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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이 글을 메인에 올리지 마오.

살림남의 방콕 일기 (#46)

by 김자신감


글을 쓰다 보면 조회수를 은근히 신경 쓸 때가 있다. 다음 포털 메인에 뜰 때면 짧은 시간 안에 조회수 알람이 뜨는 경험이 있던 터라 마치 내가 1분, 1초, 아니 찰나의 순간 동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착각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이런 '조회수 환각 증상'은 결코 나의 글을 쓰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마약과 같이 더 많은 조회수를 위해 대중이 원하는 주제의 글만 집착하게 되어 나의 이야기는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대중을 향한 글은 폭발력은 크지만 수명이 그리 길지 못하다. 하지만 대중을 위한 글은 폭발력은 작지만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글의 길이보다 글의 깊이가 중요하고 글의 유식함보다 글의 유연함이 더 중요하다. 지금 당장 조회수를 위해 나의 생각과 신념을 망각한 채로 대중을 향한 글만 서둘러 완성시키기보다 언젠가 위로받을 수 있는 시기를 천천히 꿈꾸며 대중을 위한 글을 쓰는 것이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 않을까.


글은 관찰자의 시각에 따라 사물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점에서 그림과 유사하다. 나만 시각으로 그림을 그려 돈을 벌기 어렵고 나만의 생각으로 글을 적어 돈을 벌기 어렵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대중들에게 위로와 공감이 될 때 비로소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좋은 작품들은 남아서 우리의 이야기를 영원토록 추억한다.


그렇다고 순수 창작을 위한 글만 쓴다면 글의 존재가치는 낮아진다. 글을 쓰는 목적은 독자와 같이 읽고 소통하며 위로를 주고받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말 순수한 마음의 글을 적고 싶다면 '난중일기'나 '안네의 일기'처럼 깊은 서랍 속에 있다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일 테니. 내일 공감해주는 단 한 명의 독자만 있더라도 오늘 한 문장의 의미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세상의 모든 것들에는 존재의 이유가 있다. 책장 속에 꽂힌 어릴 적 사진앨범에도 숨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 오래된 디지털카메라 속, 잘 찾지 않는 사진 파일에도 삭제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의미가 있다. 특히 역사적 사실이나 어떤 특별한 스토리가 있다면 오래된 물건일수록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베토벤이 난청장애를 가지고 격정적인 마음에 써 내려간 곡 속에 고난과 고통을 인내했던 이야기가 있었기에 운명 같은 '운명'을 작곡할 수 있었고 250년이 지난 지금도 최고의 음악가란 칭호를 얻었다. 번외로 내가 아내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아내의 어릴 적 이야기를 좋아해서이다.


나는 음악과 글을 좋아한다. 세상에 수많은 노래 중, 나의 마음속에 들어온 노래는 단순히 리듬이 좋아서, 가사가 좋아서 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노래를 창작하기 위한 과정, 즉 작곡가의 이야기를 공감했기 때문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서점에서 책을 사서 읽는 것보다 작가와의 대화에서 작가가 글을 적게 된 배경과 뒷이야기를 직접 듣고 소통할 때 그 글은 비로소 더 큰 의미를 부여받게 된다.


앨범 속에 색 바랜 사진,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낯선 멜로디, 동네 서점 한구석에 꽂힌 먼지 쌓인 책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지닌 채 공감과 소통을 해 줄 파트너를 기다리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버릴 존재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세상의 모든 것들에는 나름대로 존재의 가치가 있다. 메인에 오르지 못한 수많은 글들이 있지만 그 존재 자체만으로 소중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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