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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신감 Oct 19. 2022

태국 방콕 로컬의 주말 오후 풍경

살림남의 방콕 일기 (#47)


이제 아이들도 태국 생활이 적응이 되었는지 주말에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스스로의 시간을 가지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고양이 마실 나가듯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집 밖을 오고 가고, 아내는 일이 많은지 주말인데도 업무용 노트북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이지만 이제는 자신들의 삶을 위해 각자의 경계를 쌓아 나가는 중이다. 가족끼리는 따로 떨어져 있어야 제 맛이라는 말이 맞아떨어지는 요즘이다.


매주마다 아이들과 함께 가는 방콕 현장 체험 학습은 자연스럽게 물 건너가고 나 혼자 방콕의 주말 거리를 걸어보기로 한다. 일이면 직장인들로 넘치던 거리는 토요일 오후라 한산하다.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가고 있지만 평소에 가보고 싶었지만 붐비는 사람들로 가보지 못했던 카페가 문득 떠오른다. 설마 주말 오후에도 일에 빠진 직장인들이 있지는 않겠지.


예상대로 그 넓은 자리가 텅 비어 있다. 대학 때 밤늦게 까지 공부하며 텅 빈 중앙도서관의 책상을 보는 기분이다. 모처럼 느껴보는 자유로운 여유. 그렇게 3시간을 앉아 글도 쓰고 노래도 들으며 커피도 한잔하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런 여유로움이 올 때면 내가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불안감이 같이 엄습해오며 짧은 단잠의 꿈에서 깨어버린다. 정신이 드니 배가 고파온다.


그러고 보니 점심때를 놓쳐 근처 가게에서 쌀국수를 시켜 먹는다. 점심 사람이 없는 토요일인데도 국숫집 직원들은 지나가는 손님을 끄느라 열심이다. 식당 안은 음식을 만드는 지글거리는 소리와 솥의 열기, 도로 앞 소음과 매연을 뿜으며 지나가는 차량의 열기가 더해져 에너지가 폭발하듯 넘쳐난다. 거친 보드카 한잔을 한 번에 목에 털어 넣듯 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다시 거리를 나선다.


가을 방콕의 하늘은 여전히 구름이 많다. 걷기 좋은 날씨. 갑자기 태국의 현지 사람들의 주말 오후가 궁금해져 골목길을 찾는다. 오후 3시 방콕의 토요일 한낮은 한산하다. 평소 붐비던 음식점도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그 옆 카페 사장님도 가족을 기다리는 듯 문 앞에 서성 된다. 공터 시장 상인들은 태국 가요를 크게 틀어놓고 손님은 없어도 즐거운 토요일 저녁을 맞이하려는 듯 흥겨워 노래도 부른다.


길가 노포의 주인아주머니와 딸은 한가한 틈을 타 의자를 내어놓고 평소에 미루어 놓았던 머리 염색을 하고 있다. 근처 랍짱들은 모처럼 여유로운 주말 오후를 해먹에 누워 단잠에 빠져 있다. 고양이 두 마리가 평화로운 분위기에 취해 길에 앉아 편안하게 서로의 털을 정리해 주고 있다. 태국의  주말의  로컬 골목길, 각자가 서로의 경계를 지켜가며 그렇게 평화로운 주말 오후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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