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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Sep 16. 2022

태국 서민들의 음식, 치킨라이스

방콕의 먹거리 (#09)


오랜만에 점심 혼밥 하기 좋은 날이다. 아내는 출근, 아이들은 학교, 집안일도 대충 해놓았기에 모처럼 편안한 마음이다. 아침에 작은아이가 먹다 남은 계란 간장밥이 오늘 먹은 식사의 전부라 점심 종류는 밥이 당긴다.


오늘 방문할 식당은 구글 평점 4.3에 리뷰가 800개 이상으로 폄점에 평가인원도 엄청나다. 인기 시간대를 조회해 보니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로, 바쁘지 않을 시간대인 2시 이후에 방문하기로 한다. 이곳은 치킨요리 전문점이긴 하지만 혼밥 하는데 여러 메뉴를 시킬 수 없기에 없어 가장 기본인 치킨라이스로 선택.


햇살이 구름에 가려 그늘이 졌다 안 졌다 하는 아주 이상적인 날씨. 어제부터 비가 않은 터라 미루어둔 비를 뿌리지 않을까 걱정이지만 식당가는 길 앞에서는 언제나 위풍당당하다. 식당을 갈 때는 내 발걸음보다 항상 흥분과 기대가 나를 앞선다.




식당 분위기

대도로가에 위치한 치킨집은 멀리서부터 힘이 느껴진다. 거대한 목성 주변에 여러 작은 행성들이 돌고 있듯 그 주변에서 거대한 중력이 느껴진다. 아예 라이더들이 그 주변에 끼리끼리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다. 자전거를 끌며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저씨도, 제때 식사를 못한 직장인들, 다양한 서민들이 모여 앉아 늦은 점심에 집중하고 있다.


평범하게 봐왔던 식당 규모를 넘어선다. 일하는 사람만 대충 봐도 10명이 훌쩍 넘는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에어컨 방으로 종업원이 잘 안내해주신다. 종업원이 많다 보니 서비스도 좋다. 에어컨 방과 일반 홀 2가지로 나뉘는데 늦은 점심시간이라 에어컨 방에도 여유가 있다.  


가게 입구에는 큰 주방이 위치한다. 튀겨진 닭들이 전면에 보이도록 전시해놓았다. 일반 치킨 음식점은 2마리 정도가 통상적이나 이곳의 회전율을 짐작하게 한다.


가게 주인이 직접 옆에 서있으며 직접 관리하고 있어 위생상태도 나빠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도의 규모면 튀기기 바쁘게 소진될 터니 위생문제는 자연히 해소된다.


태국의 음식점도 홀에 들어오면 음료를 주문해야 한다. 물론 생수를 사가도 되긴 하지만 무료 물을 제공하지 않는 곳이면 식당에서 파는 음료를 선택한다. 사실 태국 로컬 식당에서 사 먹는 음료는 대략 10~20밧 사이로 합리적인 가격이다.



치킨라이스

치킨전문점이긴 하지만 오리도 같이 요리를 하고 있다. 입구에 있는 메뉴를 구경하고 있는데 종업원이 나와 친절히 응대해 준다. 일반적인 치킨라이스의 가격은 최소 50밧(약 2,000원)부터 시작한다.


식당에 오기 전부터 치킨라이스로 정해놓은 터라 고민하지 않고 튀긴 닭고기와 삶은 닭고기를 함께 올려주는 MIXED 치킨라이스 60밧(약 2,400원)으로 주문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태국 음식점에도 자리에 앉으면 기본적으로 음료를 같이 주문하는 분위기다. 매일 물 (10밧, 400원)이나 콜라(12밧, 480원)를 먹다 오늘은 새롭게 타이티(15밧, 600원)를 주문해보았다.


자리에 앉음과 동시에 나오는 음료, 맛을 살짝 보니 무한의 단맛이 식전 흥분되어 있는 미각을 마비시켜버린다. 앞으로는 무조건 물 또는 콜라를 시키는 것으로... 음료로는 무모하게 도전하지 않는 걸로...


바로 이어 나오는 치킨라이스. 하지만 내가 주문한 튀긴 닭과 삶은 닭 MIXED 치킨라이스가 아닌 FRIED 치킨라이스로 잘못 나왔다. 태국에서는 흔한 일로 이제는 그런가 하고 주시는대로 먹는다. 백반집 스텐 공깃밥의 1.5배의 양에 튀긴 닭고기가 6~7조각 가득 덮고 있다. 이게 50밧(약 2,000원) 이라니 가성비가 훌륭하다.


소스는 스위트 칠리소스, 데리야끼 소스, 피시소스 3가지 종류이나 친절하신 종업원께서 칠리소스로 추천해 주신다. 튀긴 닭고기에 칠리소스는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다. 맛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맛이지만 튀겨도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다. 닭 특유의 비린맛과 잡내가 나지 않고 육즙이 잘 배어 나온다.


밥은 그냥 쌀밥이 아닌 닭 육수에 밥을 지은 듯 익숙한 백숙 맛이 연하게 배어 나온다. 그냥 밥만 먹어도 간이 배어있어 먹을 수 있다. 이 밥 위에 김치만 더해진다면 정말 훌륭한 한 끼가 될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함께 나온 수프. 그냥 묽은 뭇국 같이 보여 한입 맛보니 닭백숙 국물을 물로 희석하여 밍밍해진 맛이다. 하지만 50밧의 치킨라이스에 따뜻한 수프가 나온다는 것 자체에 감사해야 할 일이다.


닭고기는 퍽퍽하지 않아 밥과 잘 어울리며 함께 나온 치킨 수프에 밥을 적셔먹으니 술술 잘 넘어간다. 배의 양이 줄은 걸까 밥의 양이 많았던 걸까. 도저히 다 먹지 못하고 조금 남겼다.


극한의 단맛을 보여준 타이티의 얼음이 녹아 희석되었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모금해보니 아직도 단맛이 얼얼하다. 그리고 저 얼음들의 정체를 신뢰할 수 없어 아이스티는 거의 다 남겼다. 태국에서는 식당 음료는 무조건 물이나 콜라로 가는 것으로 공식화해버린다.



마무리


▶ 맛 : 튀긴 닭의 느끼함보다는 튀김옷이 얇아 담백하고 육즙이 많아 퍽퍽하지 않음. 닭 특유의 비린맛이나 잡내가 나지 않음. 마늘이나 생강향이 강하지 않아 아이들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맛


▶ 가격 : 맛도 맛이지만 가격 멋집이다. 치킨라이스 기본 단품이 50밧(2,000원)으로 치킨 수프와 함께 나온다. 남녀노소 가격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이 가장 큰 장점


▶ 위생 : 20명 가까이 되는 종업원만으로 손님의 수를 짐작할 수 있다. 오픈된 주방에는 쉴 틈 없이 고기를 튀기고 썰어내고 있다. 재고 소진율이 높아 자연적으로 위생도도 높아진다.  


▶ 정리 : 태국에 방문해 맞지 않는 음식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추천하는 음식. 마늘과 생강향이 진하지 않은 연한 닭백숙의 맛으로 아이들도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익숙한 맛이다.


튀긴 닭고기와 쌀밥은 퍽퍽하지 않고 충분히 조화롭게 어울리며. 함께 나오는 치킨 수프와 밥을 함께 겉 드리면 50밧(2,000원)으로 고단백의 훌륭한 한 끼가 채워진다.


50밧짜리 치킨라이스에 글이 너무 길었다. 치킨라이스는 태국 음식은 아니지만 하루벌이가 쉽지 않은 태국 서민들의 소중한 한 끼가 되어주는 훌륭한 음식이다. 최근 많이 오른 물가가 부담되지만 아직 기본 치킨라이스가 50밧으로 서민들의 힘이 되어 주는 현지 로컬 식당들이 더욱 번창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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