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하지 않으면, 번아웃이 찾아온다.
예전부터 SNS에는 종종 이런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 특징
1. 자기만의 선이 정해져 있음
2. 감정낭비보다 관계를 끊는 게 낫다고 생각
3. 선 넘으면 화내고 싸우는 게 아니라 짤 없이 손절
4. 손절하기 전까지 참고 참고 또 참음
5. 배려 없고 막무가내인 사람을 싫어함
6. 손절할 때는 신중하게 그러나 깔끔하게
7. 떠난 옛사람에 미련 1도 없음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는 나만의 선이 있고 그 선을 넘는 순간
손해를 보더라도 그 사람을 포함하여 조직까지 손절한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나의 선을 넘으면 계속적으로 신경이 쓰이고
신경이 쓰이면 몸과 정신적으로 망가지는 걸 방지하고자 생존본능으로 그러는 거 아닐까?
몇 년 전 새로운 부서로 변경되었는데, 그 부서에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선배가 한 명 있었다.
처음 맡는 데이터 관리 직무가 헷갈려 실수를 많이 범하였고 이로 인하여 꾸중을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일에 대해서만 비난을 하였다.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데 데이터가
잘못되면 모든 걸 다시 해야 한다.
신중하게 하자'
이때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계속되는 실수에 그 선배의 짜증은 점점 늘어갔고 비난의 방향이 나로 향하는 게 느껴졌다.
내가 아무런 변명하지 않고 '죄송합니다'라고만 대답해서 만만하게 본 걸까?
'이 직무가 아니라고 생각 들면 빨리 손 들고 다른 데 가라.
남에게 피해 주지 말고'
'회사 10년 차인데 이런 것도 못해? 지금까지 뭐 했냐?'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열불이 났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의 실수로 인한 것이니 내가 잘못한 게 맞다.
조직 입장에서 보면, 내가 여기가 맞지 않는다면 손들고 떠나 주는 게 조직에게 이롭다
나보다 더 능력 있는 직원이 온다면 더 원활하게 운영이 될 것이다.
그리고 회사는 교육받는 곳이 아니고 실적을 증명해야 한다.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의 인격까지 짓밟히면서 이 조직에 있어야 하는 게 맞을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조직의 팀장과 상담을 했지만,
본인이 젊었을 때는 더 심하게 인격모독을 당했다고 하면서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하는데
정말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아침에 출근을 하려고 일어나면 아무런 기운이 없고
아침에 그 선배를 보게 되면 스트레스가 몰려왔고
선배가 나를 부르면 식은땀이 흘렀다.
이렇게 숨 막히게 매일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6개월을 보내니, 찾아올게 오고 말았다.
나는 번아웃이 찾아왔다.
퇴근하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멍하게 의자에 앉아 비난받는 일만 떠올렸다가
밤 12시에 잠자리에 누웠고 새벽 2가 지나야 겨우 잠이 들었다.
정말 내가 살면서 제일 힘든 순간이었다.
그런 나를 옆에서 지켜보던 와이프는
매일 함께 울어줬고 너무 힘들면 회사를 그만두라고 다독여줬다.
본인이 일을 하니까 생활은 걱정 말라고
와이프에게 정말 고마운 순간이었다.
이런 와이프를 얻었다는 게 정말 큰 행운이다.
수줍은 나에게는 직장 내 딱 한 명 따르는 선배가 있다.
그 직장선배는 나를 데리고 잠실의 어느 음식점에 들어갔고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 무엇으로도 치유되지 않을 것 같은 나의 마음이 점점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사람으로부터 힘든 점을 사람으로 치유하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마음이 치유가 되니,
마음속으로 그 사람을 손절할 수 있게 되었고 조직마저도 손절할 수 있게 되었다.
정작 힘들 때는 손절할 힘도 없다.
하지만 회사에 있는 동안 계속 업무로 인해 계속 만나기 때문에 100프로 손절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일하는 관계정도만 유지하고 절대 정을 주지 않는다.
이렇게 하고 나니,
나의 마음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