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율 Apr 02. 2024

달갑지 않은 발신번호

여론조사의 늪




벨이 울린다.

'이 시간에 전화올데가 없는데?'

'뭐야 이 번호'라는 앱을 사용 중 인터라 저장 안 된 모르는 번호지만 발신자를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보험회사, 카드사, 여론조사 업체라는 것을 말이다. 1-2주 사이 남편보다 많이 울리게 하는 곳은 다양한 번호의 여론조사 업체였다. 업체의 이름이 뜨는 아니지만 밤낮이고 상관없이 울려댄 덕분에 선거철임을 실감한다. 선거에서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무엇보다도 여론조사와 출구조사가 중요한지라 이렇게나마 유권자들의 표심을 알아보고 싶음을 이해는 한다. 실은 전화를 못 받은 적도 있지만, 일부러 안 받은 적도 있다고 고백한다. 그러다가 한번 참여하면 안 오겠거니 해서 이번엔 통화버튼 쪽으로 밀었다.

 

1번.

2번.

3번...

'어느 정당을 지지하십니까?'

'어느 후보를 지지하십니까?'와 같은 비슷하면서 또 다른 몇 가지 질문들을 들으니 동네에 대립각을 세우며 건물 한 면, 한 면을 크~게 차지한 후보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정확히 몇 명이 출마한 건지, 후보들의 면면을 알아볼 새도 없었지만 그 순간 나름대로 최선이다 싶은 답을 내리고선 끊었다. '이젠 안 오겠지'하는 후련함과는 상관없이 몇 분 안  또 발신자를 확인하고선 이 울림의 끝은 10일이어야 함을 깨닫는다. 한 군데의 번호를 차단한들 다른 번호로 계속 올게 분명하니 마음을 내려놓는다.





 너무나도 따스했던 주말. 동네가 떠들썩하다.

선거유세차량에 올라선 후보들의 오디오가 겹치고 겹쳐 간절한 외침에 쉰 목소리마저 누구의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이다. 마주 오는 시민 한 명, 한 명과 악수하며 그 어느 때만큼 낮은 자세로, 무슨 말을 해도 귀 기울여줄 것 같은 친절함에 덩달아 고개가 숙여지기도 한다. 나 역시 정치를 잘 해낼 국회의원을 뽑는 유권자이긴 하지만 정치의 깊은 세계를 알진 못한다. 다만, 정치에 대해 전혀 모르던 20여 년 전 투표할 때의 마음가짐과 아이를 낳고 키우며 직접적으로 삶에 영향을 받는 1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투표할 때의 마음가짐이 달라짐은 알 수 있다. 남편과 우편함에 후보, 정당 공약집을 들고와 번갈아가며 한명읽어본다. 그냥봐도 터무니없는 공약을 내세우지만 당차고 추진력있는 모습응원해줘야할지, 살아온 연륜과 경륜을 응원해줘야할지로 고심이 깊어간다.


 시끌벅적한 동네를 지나며 문득 든 생각.

그저 나와 가족, 이웃을 둘러싼 공동체가 안전하고 평온하기를 바랄 뿐. 그런 노력을 해주실 분이라면 좋겠다는 생각.


정치 (政治) :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이전 03화 선택적 비주류의 삶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