지 않는다.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는 걸 좋아하고, 종종 먼저 김치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는 132cm에 27kg의 외형적으로 다리가 길고, 마른 체형이다.
작년 학생기초자료조사서에 진로희망을 작성해야 해서 그런 김에 그의 꿈이 궁금해졌다.
"연우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망설임 없이) 저 요리사요!!"
"(표정과 입에 많은 물음표를 달고선) 요리사???? 네가?? 요리사는 먹는 것에 진심이어야 하는데, 가리는 것도 없어야 하고, 잘 먹어야 하는데 요리사라고?"
"네!!! "
재차 물어보는 나는 그에게서 무슨 답을 원했던 걸까?
그러고 보니 그간 너튜브, 티비에서 요리 채널을 자주 보고 있긴 했다. 식사준비하다가 계란이라도 풀라치면 멀리서 소리 듣고 와서는 '알끈'을 제거해야 한다며 흔치 않은 용어를 내뱉음에 놀랐던 일이 떠올랐다. 도치맘은 어떻게 이런 용어를 아냐며 휘핑기를 마구 휘젓는 것을 잠시 허용해 줬더랬다.
어찌 됐든 그가 요리사가 꿈이라고 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라 놀랍긴 했지만 우선 받아 적었다.
그땐 작년이었고, 올해 지지난주 새 학기 학생기초자료조사서를 작성하며 물어보니 어김없이 "요리사"다. 이번엔 꽤 진지한 태도로 그를 대한다.
어떤 날은
"연우야 요리사는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편식(내 기준에서)하면 안 돼"
또 다른 날은
"연우야 그렇게 하면 요리사 되기 힘들어"
또 다른 날은
"요리사 한다면서 이것만 먹는다고?"
그렇다. 요리사를 빌미로 그의 마른 몸을 살찌우고 싶었다. 나는 그저 내 주관적인 판단대로 그래야 한다고 그에게 조언 아닌 조언을 내뱉었다. 초등학생 때 장래희망이 수도없이 바꼈던 나였기에 아이의 꿈에 대한 무게 역시 가볍게 여긴 부분을 인정한다.
그의 하교시간. 근처를 지나는 김에 하교 후 이어진 학원일정으로 허기질까 봐 간식거리를 건네줬다.
"연우야 배고프지? 이거(호두과자)랑 두유 마시고 들어가자."
"(한입 베어 먹더니 일그러진 표정) 엄마, 저 슈크림 안 좋아해요."
"응? 연우 슈크림 좋아하잖아. 붕어빵도 팥 안 좋아하니까 일부러 호두과자도 슈크림으로 산 건데?"
"(멋쩍은 표정) 붕어빵은 슈크림 좋아하는데, 호두과자는 팥 들어있는 게 좋아요."
"(웃음을 못 참고) 진짜? 너... 너무 까다로운 거 아냐?"
까다로운 건가 싶다가도 생각을 달리해본다. 붕어빵과 호두과자는 엄연히 각자의 특징이 있는 음식인데 내 머릿속에서는 같은 카테고리 안에 있었던 모양이다. 단지 그를 둘러싼 무수한 것들 중에서 그저 붕어빵과 호두과자 속의 취향일 뿐인데 말이다. 되려 이런 취향과 입맛이, 미각이 중요한 요리사로서 강점이 될지도 모를일이다.
오늘 문득 든 생각은, 아무거나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나에게도 깊이 파고들면 취향이란 것이 존재하는데 어린아이의 취향은 쉽게 존중하지 못하고 가벼이 여겼다는 깨달음이다.
나의 경험과 판단으로 남에게는 하지 않겠다면서 [널 위해서 하는 말인데]를 가장 가까운 그에게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