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율 Mar 20. 2024

선택적 비주류의 삶

꺾여도 끝까지 하는 마음





 모든 선택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굳이 결과적으로 따져보자면 주류보다 비주류를 택한 적이 많다.

남들이 다 보는 인기 드라마보다는 끌림이 있는 것이어야만 보게 되고, 영화도 흥행작은 흥행하니 궁금해서 볼 때도 있지만 상업적인 영화보다는 그 반대의 것을 더 찾아보곤 했었다.







 

 지방국립대 5년제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5학년이 되면 설계, 환경, 역사 등 특정분야의 스튜디오를 정하게 되고 1년간은 그 분야를 파고드는 과정을 거치는데 흡사 대학원 0년 차 같은 느낌이다. 과탑의 행보는 단연코 주류인 설계스튜디오 일 것으로 보였으나 모두의 예상과 달리 환경스튜디오를 택했고, 특히나 지도교수님 전공분야인 건축음향 부분의 연구를 하고 논문도 썼다. 그 선택을 하기 이전에 많은 고민에 고민을 거쳤지만 분명히 미래에 건축환경분야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는 스스로의 통찰력을 강력하게 믿은 나머지 비주류인 스튜디오를 선택한 것이다. 1년여 시간을 다른 스튜디오와는 달리 대외적으로 연구활동을 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기에 후회는 없었다. 다만 끝까지 이어가지 못한 나의 꺾여버린 마음에 대한 미련이 남을 뿐. 졸업 후 대학원 진학을 권유했던 교수님의 의견을 결국 받아들이지 못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돌고 돌아 건축학과 졸업생들의 행보를 똑같이 밟게 되었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다시 시동이 걸린다.

건축주에게 보여줄 대안을 만들 때도 1안은 모두가 생각할만한 것으로, 그다음부터는 자꾸만 독창적인 것을 시도해 보지만 결국은 1안으로 결정됨을 경험하고선 나의 마음은 또 꺾인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고등학생 때 이과였던 나의 선택지는, 그 당시 친구들이 많이들 선호하는 교사, 간호사, 은행원, 스튜어디스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흔히 대부분 사람들이 한다는 그것. 그것에 대한 반항심인 건지, 남들이 안 하기에 나는 한다는 쓸데없는 허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도 가능성이 없어 보이진 않는다. 그렇다면 시작할 때의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끝까지 가지고 해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내가 선택한 한때의 비주류가 현재의 주류로 바뀔 수도 있을려나? 그러고 보니 주류가 되고 아니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주로 끌리는 것이나 어떤 것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어김없이 비주류를 택하지만 바꾼다는 것이 꼭 주류가 목표인 것은 아니다는 뜻이다.


 어떤 상황에서건 선택의 순간에는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궁금증, 미련이 안 남으리란 법은 없지만

이미 선택하기로 한 순간부터는 꺾여도 끝까지 해보는 마음을, 행동을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주류이건, 비주류이건 나의 선택을 존중한다.





가지 않는 길 _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두 갈래로 길이 나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우거지고 발자취도 적어

누군가 더 걸어야 할 길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이전 02화 요리사가 꿈이지만 편식하는 남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