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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May 30. 2023

태국 방콕, 로스터리 카페의 바리스타들

살림남의 방콕 일기 (#129)


태국 방콕에는 커피 로스터리와 커피바를 함께 운영하는 카페가 늘고 있다. 태국의 커피산업은 점점 대형화, 전문화, 시스템화되고 있다. 워킹 스페이스의 책상까지 은은하게 퍼지는 원두의 고소한 향기를 따라 발걸음을 옮겨보니 얼마 전까지 비어 있던 공간에 거대한 로스터리 기계가 눈에 들어온다. 딱딱한 생두가 뜨거운 열에 가열되어 구워지는 소리가 우기철 장맛비 소리처럼 경쾌하다.


로스터리와 함께 운영하는 커피바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하고 로스터리 견학을 요청했더니 흔쾌히 허락한다. 새로 생긴 로스터리 카페는 5명의 전문바리스타와 10명의 실습생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다행히 로스터리 기계가 동작하고 있어 로스팅 과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8가지의 원두를 매일 라이트와 미디엄으로 로스팅해서 직접 운영하는 4곳의 협력카페에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때마침 몇 시간 전에 로스팅한 8개의 원두를 갈아 시음용 잔에 담아 품질 테스트도 진행한다. 바리스타와 실습생들이 함께 갓 로스팅한 원두를 갈아 유리컵에 넣고 필터 없이 물을 부어 떠오른 커피 찌꺼기와 거품을 제거한 후 시음용 스푼에 커피를 에스프레소 잔에 조금씩 덜어 맛을 본다. 그렇게 한 모금씩 8개의 커피를 시음 후 향과 풍미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진지하게 주고받는다.


참관만 하려 했지만 시음잔을 내어주며 품질 테스트에 함께 할 수 있었다. 갓 볶아낸 커피라 익숙하게 마시던 커피와는 달리 과일향이 진한 티처럼 느껴진다. 로스팅이 잘되서일까. 8종류의 싱글 오리진 원두와 자체 브렌딩한 아라비카 원두는 모두 맛과 향이 초보자도 확연히 구분할 만큼 다르다. 로스팅 후 2주가 지나야 로스팅된 원두의 크랙 사이로 가스가 빠져 제대로 풍미가 살아난다며 친절히 부연해 준다.


미리 주문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나오고 바리스타는 하우스 브랜딩 커피는 에티오피아, 케냐, 콜롬비아, 브라질의 4가지 원두를 혼합하여 아라비카만의 풍성한 풍미를 살려내려 했다며 바에 앉아 천천히 음미해 보라고 조언해 준다. 설탕과 우유가 들어간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가 아닌 커피 본연의 맛에 집중하다 보니 입안 가득 풍미가 더욱 풍성해지는 기분이다.


커피 로스터리 카페는 커피 본연의 맛뿐 아니라 커피가 구워지고 추출되는 전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데 의미가 있다. 아메리카노 커피의 한잔의 가격은 130밧(5,000원)으로 현지 물가대비 비싸지만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전문가로 직접 듣고 맛볼 수 있어 그 가치가 충분하다.


태국의 로스터리 카페는 로스터리 기계의 온도만큼이나 뜨겁다. 태국의 커피 시장은 규모적인 면에서 한국보다 지만 다양하고 실험적인 커피를 추출함에 있어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알려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그들의 커피에 대한 자부심과 철학이 진심으로 느껴진다. 단순히 "커피가 맛있다. 맛없다."란 범위를 벗어나 다양한 커피 맛을 경험하며 알아가는 과정이 진정한 커피를 즐기는 것이라 깨닫게 된다.


이제는 태국의 카페를 방문하면서 익숙한 맛보다 새로운 맛을 찾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대형 커피 체인점에 길들여져 이것이 커피 본연의 맛이라 착각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낯설기만 한 커피가 맛없는 커피가 아니라 모르고 있었던 진짜 커피의 맛이었던 것은 아닐까. 태국의 젊은 바리스타들은 오늘도 커피의 본질을 찾기 위해 수백 번 커피를 우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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