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라니바람 Oct 16. 2021

전세대출 대란 중에 전세집 구하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오늘 제가 쓴 어떤 글이 조회수 1,000을 넘었다는 브런치 알람을 듣고나서야 글을 하나 써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최근에는 일도 일이지만 이사를 해야하는 상황이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좋은일과 나쁜일이 번갈아 가면서 절 괴롭혔던 2020년과 달리, 2021년은 아직까지는 대체적으로 평탄합니다. 일도 많이 하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주었던 투룸에서 곧 벗어납니다. 그래서 오늘은 전세대출 대란 속에서 전세집을 구한 저의 후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아마 이사를 가야하는 많은 분들이 힘든 상황에 있을거라 생각해요. 다음주부터 전세대출 규제가 풀린다고 하는데, 이미 대출 문제로 월세로 전환한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은행대출이 아니라 '청년버팀목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해서 그나마 가능했습니다. 아직 대출이 확정되지는 않았고 심사를 기다리는 상황이지만 집을 구하던 상황을 공유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글을 씁니다. 


개인적인 상황

- 현재 지방 중소도시 원룸건물의 투룸 거주, 2년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음

- 중소도시에서도 새롭게 개발된 곳에 살아서 집값이 다른 지역보다는 조금 높음 

- 보증금 5천에 월세 10만원, 2년 전에 LH청년전세임대로 간신히 계약(부동산 중개인의 집주인 설득) 

- LH청년전세임대는 지방도시의 경우 보증금 8500만원까지 대출 가능

- 5천 중에 개인부담금 230만원을 내고 나머지는 모두 LH로부터 빌렸음

- 월 이자 59,000원+월세 10만원+전기세 5천원+도시가스 5만원(겨울기준) = 월 20만원 이내 지출


이사를 결심한 배경

- 현재 거주 중인 원룸건물 1층 카페 야외 테라스에서 손님들이 흡연

- 이사온 초기 집주인에게 민원, 집주인 카페 주인에게 조심하라 이야기, 하지만 변화 없음

- 보건소 민원, 단속 왔지만 흡연자나 카페 사장에게 벌금 매기지 못함, 집주인과의 갈등

- 새벽까지 1층 카페 야외 테라스에서 떠드는 사람들, 카페 사장 친구들인지 뭔지, 소음 스트레스


현재 거주 중인 집은 적당한 크기의 침실과 나쁘지 않은 크기의 거실로 구성된 투룸입니다. 거실은 제가 책장과 책상을 두어 프리랜서 시절부터 홈오피스로 사용하고 있었어요. 문제는 1층 카페 야외 테라스 테이블 바로 위에 제 집 거실 창문이 크게 나있어서 그곳에서 손님이 담배를 피면 냄새가 고스란히 들어온다는 점입니다. 


수차례 집주인에게 민원을 넣고 보건소에도 단속 요청을 했지만 절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집주인은 제게 카페의 장사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이기적'이라는 말까지 했어요. 우리 동네 원룸 건물에는 1층에 상가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카페가 있다면 100% 야외테이블을 불법으로 두고 당연히 불법인 흡연을 허용합니다. 시의원에게 민원 넣을까 생각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새로운 집을 찾는 과정

- 이제 원룸건물에서 살고 싶지 않았음

- 아파트 매물 찾기, 전세가 없다고는 해도 나름 찾으니 있었음. 다만 빨리 결정해야 함 

- 구축의 소형 아파트, 20평대 초반으로 알아봄, 리모델링 되어 있다면 최대 1억, 비싸면 1억 2-3천까지 

- LH청년전세임대를 활용한다면 최대 1억까지 가능할 거라 계산하고 1억 알아봄 

- 집주인이 법인이거나 외부인이면 봐도 끌리지 않음. 투기자본에 대한 반발..이 와중에..

- 다행이도 개인 집주인을 찾았음, 리모델링 되어 있어 깔끔, 현 세입자 4년째 거주중

- 중개인이 LH가능하다고 이야기 

- 100만원 가계약금도 걸었는데 중개인이 계산해보니 집이 LH불가능하다고 정정

- LH에 전화를 몇 번이나 해보고, LH가 지정한 법무사 둘에게 모두 확인해보니 중개인 말이 맞음 

- 작년 공시지가 기준으로 했을 때 이집은 전세가가 8500인데 1억으로 상정되어 있어 대출 불가능

- 작년 공시지가는 낮았고, 올해 집값은 올랐음. 지극히 당연한 현실을 LH는 부인


LH청년전세임대가 여러모로 제약이 있는 제도라는 걸 알았지만, 공시지가 문제로 인해서 해당 집이 계약 불가능하다는 건 새롭게 알게된 지점이었어요. 이런식이라면 굉장히 상태가 좋지 않은 집만 계약 가능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몰라서 LH가 된다는 오래된 빌라 건물들을 봤어요. 5층짜리 빌라에 엘리베이터 없는 그런 건물들. 너무 오래되어서 복도도 지저분하고, 동네도 어두침침한 그런 곳들 마저도 8500이나 9500만원이었어요. 이마저도 없어서 못 내놓는다고. 


그래서, 내 결단 

LH를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그날 당장 은행에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서 청년버팀목대출이 되는지 확인했어요. 보증심사로는 가능하다고 나왔지만, 보수적인 은행원은 일반 전세대출도 알아보는 게 좋다고. 그런데 지난주 기준으로는 농협에서 전세대출 불가, 국민은행도 지점별로 한도, 내가 간 지점에서는 한도 없어서 대출 불가. 버팀목 될 거라고 생각하며 그냥 전세계약을 진행했어요. 


불안한 마음에 집주인에게 대출이 안될 경우 5% 계약금 반환 특약을 요청했어요. 그 아파트 단지에 집을 10채나 소유하고 있는 쿨한 집주인은 수용. 중개인은 대출이 안될리가 없다며 달래주기. 난리도 이런 난리가...계약하고 바로 기금e든든에서 대출신청, 3일만에 자산심사 적격판정, 4일차에 은행에 서류 가지고 가서 대출신청 완료했습니다. 어제 은행원에게 몇 가지만 확인하면 다음주 수요일에는 결과 받을 수 있다는 전화까지 받았어요. 여기까지 총 2주 소요...ㅠㅠ


그와중에 현재 거주하는 집도 가격이 올라

현 집주인을 만나 LH임대차계약해지신청서를 썼어요. LH계약 해지에는 필요한 서류들이 있습니다. 만약에 LH를 활용해 새집을 구하려고 한다면 계약만료 한달 보름 전에는 해지신청서를 LH에 제출해야합니다. 지원을 포기한다면 계약만료 일주일 전에만 제출해도 됩니다. 고객센터에 확인한 내용이에요. 


집주인은 이미 집을 내놓은 상태. 몇몇 중개인들이 전화를 걸어 집을 보러 오고 싶다고 했어요. 슬쩍 얼마에 내놓았는지 물어보니 6000에 20만원. 보증금과 월세 모두 올린 염치도 양심도 없는 집주인...!! 원룸마저도 가격이 모두 올라버렸다는 핑계 아닌 핑계. 그러면서 전세대출 문제 때문에 사람이 안구해진다 어쩌고. 세입자와 집주인의 마인드가 참 다르다고 느꼈어요. 


웃긴건 그런데도 집이 나갔습니다. 투룸이 6천에 20..2년전 제가 쓰리룸 볼 때 제일 저렴한 게 6500이었는데. 투룸은 4500에서 5000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아파트만이 아니라 원룸마저도 올라버린 지방 중소도시의 현실.


빚쟁이가 되고 싶습니다

2019년 8월에 박사학위를 받은 제가 돈이 얼마나 있겠습니까..7개월 일했던 직장, 각종 용역을 했던 프리랜서 시절, 그나마 2020년 8월부터 연구소에 취업하면서 안정적인 수입이 생겼는데요..모아놓은 돈은 없고, 아파트는 살고 싶고, 이제 제가 땡긴 최대의 대출금이 제대로 나와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구축 소형아파트를 전세1억에 구하는 과정도 이렇게 빠듯한데. 1인 가구인 제가 과연 지방 중소도시라고 해서 집을 살 수 있을까요? 이번엔 느낀건 가능은 하다는 겁니다. 대출 완전 제대로 땡기면 구축 소형아파트 살 수는 있습니다. 구축 소형아파트.....이번에 제대로 공부한 느낌이에요. 쓸데 없는 공부를 오래 해서인지 딴세상 산 것처럼 살았는데 이제라도 현실을 직면해 보렵니다...


모두들 이 험한 세상에서 잘 살아남으시길..ㅜㅜ



작가의 이전글 임계장 이야기? 우리 모두의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