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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라니바람 Apr 07. 2020

#14. 하루가 늦고, 한 달이나 걸리는 노동의 대가

<지방대 박사 생존기>


어제 오전은 들어오지 않은 각종 노동의 대가를 문의하는 시간이었다. 3월 19일의 강의비가 아직도 입금되지 않았다. 계속 기다렸는데. 언제쯤 입금될 거라는 언질도 주지 않았다. 나는 당연히 2주 이내에는 입금될 거라고 생각하고 묻지도 않았다. 그런데 한 달이 가까워져 가는 지금까지도 입금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어제 오전에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전화도 아닌 메일. 당연한 내 노동의 대가를 당당하게 전화로 요구하는 게 왜 불편한지 모르겠다. 담당자는 생각보다 답을 빨리 줬다. 그런데 한 달 이내로 입금될 것이라는 해맑은 대답을 받고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내가 그 한 달이 발표일 기준으로 한 달이냐고 물었을 때, 담당자는 다시 행정 담당자에게 문의했는지 보다 정확하게 다음 주 내에 입금이 될 거라고 했다.   

   

발표일 기준으로 딱 맞춘 한 달. 내가 고작 8.8%가 제해진 30만원을 받는데 걸린 시간이다. 난 그 기관의 정규 노동자가 아니다. 한 달에 한 번 받는 월급처럼 내 강의료를 취급하는 게 어이가 없었다. 나는 12월 이후로 수입이 없었다. 1, 2, 3월을 통장을 헐어 살고 있는 내게 그 30만원은 요긴한 생활비다. 그들에게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겠지만.      


강의료는 또 어떤가. 계약서상으로는 5일에 입금된다고 했던 강의료가 들어오지 않았다. 5일이 일요일이었으니까 금요일인 3일에 입금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이다. 학교에 전화를 해서 문의했다. 개강이 늦어져서 3일 수업까지 계산을 하다 보니 이번 달은 6일에 지급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돈을 기다리는 게 

조금은 서글프다


왜 미리 말해주지 않을까. 본인들의 월급이어도 그렇게 처리를 했을까. 내가 문의를 해야만 비로소 대답해주는 이 상황에 기분이 나빴다. 나의 불안정한 고용상황을 다시 확인 하는 것 같아서 더욱 씁쓸하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료를 받으니 또 기쁘고. 오랜만에 들어온 월급에 기분이 새로웠다. 시간당 9만원이 약간 넘는 강의료가 책정되는 것 같았다. 여전히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고, 월급이 늦어지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미리 알려주지도 않는다.      


지난주 금요일 만났던 강사 역시 나에게 왜 강의료가 들어오지 않는지 물었다. 이 강의료를 기대하고 있던 강사들은 다들 그런 의문을 가졌을 거다. 어제 담당자에게 왜 미리 고지하지 않았냐고 따져라도 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용이 불안정한 사람들이 흔히 겪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월급쟁이가 좋다는 말도 하는 거겠지. 앞으로 진행할 연구용역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당연한 내 노동의 대가를 받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게 조금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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