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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Aug 11. 2023

태국 치앙라이, 무료 시티투어의 비밀

살림남의 방콕 일기 (#166)


태국에서 무료로 시티투어를 시켜준다는 홍보물을 보고 "정말일까?"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에게 시티투어를, 그것도 트램을 타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니 여행보다 진위여부를 확인하고 싶었다. 치앙라이 무료 시티투어는 매일 오전 9시 30분과 오후 1시 30분에 2회 운영하며 맹라이왕 기념공원 인근에 위치한 여행자 정보지원센터에서 현장 접수 후 이용가능하다며 안내한다.


우기철 비수기 때문인지 맹라이왕 기념공원과 제1버스터미널 기존 2곳에서 1곳으로 축소운영되고 있었다. 트램의 운행 동선을 살펴보니 치앙라이 도심에 위치한 주요 유적지와 박물관 등 10여 곳을 2~3시간 동안 구경할 수 있다지만 큰 기대보다 도심을 트램으로 가볍게 한 바퀴 둘러본다는데 의미를 두어야 할 것 같다.


ㅇ 트램 시티 투어 세부 동선

- 치앙라이 제1버스 터미널 (미운영)

치앙라이 제1버스 터미널 → WatSanPaKoThaiYai(사원) → WatChiangYuen(사원)  → WatChetupon(사원) → Taiyuan Art Gallery(미술관) → WatMingMuang(사원) → Clock Tower(랜드마크) → Overbrook Memorial House(기념관) → WatPhraKaew(사원) → ChiangRai First Church(교회) → ChiangRai Food Center(홍보관) → 치앙라이 제1버스 터미널


- 맹라이왕 기념탑 (운영)

King MengRai Monument(기념관) → Queen Srinakarin Building(기념관) → WatPraSing(사원) → WatPraKeaw(사원) → WatDoiNgamMuang(사원) → WatDoiThong(사원) → WatMingMuang(사원) → Clock Tower(랜드마크) → Good Agriculture Practice Community Product Center(홍보관) → Tung & Kom Park(공원) → King MengRai Monument(기념관)


'원수에게나 추천한다는 땡볕아래 왕궁투어'의 무더움을 알기에 오후보다 오전 9시 30분 트램을 타보기로 했다. 선착순 현장 방문 신청으로 서둘러 오전 9시경에 맹라이왕 기념공원에 위치한 여행자정보지원센터 리셉션에 도착하였다. 홍보물과 달리 적막한 분위기에 시티투어 장소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10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멋진 오픈카형 트램 한대가 위풍당당하게 정류장으로 들어온다. 운전사로 보이는 직원이 리셉션 셔터를 올리고 현장접수까지 맡아하는 듯 "투어?"라고 묻는다.


투어를 하려면 신청서에 이름을 적고 9시 30분까지 최소 5명이 모여야 출발한다고 알려준다. 바그다드 사막의 카페 앞 정류장처럼 쓸쓸함만 묻어나는 곳에서 5명이 모이기는 힘들어 보인다. 트램 정류장 앞 인도 경계석에 쪼그리고 앉아 호객하듯 사람들을 기다려 보지만 5분이 흐르고 10분이 흘러도 아무로 보이지 않는다. 텅 빈 거리에 승객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뚝뚝(미니트럭 택시) 기사의 심정이 이러할까.


약속된 오전 9시 30분이 지나니 트램 가이드는 평일보다 주말, 오후보다 오전, 월~수요일보다 목~금요일에 승객들이 종종 온다고 귀띔한다. 이어 로컬 여행사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알려주며 넌지시 "오늘은 허탕이니 그만 돌아가." 하는 듯하다. 역시 태국에서 공짜를 바라는 것 자체가 요행을 바라는 것처럼 힘든 일임을 깨닫게 한다.


애초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작은 기대감은 있었다. 얻은 것 없이 빈손으로 되돌아가려니 허비한 시간과 택시비만 억울하다.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다."라는 진리만 몸소 체험한 것에 위안해야 할까. 치앙라이에 그대로 머물 것인가? 치앙마이로 왕국을 옮길 것인가? 고민했던 멩라이 왕 기념탑 앞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은 채 동상처럼 우두커니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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