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우리 가족의하루는 오전 5시부터 시작된다. 출근 시간 트래픽 잼을 피하기 위해 아내는 오전 6시 집을 나선다. 이어아이들을깨우고아침을 간단히 먹인 후 7시 30분까지 학교 픽업을 마무리한다.
분주한 아침이지만 태국 사람들은 우리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다. 오전 7시 나름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길거리 식당에서는지글지글 팟타이볶는 냄새와딸그락 거리는웍질 소리로시끌하다.
아이들을 픽업한 후 걸어오는 길, 오픈했다면 꼭 들리는 카페에서 모카를 주문한다. 내가 항상 첫 손님이라 에스프레소 기계를 히팅 하는데 10분이 걸린다.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는 첫 잔을 받기 위해 10분쯤이야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이곳의 모카는 사랑이다. 컵 가득 넘치도록 커피를 채워주기 때문이다. 사랑이 넘치는 모닝커피와 함께 쓰는 글은 참 기분이 좋다.
그렇게 1시간 커피와 글을 적고 한적한 집으로 걸어간다. 사실 이른 아침부터 휑한 집에 들어가기 외로워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것 아닐까. 아침을 일찍 시작한 덕분에 집에 도착해도 오전 9시가 되지 않는다. 아침 설거지와 청소기로 바닥을 대충 밀고 오늘 일정을 짜 본다. 글감을 찾기 위해인터넷 검색을 통해 소재도 찾아보지만 잘 떠오르지 않는다.
글감을 정하지못하면 급한 마음에 시간 쫓기듯 집을 나선다. 무작정 길을 걷다 보면 떠오르는 글감이 있기 때문이다.특히 버스는 나에게 무한한 영감을 주는 도구이자 장소이기에 가끔 목적지 없이 버스를 타기도 한다. 어느 나라던 버스처럼 서민들의 삶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슬픈 얘기지만사실 택시나 도시철도는 비싼 요금 때문에 태국의 일반 서민들은 잘 이용할 수 없다. 에어컨 없는 8밧짜리 버스는 진정 서민들의 고단한 발이다. 그런 버스에 나 같은 외국인이 타는 것도 저들에게는 유난스러울지도 모르기에 항상 조심스럽다.
그렇게 오후가 지나면 저녁은 아이들을 위한 시간으로 채워진다. 저녁거리를 위해 마트의 물건을 글감 뒤지듯 살피고 찬거리가 정해지면 글을 쓰듯 요리를 한다. 글이 잘 써지는 날이 있으면 안 써지는 날도 있고. 요리가 생각보다 잘된 날이 있으면 안 되는 날도 있다.
오후 6시 가족이 한자리에 둘러앉아 소박한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으며 각자의 오늘 하루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큰 재미. 큰아이는 단편소설처럼 가독성이 좋아듣기 편안하고,작은아이는 장편소설처럼 구성이 치밀해 흥미진진하다.
이제지루한 아이들 학교 숙제까지 마무리되면 오후 10시쯤불이 꺼진다. 장편 같은 긴 하루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편 같은 짧은 한 달이다. 그렇게 또 소설 같은 태국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