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라오스. 라오스는 바다가 접한 임해 국가가 아닌 동유럽의 헝가리 서유럽의 스위스 같은 내륙국가이다. 이런 내륙국가에서 강은 물류의 이동경로요, 생활을 위한 일터이자, 생존을 위한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유럽의 대표적인 강,다뉴브는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우크라이나 등 수많은 유럽 대륙을 걸쳐 흘러간다.
다뉴브강은 특히 독일에서 도나우강으로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는다. 요한스트라우스2세가 이 강을 주제로 그 유명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를 작곡했다. 하지만 메콩강은 황토색의 칙칙한 물색깔과 더해 주변까지 휑하니 누구든 처음 접한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수수한 외모의 메콩은 중국,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를 걸쳐 흘러가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강이다. 세계적 곡창지대인 메콩 델타로 익히 들었던 터라 베트남의 대표 강인 줄만 알았고 인도차이나 반도 국가들을 젖줄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또 메콩강의 흘러가는 지형에 따라 자연 국경이 그려지는 위대함도 모르고 있었다.
도나우는 아름다운 왈츠곡으로 헌정받아 우아함이 먼저 떠오르는반면, 메콩은 각종 전쟁에 아픈 눈물과 슬픈역사가 각인되어 둘의관계가 극명히 대비된다. 메콩강변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엄마와 누나의 그을린 얼굴과 하루하루 낚시질하며 생활을 이어가는 아빠와 형의 거친 손에 애환이 서려있기 때문일까.
티베트 고원에서 태어나 중국과 미얀마, 라오스, 태국을 거쳐 성장해 가며 캄보디아, 베트남을 마지막으로 그 생을 다한다.메콩의 총길이는 약 4,300km로 하루 평균 유속을 5km로 보았을 때 약 860일(2.4년)을 살아간다.짧으면 짧고 길면 긴여정, 거친 물살과 바위에 하얗게부서지지만구불구불 인내하며 흘러간다.
메콩의 추억 속에는 어떤 기억들이 자리 잡고 있을까.인도차이나 전쟁과 내전으로 생과 사를 결정했던 죽음의 강이자, 대규모 아편 생산지인 골든트라이앵글 중심의 강이고, 탈북민의 자유를 향한 마지막 관문의 강이기도 하다.
물 부족 이슈로 메콩 상류지역에 무분별하게 지어지는 댐으로 야기되는 중하류 지역의 수량 부족과 수질오염은 서로의 국익을 위한 묵은 분쟁거리이다. 메콩을 인접한 국가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으로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물이유입되어 4천만 서민들의 탯줄이 되는 동남아 어머니의 강을 병들게 하고 있다.
메콩이 깊고 푸른색이 될 수 없었던 이유는 사욕을 위한 우리의 이기심 때문 아닐까. 하지만 지친 메콩이 오히려 죄 많은 우리를 위로한다. 수천 년의 힘겨웠던 나날을 버티고 견디게 해 준 위대한 메콩의 석양이 모든 아픔과 좌절을 그림자로 덮어버리고 새로운 내일을 희망하게 만든다. 메콩의 저무는 태양을 바라보는 지금. 메콩이 가장 편안하게스스로를위로하는 거룩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