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피난처 같은 카페가 있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이르거나 늦은 시간에도 누구를 기다려야 할 때에도 특별히 갈 곳이 없을 때나 갑작스러운 비에도 혼자 편안하게 커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카페를 나는 피난처 카페라 부른다.
게다가 커피까지 맛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다행히 아이들 학교와 집 사이에 내가 원하는 피난처 같은 카페가 있다. 아이들을 픽업해주고 돌아오면서 따뜻한 모카 한잔 마시는 것은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는 중요한 루틴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 카페가 무슨 일이 생겼는지 며칠째 문이 닫혀 있다. 왠지 마음속 피난처가 무너져 허전한 기분이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목이라 마음에 드는 카페도 없을뿐더러 이곳처럼 아침 7시 30분에 오픈하는 부지런한 카페도 드물다.
커피 맛도 한약처럼 쓰면서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싼, 이름만 카페인 곳도 많다. 사실 태국의 커피는 대체로 시럽을 많이 넣어 달고, 커피를 많이 태웠는지 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처음 가는 카페에는 대부분 라테를 시킨다. 커피가 쓸 경우 우유가 쓴맛을 잡아주고 무지막지하게 달달한 시럽 폭탄도 없으니 웬만하면 라테는 실수가 없다. 태국의 카페는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기 때문에 더운 낮 걸어가며 먹는 게 아니라면 뜨거운 커피도 좋은 선택이다.
또 아이스의 품질도 못 믿을뿐더러 카페에 앉아서 먹다 보면 춥고 천천히 마시다 보면 얼음이 녹아 한강 라테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스라테보다 가격까지 10~20밧 정도 저렴하니 무조건 핫 라테를 선택한다.
요 며칠간 피난처 카페의 모닝 모카를 먹지 못해 아쉽지만 집 앞 편의점 내 카페 핫 라테가 가성비 좋은 맛을 낸다. 가격은 35밧(1,400원)에 나름 우유와 커피가 잘 조화를 이룬다.
아내와 함께 먹을 핫 라테 2잔(2,800원)과 도넛과 브라우니(1,000원)를 사니 100밧(4,000원)도 안된다. 커피는 맛도 향도 중요하지만 가격도 큰 영향을 주는 것일까? 아쉽게도 피난처 카페의 커피는 아니지만 아내와 마시는 라테가 유난히 달콤, 고소, 쌉싸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