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중성화수술 이야기
중성화를 하고온 날, 그저 인간의 욕심으로 수술을 진행한게 아닐지, 걱정됐다. 물론 중성화를 하지 않으면 걸리게되는 병과, 중성화를 하면 더 오래 산다는 연구가 있어 하는 게 좋다고 해서 하긴 했지만, 쵸비는 하기 싫었을 수도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외계인이 와서 갑자기 내 자궁을 뜯어내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되면서.
중성화를 하고 하루 정도 입원을 시킬까, 하다가 그냥 데리고 왔다. 병원에서 우리 없이 하루를 보내면 더 불안해 할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를 애처롭게 부르는 쵸비를 보고 데리고 온게 잘한 선택 같았다.
중성화 비용은 암컷이라 그런지 꽤나 나왔다. 강아지
키우는데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을 실감한 날이었다(대충 다 하여 50만원 정도 들었다)
중성화를 한 후, 너무너무 아파하는 쵸비를 보며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얼마나 아플까, 우리가 아프게 한거라고 생각할까? 그러면 우리를 싫어할까? 우리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옆에서 안쓰러워할 뿐이었다.
아이고, 라는 말이 절로나오는 표정으로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였다.
귀여우면서도 안쓰럽고,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어서 남편과 나는 이틀내내 옆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그래도 셋째날 부터는 정신이 드는지 밥도 잘 먹고, 잘 돌아다녔다. 남편과 나는 한시름 놓았다. 심지어 우리랑도 사이가 더 좋아진? 느낌이었다.
동물병원 선생님께서 산책은 집앞 정도는 괜찮다고 하여 바깥공기만 구경 시켜주기로 했다.
저 안쓰러운 눈망울을 보면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진통제 때문에 풀린 눈으로도 즐겁게 바깥공기를 쐬었다. 지금 보니까 약한 사람의 눈 같아서 역시나 귀엽고 웃기다.
3-4일 정도 지나자 기운이 났는지, 집안을 뽈뽈뽈 돌아다녔다.
눈꼽을 떼어주어도 가만히 있는 정도까지 발전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배도 까고 애교를 부리기 까지했다. (남편 한정)
중성화로 사이가 나빠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이제는
나와 친해질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