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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비 Jan 08. 2020

논리충만 감정 이해하기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팰드먼 배럿

화가 나서 답이 없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일기를 쓰는 것이다. 감정을 쏟아내서 비워버리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지만 다른 효과도 있다. 가령 화가 나게 한 당사자에게 실제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처지일 때 마치 연극하듯 내 대사로 항변해보면서 감정이 추스러지고, 또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고 싶을 때 일어난 사건을  최대한 상세하게, 실명은 빼고 쓰다 보면 어느 정도 사건의 개요가 잡힌다. 객관적으로 혹은 주관적으로 마구마구 생각의 흐름 기법으로 써본다. 점점 그렇게 쓰다 보니 '화'라는 감정이 한 가지 색깔이 아니라는 것을 은연중에 발견했던 것 같다. 그렇게 감정의 원인과 실체를 파헤치고 감정을 낱낱이 분쇄하다 보면, 화를 낼 필요가 없는 일로 판명되기도 하고, 또 나의 분노가 분노가 아닌 다른 감정이었던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물론 너무 좋아서 기록하고 싶은 날에도 썼었지만 일기는 아무래도 화났을 때 제격이다. 


최근 많이 화자 된 '자존감'은 나의 오랜 화두였다. 어렸을 땐 자존감과 자존심을 구분하지 못해 상대방에 상처를 주거나 나 자신을 괴롭힌 일이 많았었는데, 삼십여 년을 살다 보니 많이 무뎌지기도 하고 또 내적인 자신감을 채우는 데 인생을 낭비하다시피 살다 보니 어느새 자존감이 자존심을 넘어선 듯하다. 방법론적으론 결국 작은 승리의 경험들이 쌓여야 하는 것인데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결과가 온다는 것을 습득한 몇 가지 굵직한 인생의 사건들 덕분에 그 기간 동안은 고통스러웠지만 학습효과는 톡톡히 누렸다고 생각한다. 


감정에 대한 양극단에 오래 머무르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일종의 강박처럼 분노를 조절하고 긍정적인 기분의 균형을 잡는 일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일은 내가 스스로 해내지 않으면 사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다는 것. 주변 지인들에게 많이 해온 말인데 '나의 기분을 항상 플러스 2 정도로 주파수를 맞추어보라'는 것은 항상 내 자신에게 거는 주문이다.


이 책을 집어 들게 된 계기 중 하나가 '감정은 충분히 논리적'이라는 나의 오랜 주장 내지는 가정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인데 다행히 메타분석 보고서에 가까운 이 책에서 그런 레퍼런스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어 만족스러웠다. 그뿐 아니라 감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다루는지가 결코 개개인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결국 사회 안에서 감정을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집단생활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자기 계발서나 심리 치유서보다 훨씬 그 점에선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지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라고 했던 비트겐슈타인의 명언이 이 책을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나를 유용하게, 귀하게 여겨야 함과 동시에 또한 내가 다른 사람들과 특별히 다를 것도 없다는 '하찮음'도 동시에 인지하여야만 세계 안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기나긴 유전자의 여행 중 일부를 맡은 캐리어일 뿐이지만 동시에 내 인생을 누릴 기회는 딱 한 번뿐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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