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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 온 위기

더 멀어지진 않을까?

by 릴라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던 때, 쵸비를 입양하기 한참 전에 예약해둔 시댁과 함께하는 가족여행을 가게되었다. 나와 남편이 주축이 되어 시부모님과 남편네 동생네 그리고 조카들까지 함께 가기로 예약을 한거라 취소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사실 이 여행 때문에 강아지 입양을 미루고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쵸비를 만나게되어 후다닥 데려와서 생긴 일이었다.

호텔에 맡길까하다가 우리 이외의 사람만 봐도 경기를 일으키는 쵸비를 모르는 사람 손에 맡기긴 싫었다.


그래서 귀농해서 시골에 살고 있는 친정집에 5일간 맡기기로 했다. 우리가 버리고 갔다고 생각할까봐 어찌나 불안하던지... 그 와중에 아빠는 순한 시골개밖에 키우지 않아서 사람을 무서워하고 입질을 하는 쵸비가 잘 이해가 되지 않으시는 거 같았다. 무리도 아니지.

산책을 시키겠다는 강력한 주장을 하는 아빠를 겨우겨우 말리고, 그냥 2층에만 돌아다니게 해달라고 했다. 2 층에는 넓은 베란다가 있어서(고기 구워먹고 빨래 너는 넓은 옥상 같은 느낌의 곳이 있다) 거기까지만 부탁한다고 했다.


그 와중에 계엄령까지 터져 여행을 못가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사실 취소돼도 쵸비랑 함께 있을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결국엔 쵸비를 두고 다녀오게되었다


여행 출발 전날, 친정집에서 쵸비와 함께 잠들었다. 우리는 널 버리는 게 아니라고, 잠깐만 다녀온다고 알려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와중에 쵸비가 우리의 얼굴 쪽으로 방귀까지 뿡뿡 껴대서 지독한 밤이되었다.

보고만 있어도 귀여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낭에선 쵸비가 걱정되어 하루에 수십번씩 아빠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불효녀인 나는 이렇게까지 엄마와 아빠에게 전화를 많이 건건 처음인거 같았다.

처음엔 반가워하던 부모님은 나중엔 쵸비는 잘 있으니 제발 전화하지 말라고 할 정도였다.



드디어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도착. 바로 쵸비를 찾으러갔다. 남편만 좋아하는 쵸비였기에 내가 짠!하고 나타나면 나를 더 좋아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내가

먼저 쵸비를 만나러갔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쵸비는 날 잊어버렸었고(날 물고 무섭다고 대변까지 봤다) 겨우겨우 안아서 진정시키니 조금씩 기억이 돌아오는 거 같긴했다. 그래도 너무 무서워하길래 바로 쵸비의 사랑 남편에게 데려갔더니 아주 울고불고 반갑다고 멍멍멍을 시전 하는 바람에 내 손가락에 흐르는 피는 눈물처럼 느껴졌다.

역시 넌..오빠의 강아지구나...


우리 아빠는 일주일이나 함께 있었는데 한번도 쵸비를 만져보지 못했다며, 당신이 쵸비 밥을 얼마나 잘 챙겨줬는지 얼마나 챙겨줬는지 한참 섭섭한 듯이 말씀하셨다. 나도 동감했다. 오빠 말고 나도 사랑해줘 ㅠㅠ

남편만 오매불망 바라보는 쵸비의 뒷모습.

섭섭 그 자체


집에 돌아온 쵸비는 좀 안정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첫 목욕도 시도!

비 맞은 생쥐꼴이 되어버렸지만 생각보다 목욕도 잘 끝내서 대견스러웠다.

목욕 후 간식을 주자 처음으로 환하게 웃는 쵸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웃는 모습을 처음 봤는데,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귀여워라. 앞으론 좋은 일들만 있을거야! 걱정마 쵸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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