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7/13일
아침부터 스카이다이빙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내일 날씨 예보가 좋은데 내일 할 수 있냐고 ㅠ.ㅠ
너무 아쉬웠다 정말.
내일은 엘 칼라파테로 이동을 해야 하니 당연히 할 수 없었다.
뭐 덕분에 오늘도 여유 넘치게 조식을 먹었다.
커피 두 잔, 둘세 데 레체 잼, 과일까지 야무지게.
이 맛있는 조식을 내일 아침에는 못 먹는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오늘은 원래 스카이다이빙을 하려고 했던 날이라 일정이 없었다.
그래서 천천히 도시를 둘러보기로!
밖에 나오니 날씨가 꽤 쌀쌀했다.
미리 알아두었던 공원(하르딘 하포네스)을 가려고 했으나, 밖을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쌀쌀해서 El ateneo 서점으로 향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왔으면 이곳에서 사진 한 장은 있어야지~
(스카이다이빙 했으면 필요 없긴 했다...)
버스로 15분? 정도 갔을까 서점에 금방 도착했다.
서점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예뻤다.
옛날 원형극장 모양을 그대로 살려 뒀고, 지하부터 3층까지 많은 책, LP, CD, DVD 등 구경거리가 많았다.
유명 관광명소답게 관광객들이 많았다.
관광객이 많아서 조금 기다렸다가 기념사진을 남겼다.
엄마, 아빠도 서점의 분위기가 좋은 듯했다.
점심시간이 일러서 카페에서 잠시 머물기로 했다.
카페는 원형 극장의 무대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빠랑 이렇게 카페에도 있다니.
여행이라는 것이 이렇게 특별하구나.
에스프레소 1잔, 비엔나커피 2잔을 시켜도 만원!!
가격이 착하다.
편하게 앉아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다시 거리를 나섰다.
점심은 향이 강한 음식을 힘들어하는 엄마를 위해 샐러드, 주먹밥 파는 곳을 찾아 뒀었다.
일단은 그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거리를 걷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ABC 마트 같은 곳을 지나고 있었다.
아빠의 신발 밑창이 떨어져 (편한 신발을 신고 왔는데 하필 해외에서 ㅠㅠ) 본드로 붙인 상태였는데, 신발가게를 보니 빙하 투어 가기 전에 사고 싶으셨나 보다.
엄마와 나는 고민하지 말고 들어가 보자고 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매우 만족스러웠다.
직원은 너무 친절했다.
아빠를 위한 신발을 산다고 했고, 아빠 바람막이에 적힌 고어텍스를 가리키자 바로 알아듣고 워터프루프 트레킹화를 추천해 주었다.
가격은 암환전 계산으로 9만원 조금 넘는 돈!
페소로 몇 장 내었더라..
이제 손가락에서 지폐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
아빠가 너무 행복해하셨다.
무겁지도 않고 발도 편하다며 (이 신발은 빙하투어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만족!
새 신을 신고 뛰어 보자 팔짝! 은 못하지만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샐러드 종류도 많지 않았고, 주먹밥도 자세히 보니 다 떨어지는 쌀알이었다.
엄마는 내키지 않는다며 나가자고 하셨다.
거리에 식당 많으니, 아무 곳이나 들어가기로 했다.
사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피자가 유명하다.
소 > 고기 > 우유 > 치즈
엄마, 아빠가 피자를 좋아하지 않아서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걷다가 그냥 괜찮아 보이는 파스타, 피자 레스토랑을 들어갔다.
엄마, 아빠도 적당히 손님도 있고 가게도 깨끗해 보인다며 찬성하셨다.
오예!!! 나중에 구글 지도 찾아보니 평점이 꽤나 높은 곳이었다.
파스타 1 샐러드 1 마르게리타 1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화덕피자!
빠질 수 없는 와인도 한 병 시켰다.
포도 품종을 잘 알지 못해 처음으로 화이트 와인을 마시게 되었다.
(말백, 카베르네 와인이 없었다.)
화이트 와인이니 역시나 달달하니 맛있지.
엄마, 아빠는 파스타에 신라면 가루를 비벼 드셨고 나는 피자 두 조각! 와인!
한국에서는 절대 눈길도 주지 않는 파스타와 피자를 드시는 아빠라니 ㅎㅎ
또또또 행복의 나라다.
아빠와 나의 평화의 시간.
신발을 산 아빠는 더 행복하고, 엄마도 입맛에 맞으셨는지 잘 드시고!
그런 엄마, 아빠를 보니 나도 너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오늘도 평화와 행복의 점심 식사를 마쳤다.
(with 와인)
비록 스카이다이빙은 하지 못했지만,
덕분에 아빠의 신발을 샀고 행복했다.
역시! 다른 즐거움은 언제나 있지!
점심을 먹고 1시쯤 되자 날이 많이 풀려서 걷기로 했다.
15분 정도 걸으면 레콜레타 묘지가 있었다.
술을 마셔서 덜 추웠나?
배도 부르고 예쁜 거리를 걸으니 15분이 금방 흘렀다.
(팔레르모 지역 쪽은 유럽 같은 분위기가 났다.)
레콜레타 묘지... ㅠㅠ
스카이다이빙에 이어 또 실망..
입장료가 생겼다.
분명 관광 책에도 인터넷에도 입장료 얘기는 보지 못했다.
아마도 내가 제대로 찾아보지 않았겠지만 흠,
심지어 입장료가 오로지 카드로만 계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빠른 포기를 했다.
아쉬웠지만 이미 주변 분위기와 하늘, 나무, 공원이 모두 예뻐서 구경하고 사진 찍고 시간을 보냈다.
** 나중에 이야기 들었는데 입장료 받은 지 1년이 넘었고 레콜레타 묘지는 꼭 봐야 한 단다.
그만큼 구경할 가치가 매우 크다고!!
(미안해 엄마, 아빠 _ 그냥 카드 쓰면 되는 건데!!! ㅠ.ㅠ 너무 후회된다.)
사진을 찍고 이곳저곳 구경을 하던 중, 아빠의 화장실 주의보가 울렸다.
노상 방뇨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물어물어 쇼핑센터 화장실로 향했다.
급하게 볼일을 보고 산마르틴 광장으로 이동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SUBE 카드 최고다.
그런데 아빠...? 응? 15분 정도 이동해 내렸는데 내리자마자 또 화장실을 찾으신다.
술에 박수를 보낸다.
다행히 눈앞에 기차역이 있어서 서둘러 들어갔다.
아빠는 화장실을 서둘러 가시고, 엄마와 나는 근처에서 기다렸다.
** 이 역은 'Estacion Retiro 레티로 역' 이었다. 1915년에 지어진 역으로 역사가 깊은 곳이었다. 또한 건축 적으로도 인정받는 건물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냥 지나칠 뻔한 이런 곳을 아빠의 화장실 덕분에!!
(ㅎㅎ 여행은 행복하니깐)
기차역에 놓인 피아노에서 자유롭게 연주를 하고 있는 남학생을 보았다.
멋있었다. 엄마랑 넋을 놓고 봤다.
아빠가 화장실 다녀와서 나가자고 하는데 계속 구경을 했다.
이래서 나도 1~2곡 연습해 오고 싶었는데!!!
나도 멋있게 연주하고 싶었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아쉬웠다.
작은 공연은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엄마랑 둘이 서서 학생과 눈도 마주치고 박수를 보내줬다.
역의 바로 앞쪽에 있는 산 마르틴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은 크지 않았다.
예쁜 풍경과 울창한 나무들로 쉬기 좋은 곳이었다.
(여기 나무들은 엄청 크고 오래된 듯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들판에 누워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만큼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하늘이 예뻐서 사진 찍고 놀다가 천천히 걸어서 호텔로 향했다.
스카이다이빙 무산으로 대~충 부에노스아이레스 구경을 했지만 그래도 셋이 나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는 꼭 먹어보고 싶었던 맥도널드 둘세데레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아빠는 그냥 가자고 하셨지만, 굴하지 않고 엄마랑 하나씩!
맛있다. 왜 오늘에서야 먹은 거지 ㅠ.ㅠ
호텔에서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먼 곳을 다녀온 것도 아닌데 생각보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저녁은 미리 찾아 두었던 동네 맛집으로 향했다.
호텔에서 가깝게 있어서 고민하지 않고 갔다.
메시의 단골 스테이크 집은 조금 멀리 있었기에 결국 가지 않았다.
동네 레스토랑은 이미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너무나도 유명한 가성비 맛집이었다.
실제로 한국인을 3 테이블이나 봤다.
레스토랑에 도착해 자리를 안내받았다.
무엇인가 쌀쌀맞은 이 느낌. 메뉴판만 휙 주고 점원은 떠났다.
메뉴를 고르고 점원이 언제쯤 오나~ 기다렸다.
마침, 옆 테이블을 치우러 왔다.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주문을 하겠다고 불렀다.
메뉴를 시키는데 갑자기 점원 언니가 (그 쌀쌀맞았던) 갑자기 활짝 웃었다.
그러더니 엄청 리듬감 있게 내 등을 살짝 치면서 '너 스페인어 너무 잘하는데?' 칭찬해 줬다.
나는 그 언니의 리듬감에 빵 터지고 말았다.
같이 크게 웃었다.
엄마, 아빠는 '왜?'라며 물었고,
'이 언니가 나 스페인어 너무 잘한데' 라고 하자
다 같이 웃으셨다.
솔직히 처음 가게에 들어설 때 쌀쌀맞은 느낌에 처음으로 남미의 불친절을 맛보나 싶었다.
그런데 스페인어로 음식을 시키고 질문을 하고 알아들으니 태도가 완전히 바뀐 느낌이었다.
메뉴 좀 시켰을 뿐인데 ㅎㅎ
** 이럴 때 스페인어를 배워온 것이 스스로 너무 뿌듯했다. 여행을 하면 기본적인 인사말 정도만 알아가는데, 이렇게 조금 더 배워오니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현지인들과 조금 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와인 메뉴를 물어보자 언니가 너무 친절하게 이것저것 추천해 주었다.
그래서 언니의 추천으로 와인을 시켰는데,
그 와인이 없다며 다른 와인을 가지고 와서 '일단 이거 맛봐봐'라고 하며 추천을 해주었다.
세상에 이렇게 친절할 수가 ㅎㅎ
1인 1 등심, 와인 1병.
또다시 너무나도 행복하다.
아빠와의 평화의 시간.
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안 싸웠어!!!!
세상에, 얼마나 평화로웠던 것인가.
너무 맛있었다.
아르헨티나는 스테이크가 최고다!!
너무나도 행복했고, 와인 한 잔에 기분도 좋았고, 시간도 여유 있었다.
그렇게 천천히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갑자기 엄마가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를 하는데 셋 다 눈물이 고였다.
나랑 아빠는 술이라도 마셨지, 엄마는 정말 왜 이러는지 ㅎㅎ
외국에서 주책이다.
팁까지 넉넉하게 준 금액이 19000페소 39달러!
1인 1 스테이크에 이 가격이라니.. 감동의 가격이다 정말.
비록 기대했던 스카이다이빙은 하지 못했지만,
그래 이건 한국에서도! (비싸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할 수 있으니!
다음 기회를 다짐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이 도시 미쳤다.
왜 이름이 '좋은 공기'인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알았다.
제발 나 좀 여기 버려 줘 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잘 살 수 있을 것 같아
엄마, 아빠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 스카이다이빙이나 레콜레타 묘지가 너무 아쉽고 속상하다.
그래도!! 인생 모르는 거니깐 ㅎㅎ
우리 다음을 기약해 보자!
부에노스아이레스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