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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니바람 Feb 19. 2020

#7. 복잡해진 시간강사 임용, 대우는?

<지방대 박사 생존기>

*개인적인 사정으로 예정된 시간에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다음부터는 지각하지 않겠습니다.ㅠㅠ 




시간강사법에 대한 기대와 우려


시간강사법이 통과되던 시점을 되돌아보면 많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것 같다. 시간강사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대량해고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시간강사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작년 8월 이래로 대학에는 변화의 바람이 이는 듯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기대와 우려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처우가 개선된 부분은 진정한 의미의 4대보험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건강보험을 제외한 3대보험 가입만을 보장했다면, 시간강사법 이후에는 4대보험을 의무로 한다. 계약기간도 1년이며 방학 중에도 월급이 나온다. 한 학기에서 1년으로 고용의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을 그나마 장점으로 우겨본다고 해도, 이러한 조건은 대학 현장에서 특별한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시간강사 임용 과정에서 여전히 학과 교수들의 영향력이 커서, 이들과 관계가 없다면 졸업한 대학 이외의 곳에서 자리를 따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이 또한 그들만의 리그이고, 공정한 채용과정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이전과 달라진 바는 하나도 없다. 다만 지원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보아야하며, 채용 결과를 홈페이지에 공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어떤 대학에서 지원자가 시범 강의까지 해야 한다고 들었을 때 주변의 졸업생들 모두가 혀를 찰 정도로 현실과 제도는 괴리되어 있었다.  

     

대량해고가 발생한 대학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소속된 학과에서는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여러 시간강사가 한 과목씩만을 담당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 학과에서는 이전의 시간강사 규모와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다. 한 두 사람이 여러 강의를 전담하는 일은 학과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겸임이나 객원으로 교수를 임용해 꼼수를 쓰는 대학들도 있다고 하지만 내가 소속된 대학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시간강사법 시행 이전과 이후의 차이는?


어쨌든, 이전에는 없었던 과정들이 생겨나 행정업무가 증가했을 뿐 실제로 달라진 건 거의 없다. 시간강사법 시행 이전과 이후의 차이는,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이것뿐이다. 방학 중 월급이라는 것도 한 달 치가 다 나오는 것도 아니라고 ‘들었다.’ 여기서 ‘들었다’는 표현은 시간강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내가 시간당 얼마의 강의료를 받고, 따라서 한 달 월급은 얼마 정도 나오며, 방학 때에는 도대체 얼마의 액수가 지급되는지에 대해서 하나도 들은 바가 없기 때문이다. 지원과 선정 절차는 복잡해졌지만 시간강사의 근로계약이나 조건은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는다.      


처음 시간강사로 일했던 때를 떠올리면 정말 깜깜이 계약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근로계약서는 직접 작성하지 않는다. 학교 시스템에 들어가서 부여받은 사번을 입력하면 근로계약서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어떤 조건에 대해서도 명시되어 있지 않은 표준형 근로계약서인데다 이미 한참 전의 버전으로 서명 당사자들의 이름도 비어있다. 하물며 아르바이트를 해도 근로계약서를 대면해서 쓰는 요즘 같은 시대에, 대학이라는 꽤나 전문적으로 보이는 교육기관에서 비전임교원을 이런 식으로 관리한다는 게 황당하기만 하다. 최근에도 혹시나 시간강사법 시행 이후 달라진 점이 있을까 하며 시스템에 접속해봤지만 이전과 동일했다.      


투명하지 못한 근로조건, 시간강사 노동의 가치, 고용 안정성


왜 시간강사는 이런 사항을 제대로 공지 받지 못하는 것인가? 학과에서는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공유하지 않는 것일까? 대학원 친구는 학과에서 알음알음 하는 식으로 진행하는 업무처리를 싫어했다. 서류는 잘 갖추어져있지 않았고 어떤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결과를 기다려도 공식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 다들 어떻게든 알 거라고 생각하고 마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작은 사립대에서 부조리를 경험하며 사직한 나는, 대학이라는 곳이 가진 특유의 두루뭉술한 행정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시간강사를 하면서도 느낀 행정의 허술함은 이러한 회의감을 배가시킨다.      


종종 하이브레인넷에서 다른 대학의 시간강사 채용공고를 볼 때면 우스운 생각이 든다. 정말로 내가 할 수 있는 과목이라고 생각해서 지원한다면 과연 선정될 수 있을까? 이 경쟁은 공정한 것일까? 이런 방식의 채용절차가 시간강사법에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충분하지 않은 대우 속에서 강화되는 행정절차는 모순적이기까지 하다. 황당한 건, 나도 그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3월부터 월급을 받지만 2월부터 일해 왔다.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관련된 강의계획서를 찾아보고, 책을 읽고, 논문을 검색한다. 강의계획서를 구성한다. 이 과정은 꽤나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지만 강의시간만을 따져서 월급이 책정된다. 어떤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시간강사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들 역시 그런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정확한 가치를 매기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시간강사들의 생활을 고려하면 적어도 실제로 안정적인 장기 고용이 이루어져야 한다. 1년이라면, 매달 월급이 동일하게 나오는 것과 같은. 논쟁의 여지가 많겠지만 보통 직장인이 생각하는 안정성은 꾸준한 월급에서 기인하지 않나? 그게 시간강사라고 해서 왜 달라야할까?      


시간강사를 평생 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대부분이 교수가 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 시간강사를 하나의 고정된 직업으로 가지는 사람들이 분명히 다수 있다. 고용의 안정성은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내 고용 안정성은 어디에 있으려나.     


**강사 계약을 하고 있는 현재. 여전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걸 확인했다. 법은 법일뿐이구나. 국립대에서조차 건강보험은 여전히 강사의 권리가 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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