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이웃들

방콕 살림은 아빠가 해야 제 맛 (#11)

by 김자신감


오늘 아침 큰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좋아하는 게임과 아침식사까지 거르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어찌 안쓰럽지 아니할 수가 있겠는가. 아이들이 아프면 내가 아플 때보다 더 힘든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니. 평소에 항상 앉아있던 소파도, 배고프다며 간식 타령하던 떠들썩 한 부엌도, 집 전체가 정전인 듯 적막하다.


특히 태국에 온 지 10일도 지나지 않아 열과 몸살로 힘들어하니 괜히 와서 고생시키는 건 아닌지 미안스럽다. 한동안 아내와 나는 큰아이의 동정만 유심히 살핀다. 매일 싸우던 동생도 오빠가 걱정되는지 누워있는 침대를 조용히 빼꼼하게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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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 가장 힘들 때는 몸이 아플 때이다. 말도 통하지 않을뿐더러 우리의 병원처럼 좋은 시설과 신속하고 정확한 진료를 해주는 곳도 드물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험이 없다면 엄청난 진료비는 어찌 감당할지 서러움에 캄캄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힘들게 하는 것은 외로움이 아닐까. 몸은 약을 먹고 어찌 버티면 되겠지만 위로의 부재는 정신적으로 몸을 나약하게 만든다.


7월 28일은 태국 King's birthday로 휴일이다. 달력을 보지 않았더라면 평소와 다름없는 평일인 줄 알았을 것이다. TV를 보지 않는 터라 이곳 태국에 어떤 이슈들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조용하고 내색하지 않는 성품의 태국인 이웃들은 무엇을 하며 휴일을 보내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한국에서는 의도적인 무관심을 원했지만 태국에서는 가끔 의도적으로 관심을 받고 싶어 진다. 태국 이웃들은 낯선 한국인이 이사 온 줄 알고는 있는 걸까? 어찌 사는지 내심 궁금하지도 않은 걸까? 세상 무관심하던 내가 답답할 지경이다.


태국의 이웃들은 동물을 좋아한다. 개와 고양이는 기본이고 토끼, 원숭이, 코끼리거북, 거대한 물고기 등 집집마다 펫을 키우는 수준이다. 그중 가장 이해가 안 가는 점은 덩치가 큰 개들을 키우면서 목줄도 없이 풀어놓는다. 한 번씩 그것들이 싸울 기세로 짓는다면 등짝이 오싹할 때가 종종 있다. 사실 태국의 밤거리는 사람보다 들개가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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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면 집 나간 도마뱀들이 문틀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기 일쑤다. 아무리 틈을 막아도 덩치가 작은 도마뱀이 꼭 한 마리씩 집안에 들어와 특유의 '끅끅'대는 소리로 나의 수면을 방해한다. 아직 낯선 태국 이웃들. 특히 동물 이웃부터 친숙해져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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