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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비 Jan 08. 2020

아는 만큼 보인다

[평양자본주의백과전서] 주성하


아는 만큼 보인다. 80년대에 태어나 남한의 최남단이 부모님 고향인 나로서는 북한은 외국이나 다름없다. 재혼한 아버지의 전처 자식들 정도의 느낌으로 북한을 접해온 것 같다. 있다고는 하는데 어떤 사람들인지, 무얼 하고 먹고살고 있는지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느낌.


그러나 본질적인 금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충만하던 이십 대 때 우연히 읽게 된 '북한현대사'라는 책을 읽고 나서부터 북한이 달리 보였다. 한국사회 문제점들의 가지를 더듬어 올라가다 보면 많은 부분이 ‘친일 미청산’에서 머무른다는 점에 놓고 볼 때, 북한의 국가 멘탈리티는 우리와 그 건강함의 수준이 다르겠구나 싶었다. 이후에는 인연 닿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북한을 알려고 했지만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러시아 여행 중에 묵었던 한국인 숙소에서 ‘아범’이라 불리던 북한인 집사 아저씨와의 만남도 있었고, 십 년 전 엔지오 대학원 다닐 때 외부 수업으로 들었던 남북경협 프로그램 정도가 그 이후 겪은 나의 북한에 대한 간접경험이다.


개성공단이 이유 없이 닫혔을 때 분노했지만, 이렇게 내 살아생전에 북한은 못 가보는 걸까 정도로 마음이 바로 정리가 되었다가, 작년 남북 정상들의 만남으로 다시금 호기심과 기대감을 가지고 북한을 바라보게 되었다. 특히 최근 즐겨 듣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가끔 탈북 게스트들이 나와서 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고 언젠가 가보고 싶다, 뭔가 해볼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 생각하던 차에 읽은 이 책은 우울하게도 서울/남한의 단점을 그대로 ‘미러링’한 듯했다. 자본주의와 욕망이 결합하면 그 속도와 침투력은, 마치 원한에 사로잡혀 더 큰 악이 되는 이승의 혼령처럼 걷잡을 수 없이 사회를 휩쓸어댄다는 것을 나지처럼 헐벗은 북한 땅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저자가 맨 마지막에 보여준 것과 같이, 보고자 하는 사람에겐 길이 보일 것이다. 나 역시 북한이 개방된다면 무엇을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을까 너무나 궁금한 한 사람이며, 어차피 사회는 교과서적으로 차근차근 성장하지 않을 것이기에, 이 혼란과 무법천지를 한탄하지 않고 어떤 것을 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기 위해선,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정보가 많이 필요할 텐데 이 책은 북한 초보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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