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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디 Feb 14. 2020

여러분, '포섬'이라는 동물을 아시나요?

작고 귀여운  Golden Possum!

모처럼의 휴일을 맞은 저는 오늘 서호주에 있는 '캐버샴 와일드 파크'를 다녀왔습니다. 동물원인데, 이름 그대로 호주 본토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이곳 캐버샴 와일드 파크는 조금 색다른 동물원입니다. 바로 호랑이나, 코끼리, 하이에나, 기린 등 우리가 보통 동물원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 친구들이 없기 때문이죠. 그 대신 구조된 야생 아이들이나 아픈 아이들이 동물원을 채우고 있습니다. 사육사들이 치료도 해주고 보금자리도 마련해 준 것이지요. 차에 치여 어미가 죽은 새끼 웸벳, 산불 속에서 구한 캥거루 등 많은 소중한 생명들이 저마다의 존재를 빛내며 이곳에서 보호도 받고 사람들과 만나며 행복한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사진제공 : 비카일


오늘은 날씨가 무척이나 더웠습니다. 섭씨 33도 정도였으니, 털로 덮인 동물들은 특히나 더웠겠죠? 그래서 녀석들은 한 여름 낮의 무료함을 달래기라도 하듯 대부분 잠에 빠져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머리를 쓰다듬거나 코 앞까지 가서 인기척을 내봐도 그저 코만 드르렁 거리며 잠에 취해있었어요. 아, 새 친구들은 주로 간식으로 제공된 사과를 갉아먹거나, 굵은 나뭇가지를 장난감 삼아 하릴 없는 재미에 빠져있었네요.


누구냐고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동물로 알려진 쿼카입니다. 잠에 빠져서 얼굴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네요. /사진제공 : 비카일


못생긴 표정으로 자고 있는 루. (사진제공 : 비카일)

 

포켓몬 피죤? 이라나 뭐라나~역시나 골아떨어진 상태입니다. (사진제공:비카일)






이번 글에서 제가 소개할 동물은, 포섬(Possum)이라는 동물입니다. 동그랗게 큰 눈과 글래머러스한 털 빛깔이 역시나 제 마음을 사로잡았죠. 제가 오늘 만난 녀석입니다.


사진제공 : 비카일


처음 보는 생김새 아닌가요? 저는 보자마자 '와 이게 무슨 동물이지?'하고 너무 신기했어요. 쥐 같이 생기기도 한 것이, 뭐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공부를 좀 해봤지요 :)






녀석의 이름은

포섬 (Possum)

입니다.


'모든 알비노 동물들이 주목받듯, 이 녀석도 알비노 포섬 이랍니다'


캥거루 목에 속하는 포섬은 그 종류가 23가지 나 된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사진에 있는 녀석은 흔하지 않은 골든 포섬 종입니다. 대부분의 알비노 종의 동물들이 그렇듯, 이 골든 포섬도 멜라닌 숙소가 결여돼 이 같은 황금색의 털과 핑크빛 피부를 가졌다고 하네요.


하지만 슬프게도 이 녀석은 야생에서는 살아가기가 힘듭니다. 색이 밝아 숨기가 어렵고 포식자의 눈에 훨씬 더 잘 띄기 때문이죠. 캐버샴 동물원이 이 아이를 품은 이유도 이것입니다. 한정된 공간이 답답할 수는 있지만 사육사의 사랑도 듬뿍 받고, 맛있는 식사도 무한정 제공이니 이만하면 괜찮은 삶이겠죠?


'호주의 대표 동물, 포섬. 뉴질랜드의 골칫거리 되다'


포섬은 캥거루, 코알라와 함께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 중 하나입니다. 부드럽고 윤기 나는 털을 가진 포섬은 과거 1837년, 호주의 'Fur' 무역으로 인해 뉴질랜드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포식자가 없고 산림이 우거진 뉴질랜드의 청정 환경 탓(녀석들이 나뭇잎을 먹고 살기 때문이죠)에 개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뉴질랜드는 한때 포섬 개체 수를 컨트롤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뉴질랜드가 시행한 포섬 개체 수 컨트롤 작전은 사실 호주에서는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호주인들에게 포섬은 그저 작고 귀여운 생명체로 인식되지 않나 봅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페스트(Pest)'라고 불리기도 하죠. 쥐, 거미, 모기 등 전염병을 옮기는 유해동물로 말이죠. 야생에서 살아가는 녀석들이 먹이를 찾아 가정집 뒷마당, 가든 등에 침입해 병을 가져온다는 설명입니다. 동물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 말처럼 쉬운 게 아닌 것 같아 보입니다.



 

'밀도 있게 들여다보는 포섬'


해 질 녘이나 새벽녘에 활동하는 포섬은 야행성 동물입니다. 그래서인지 부끄러움도 많고 겁도 많습니다. 하지만 공격성은 그다지 높지 않죠. 자기들만의 영역을 놓고 벌이는 다툼에서도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그저 노려보기만 한답니다. 참 귀엽죠.


열대 우림이 주 서식지인 포섬은 물이 쉽게 제공되는 곳 즉 강가 주변 유칼립투스 나무 위에서 서식합니다. 축구공 만한 크기의 둥지를 만들어 생활을 이어가기도 하죠. 이렇듯 땅 위에서 사는 것을 선호하는 포섬은 지붕이나 창고, 굴뚝에서도 흔하게 발견되고는 합니다.


그렇다면 포섬은 뭘 먹고 살까요? 바로 유칼립투스잎입니다. 나뭇잎 하나면 녀석들에게는 최대의 만찬이 따로 없을 겁니다. 물론 나뭇잎만 먹고살지는 않아요. 사과, 배, 포도, 바나나 등의 과일과 옥수수, 상추, 토마토 등의 채소 또한 포섬에게 가장 좋은 식재료지요.




'이렇게 작고 귀여운 녀석을 먹는다구요?'


앞서 말했듯, 뉴질랜드에 이어 호주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녀석들의 개체수를 통제해야 했습니다. 사람들이 피해를 보기 시작했으니까요. 해서 역시나 강구한 방법은 포섬의 부드럽고 예쁜 털과 가죽을 수출하고, 거기에서 자동적으로 생되는 고기를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이었죠.


호주의 섬, 태즈메이니아에서는 연간 10,000마리 이상의 포섬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털과 가죽, 고기 생산을 위해서요. 여기에 연간 30,000마리 이상의 포섬이 농작물 피해 예방을 위해 죽고 있습니다. 역시 태즈메이니아에서요.


헉 소리 나게 높은 숫자입니다. 이러다가 멸종의 문제가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드는데, 호주 정부에 의하면 무분별한 사살이 아닌 철저한 통제와 허가 아래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멸종 사태가 도래하지 않는 적절한 제한 개체 수라네요. 다 이유가 있어서 행동에 옮긴 것이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무거운 것은 사실입니다.






정보제공 : https://www.birdgard.com.au/articles/top-10-facts-about-possums/

https://perthnow.org/golden-possum-adorable-caversham-wildlife-park-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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