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이 번호'라는 앱을 사용 중 인터라 저장 안 된 모르는 번호지만 발신자를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보험회사, 카드사, 여론조사 업체라는 것을 말이다. 1-2주 사이 남편보다 더 많이 내 폰을 울리게 하는 곳은 다양한 번호의 여론조사 업체였다. 업체의 이름이 뜨는 건 아니지만 밤낮이고 상관없이 울려댄 덕분에 선거철임을 실감한다. 선거에서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무엇보다도 여론조사와 출구조사가 중요한지라 이렇게나마 유권자들의 표심을 알아보고 싶음을 이해는 한다. 실은 전화를 못 받은 적도 있지만, 일부러 안 받은 적도 있다고 고백한다. 그러다가 한번 참여하면 안 오겠거니 해서 이번엔 통화버튼 쪽으로 밀었다.
1번.
2번.
3번...
'어느 정당을 지지하십니까?'
'어느 후보를 지지하십니까?'와 같은 비슷하면서 또 다른 몇 가지 질문들을 들으니 동네에 대립각을 세우며 건물 한 면, 한 면을 크~게 차지한 후보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정확히 몇 명이 출마한 건지, 후보들의 면면을 알아볼 새도 없었지만 그 순간 나름대로 최선이다 싶은 답을 내리고선 끊었다. '이젠 안 오겠지'하는 후련함과는 상관없이 몇 분 안 되 또 발신자를 확인하고선 이 울림의 끝은 10일이어야 함을 깨닫는다. 한 군데의 번호를 차단한들 다른 번호로 계속 올게 분명하니 마음을 내려놓는다.
너무나도 따스했던 주말. 동네가 떠들썩하다.
선거유세차량에 올라선 후보들의 오디오가 겹치고 겹쳐 간절한 외침에 쉰 목소리마저 누구의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이다. 마주 오는 시민 한 명, 한 명과 악수하며 그 어느 때만큼 낮은 자세로, 무슨 말을 해도 귀 기울여줄 것 같은 친절함에 덩달아 고개가 숙여지기도 한다. 나 역시 정치를 잘 해낼 국회의원을 뽑는 유권자이긴 하지만 정치의 깊은 세계를 알진 못한다. 다만, 정치에 대해 전혀 모르던 20여 년 전 투표할 때의 마음가짐과 아이를 낳고 키우며 직접적으로 삶에 영향을 받는 1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투표할 때의 마음가짐이 달라짐은 알 수 있다. 남편과 우편함에 든 후보, 정당 공약집을 들고와 번갈아가며 한명씩 읽어본다. 그냥봐도 터무니없는 공약을 내세우지만 그 당차고 추진력있는 모습을 응원해줘야할지, 살아온 연륜과 경륜을 응원해줘야할지로 고심이 깊어간다.
시끌벅적한 동네를 지나며 문득 든 생각.
그저 나와 가족, 이웃을 둘러싼 공동체가 안전하고 평온하기를 바랄 뿐. 그런 노력을 해주실 분이라면 좋겠다는 생각.
정치 (政治) :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