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 걸음씩 나아가는 걸까?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by 오현정

** 크리스마스를 한 달도 전부터 준비를 한다. 예쁘게 꾸민 마당!인데 아직 꾸밀게 남았단다 ㅎㅎ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즐길지 더욱 궁금해진다!


캐나다에 온 지 한 달이 넘었다.

무엇을 했을까?

영어는 늘었을까?


음....

차근차근 하나씩 해 나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응??? 휴.. 불안감을 없앨 수는 없다.


아마도 이 불안감은 ‘직원’이 될 때까지 계속되겠지?

지금은 그저 ‘아르바이트생’ 일뿐이니.


한 달.

영어학원을 다니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원치 않게 한국인 초밥집에서 일을 하게 되었지만

(일식집인데 사장이 한국인 부부다. - 원치 않았고 원치 않는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돈을 벌 수 있는 것에 감사하기로!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캐나다에 오면서 계획했던 것들을 차근차근 하긴 했다.


홈스테이 집에서 지낸 지도 한 달이 되었다.

처음에는 조금 비싼 가격에 구했나 싶었다.


하지만!

다운타운이 가깝고,

캐나다 사람들의 문화를 배우고 있고,

내 모든 걸 말할 수 있는 셰퍼트 두 마리가 있고,

꽤 널찍한 방이 있고, 싱글침대 두 개를 쓰고,

밥이 맛있고 (주인아저씨 셰프 출신!)

동네가 안전하고 예쁘고,

세탁기, 건조기, 청소기, 주방용품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이제는 전혀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이 집에 언제까지 살아야 하는 걸까

살 수 있을까? ㅡ라고 생각하는 게 맞나?


불안한 하루하루가 계속되는 기분이지만

그래도 벌써 한 달이 지났고,

사람들을 만나고 일자리도 구했으니

어느 정도 적응해 나가는 중이겠지.


오늘 아침에는 정말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버스를 타니깐 버스 기사 얼굴도 알고,

같이 타는 몇몇 승객의 얼굴도 알게 되었다.


오늘 아침에도 같은 시간에 같은 버스를 탔는데

무슨 일인지 버스 기사 아저씨 한 분이 버스 운전석 뒷자리에 앉아 계셨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내가 버스를 타자 나에게 앉으라며 자리를 양보해 주셨다.

그리고 버스 뒤쪽에 자리가 나서 이동하려고 하자 아저씨는 괜찮다며 앉아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내일 때가 되자 아저씨가 먼저

'다음이지?'라고 얘기하셨다.

!!! 역시, 나를 알고 계셨다.


한 달 정도 되니깐 내 얼굴을 알아봐 주는 사람이 생겼다.

누군가에게는 별 일 아닌 아주 사소한 일 일수도 있지만,

타지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특별한 일이었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다.

하늘도 오늘따라 어찌나 이뻐 보이던지,

가는 길에 사진도 찍었다.

학원을 향하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캐나다에 와서 좋은 일만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굳이 안 좋은 이야기를 말하고 싶진 않다.

음... 널리 알려야 할 만큼 나쁜 일도 아니고,

그냥 나의 선택에 책임이 따를 뿐이다.


그 선택이 나에게 엄청 좋진 않았지만, 어쨌든 이겨내고 있다.

감당해 내는 중이다. 여기까지 온 마당에 무엇이 더 어렵겠나.

그냥 사는 거지. 살아가는 거지.


그렇지만 사소한 사건(?) 하나가

그래도 내가 착하게 잘 살았구나! - 를 느끼게 해 줬다.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한 나의 일상생활에 버스 기사 아저씨가 큰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앞으로도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다!


초콜릿, 사탕 준비해 뒀다가 만나게 되는 날 드려야지! 굿모닝


잘 살고 있는 거겠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