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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J 직장인] 나는 회귀물 웹툰을 좋아한다.

좋아한 웹툰을 끊게 된 이유

by 암띤아빠
나는 어릴 적부터 만화를 너무나도 좋아했다.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한테 받은 용돈을 가지고 만화책대여점에 가서

1권, 2권 대여하는 게 나의 행복이었다.

접지전사, 아이실드,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등 제목만 들어도 설렌다.


전날 빌린 만화책을 교실에 가지고 가서

수업시간에 책으로 가리거나, 서랍으로 몰래 보는 재미는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또한 내가 다 보고 나면, 다음 볼 사람의 예약순서로 전달이 되고

학교가 마칠 때면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온다.

그렇게 1권으로 우리들은 행복했다.


보통 시험이 끝나고 나면 어머니께서 수고했다고 5000원을 주신다.

나는 5000원을 주머니에 넣고 자전거를 끌고 만화책대여점으로 가서

내가 좋아하는 만화 일체를 빌려

자전거 양쪽에 만화책이 든 비닐봉지 매달고 놓고 웃으면서 집으로 온다.

특히나 겨울이면 따뜻한 장판에 들어가 귤을 까먹으면서 만화책을 보는 행복... 잊지 못한다.



대학교 무렵부터 만화는 종이책에서 웹툰으로 넘어갔다.

당연히 만화를 좋아하는 나는 웹툰으로 넘어갔다.

웹툰을 하루의 보상이라고 생각했기에

밤 11시까지 최신화를 미리 보기 결제하여 보았고

만약 새로운 웹툰이 생겼다면 날을 새서라도 끝까지 정주행 했다.


나는 네이버웹툰과 다음 웹툰에서 보았는데 자주 보는 웹툰은

천마환생, 전지적 독자시점, 재벌집 막내아들, 마도전생기, 헬퍼, 나 혼자만 레벨업 등이 있다.


웹툰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대부분이 회귀물이다.

특히나, 회귀물 웹툰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날이 새도록 본다.

(참고로 나는 시험기간에도 밤 10시에 자는, 매우 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는 왜 회귀물 만화를 좋아할까?

아마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나의 대리만족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 없다.

직장에서 상사에게 혼나고,

재테크에서 손해를 보고,

부모님과 사소한 걸로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회귀물 만화의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가
과거에 잘못했던 부분들을 하나하나 고쳐간다.

웹툰의 주인공들은

미래의 지식을 가지고

주식, 부동산 투자에 성공하여 부자가 되고

부모님과 화해하여 후회 없이 관계를 이어가고

회사에서도 특출 난다.


현실에서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웹툰의 주인공이 함으로써

대리보상을 받기 때문에 내가 웹툰에 빠져든 게 아닐까 쉽다.


하지만 현실에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회귀물 웹툰을 정주행 하고 나면

웹툰의 설정과 현실과의 괴리가 생겨

나에게 불안감이라는 안 좋은 감정이 불쑥 찾아온다.

단순히 만화는 만화로 끝나야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은가 보다.


불안감이라는 감정은 웹툰 주인공과 나를 비교하는 마음에서 생긴다.

분명 만화의 주인공은 존재하지 않는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이렇게 미래지식을 가지고 과거의 좋지 않은 사건들을 모두 해결했는데,

나는 왜 그럴 수가 없을까?


제삼자가 보기에는 웃길 수 있는 상황이지만,

회귀물에 너무 빠져드는 나의 성향으로 인해

회귀물을 보는 동안에는 주인공이 되어 행복하다가

정주행이 끝나면 '나'는 주인공과 분리가 되어

허구의 주인공과 비교하여 인해 불안이라는 감정이 생긴다.



이런 단점들은 몇 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

안 좋은 습관을 없애기 위해 최소 3개월은 멀리해야 한다고 하여,

웹툰을 끊으려고 수도 없이 앱을 삭제했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잠깐의 자투리 시간이 나면 나도 모르게 설치를 하여 웹툰을 보고 있었다.

습관이란 정말 무섭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고 달라졌다.

웹툰을 볼시간에 아기와 더 추억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자

웹툰은 자연스럽게 안 보게 되었다.

지금은 웹툰을 안 본 지 7개월이 되어간다.



웹툰... 특히 회귀물을 진짜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좋아한다고 다 하는 건 옳지 않다.


나의 모든 행동은 나의 인생목표에 연관이 되어 있다.


나의 인생목표는 '아무런 걱정 없이 가족과 시간 보내기'라서

육아, 운동, 독서, 글쓰기, 재테크에 나의 소중한 시간이 투자되고 있다.

하지만 웹툰은 나의 무료한 시간을 재밌게 충족시켜 주지만

나의 인생목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무엇보다 나에게서 가장 소중한 가족과의 시간을 뺏고 있다.



나의 청춘과 함께한 웹툰,

이제 그만 보내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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