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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omingsoo Mar 22. 2022

3월의 아테네

그리스 일상 2022.3.21

종일토록 바람이 불고, 눈이 쏟아지다가 불현듯 해가 비치고, 그러다가 다시 비가 내리는 crazy weather.

일주일 정도 이런 날씨가 계속되었다. 부활절 전까지는 거칠고 추운 날씨라더니 정말 그렇다. 종교적인 국가라서 날씨도 사순절의 분위기를 따라가는 걸까.

바닥 난방이 아니라서 책상에 앉아있으면 항상 발등이 시리고 바람이 강한 날은 베란다에 널어놓은 빨래건조대가 쓰러질 때도 있지만 그런 날씨가 밉지 않다.

비 오고 눈 오고 바람 부는 와중에도 햇살은 눈부시게 비치고, 유채꽃처럼 생긴 노란 꽃들이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 흔들린다.

길 가에 무심하게 피어오른 들꽃들은 돌봄 받지 않아도 돌봄 받은 것들보다 더 강하고 아름답게 꽃을 피워냈다. 어느 때였던가. 어두운 구석 의자에 앉아 오랜 시간 침묵하고 있을 때 아련히 솟아난 내면의 소리. ‘너 하기 나름이다’. 지금도 그 말은 여전히 나에게 사실이다. 나 스스로를 돌보며 돌봄 받은 것들보다 더 강하고 멋지게 나를 피워내고 있다고, 설령 그닥 강하거나 멋지지 않더라도 오늘도 여전히 나는 나를 피워내고 있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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