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 3가지가 있다. 일명 3M으로 통용되는 Monopoly(독점), Money(돈), Military(군대)이다. 그중 여행자의 입장에서 피부에 와닿는 단어는 Monopoly(독점)이다. 독점이란 한 기업 또는 소수의 기업이 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지배적인 지위를 갖는 것으로 해당 분야에서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해 경쟁이 거의 없거나 없는 상태를 뜻한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가격을 자유롭게 정하고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소비자에게는 높은 가격과 낮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가능성이 높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듯, 처음 이용한 서비스는 습관적으로 계속 구매하게 된다. 특히 태국에서는 서비스 품질의 차이도 있겠지만 집과 가깝다는 것이 선택의 이유. 별생각 없이 저렴하고 불편함 없는 서비스, 게다가 접근성이 좋으니 애용했었고 지금도 변함없다. 이제 집 앞 세븐일레븐 편의점, 집 근처 대형 마트인 로터스, 인터넷은 트루 통신사 등 태국에 생활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로 자리 잡았다.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태국의 CP그룹이라는 것. 이 대기업은 음식, 도소매, 통신, 부동산, 자동차, 화학, 금융 8개 사업을 태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태국의 대기업은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진출해 있어 한국의 대기업과 유사하고, 비즈니스 영역을 세분화하고 서비스 대상별 유형을 명확히 하여 고객을 확보한다. 예를 들어 여러 개의 카페를 운영한다면 동일한 주제의 커피가 아닌 가격, 대상, 규모별로 구분하고 대량 구매와 공급을 통해 품질과 가성비를 높인다. 우연히 평소 즐겨 마시는 편의점 커피와 체인점 카페의 커피 맛이 비슷하다는 느낌에 연관 검색을 해 보니 브랜드 이름만 다를 뿐 같은 CP그룹의 계열사임을 알게 되었다.
All Cafe(세븐일레븐 편의점)
하루에 한잔씩 꼭 마시는 편의점 커피는 세븐일레븐의 All Cafe, 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라테를 즐겨 마신다. 거대한 20온스 벤티사이즈 보다 큰 22온스 사이즈의 커피를 40~45밧(1,500원~1,800원)의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All Cafe의 전문 바리스타가 블랜딩 한 원두를 만여 개 이상의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공급하며, All Time Great Taste란 슬로건으로 24시간 좋은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
정글 카페(로터스 go fresh)
로터스는 글로벌 유통업체인 테스코의 태국 브랜드로 로터스 go fresh는 편의점보다 슈퍼마켓에 가깝다. 세븐일레븐 편의점은 약국, 음식, 잡화, 카페 등 서비스 중심이라면, 로터스 go fresh는 대형마트의 도매제품을 소매로 판매하는 유통 중심의 소형 마트이다. 상호는 다르지만 정글카페란 이름으로 카페를 운영한다. 가격과 맛은 세븐일레븐 편의점의 All Cafe와 거의 유사하나 커피를 내려주는 직원의 숙련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트루카페(True Cafe)
CP그룹 계열 True 통신사에서 운영하는 커피 체인으로 약 30여 개의 지점이 위치하며 넓고 쾌적한 업무용 공간과 빠른 인터넷이 특징이다. 통신사 멤버십인 경우 전용 co-working space를 제공하여 충성도를 높인다. 트루카페는 대학생 및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중저가로 고품질의 커피와 디지털 플랫폼 공간을 제공한다.
이렇듯 같은 계열사의 다양한 카페가 있지만 주제와 대상이 겹치지 않아 이용하는데 결코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높은 비용으로 품질이 낮은 제품을 구매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독점의 문제점보다 대량 공급을 통해 고품질의 커피를 저비용으로 마실 수 있으니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반갑게 느껴진다. 하지만 소규모 자영업자에게는 좁은 골목 상권까지 점령해 버린 대기업의 자본이 그리 달갑지 않을 것이다.
며칠 전 과일주스를 맛있게 만드는 로컬 카페가 문을 닫았다. 버스 정류장 앞에 위치해 비가 오거나 더운 날 이면 한 번씩 들러 시원한 40밧짜리(1,600원) 땡모반 슬러시(수박주스)를 사 먹곤 했지만 결국 폐업을 하고 말았다. 배달을 주로 하는 소규모 점포로 지역 딜리버리맨도 더 이상 이곳으로 일감을 찾아올 수 없게 되었다. 폐업이 자주 들리지 못한 나의 잘못인양 죄책감이 든다. 목적과 용도에 맞게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지만, 그 책임을 골고루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란 반성도 해보게 된다. 편리함과 가성비를 따져 자본적으로 만들어 내는 커피 한잔보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은 로컬스러운 커피 한잔이 소중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