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으로 아픔을 위로해 보자
이 밤에 아득한 파도 이는 소리 들린다.
익사의 직전에서야 숨 쉬는 방법을 떠올리게 되고. 아마도 그때 들이쉰 검은 물들이 나의 폐포 속으로 잠겨 들었던 것이다. 들이쉼과 내쉼 사이 간극마다, 그 때로 끌고 들어가기 위해 파도치는 것이다.
잃고 나서야 지키는 법을 알았다. 목 끝에 칼이 들어와서야 싸우는 법을 배웠다. 혈관 속에 독이 스미면, 죽음을 바라거나, 아니면 자기 가진 독으로 덮는 수 밖엔 없다.
일생은 투쟁이다. 빨리 자 버리지 않으면 오늘 밤은 그 때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나는 다만 나의 생각에 사무쳐, 어디론가 떠나지 못하는 까닭으로 스스로의 몸을 어색해 할 것이다. 이보다 더 아팠던 때, 가지 같은 혈관이 푸른 독으로 시리고, 속을 파내려갔던 기억이 아직 이 육신에 새겨져 있기 때문에. 이만큼 버리고도 아직 충분히 옅어지지 못했기 때문에.
우물처럼 샘솟던 검은 물들을 기억한다. 지금 심장 위로 끊임 없는 막막한 파도들이, 그렇게 어린 혀 안에 어떻게 담겨 있었을지 생각한다.
아, 그러나 나는 쏟아 내는 법을 배웠고. 나의 바다는 오로지 아득함이라. 밤은 이제 다만 그것에 발 적시며 걷는 것에 지나지 않으니. 세월과 달의 만조가 빚어낸 유리 조각들이 있어 풍경 스치는 소리를 내며 나의 발가락 끝으로 부서지고. 아마도 삶을 붙잡아 낼 수 있을 만한 닻을 찾아 내어서, 펜을 잡고 글을 쓸 수도 있는 것이고.
바라고 바라 쥐어짜 간신히 구한 여유. 나의 지난한 행복.
그래서 나는 모래사장을 걸으며, 창백한 모래에 숨죽인 사금파리와 옥빛 조개 껍데기를 줍는 일을 계속한다.
말했듯이, 일생은 투쟁이라지만, 이런 한적한 밤에 가만히 숨을 고르며 하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 곳에서라도 살기 위해 약속한 것들이 있어, 소라고둥 속에 잠든 노래는, 아 분명 그에겐 아늑한 고향의 음률이 아닐까.
남푸른 어둠으로 청청해지는 시간을 두르고 숨을 멈취 본다.
연약한 발 작은 발 숨쉬기 어려운 생명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파도 치는 소리를 듣는다.
내일을 잇기 위한, 스스로에 대한 끝없는 항거.
그러나 다만 그런 내 바다를 사랑하기 위한 산책이니, 나의 애틋히 여기는 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