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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노트 Jun 11. 2024

F&B와 브랜드

매거진을 시작합니다





최근 성심당과 코레일간의 대전역 월세 신경전은 세간의 관심을 끌었죠. 2019년에 적용된 월간 수수료율은 5%, 성심당은 매달 1억 원 정도의 월세를 지불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수수료율이 특혜 아니냐는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나오면서 이번 재계약에는 코레일이 자체 규정을 통해 월간 17% 수수료를 제시했어요. 이는 성심당의 매출 규모를 따졌을 때 약 4억 정도 되는 금액입니다. 어떤 매장이든 월세가 3~4배 인상되면 그 자리에서 영업을 계속하는 건 꿈도 꾸지 못하겠죠. 마찬가지로 성심당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모양입니다. 그 와중에 대전시에서는 역 앞에 새로운 공간을 내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성심당이라는 브랜드를 구하기 위해 대전시가 중재자 역할을 자처한 셈이죠.

갑론을박 속에서 많은 시민들이 성심당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성심당이라는 브랜드의 위대함을 또 한 번 느끼게 됐어요. 고백하자면 성심당을 정말 좋아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빵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는데, 빵이라기보다 성심당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해요. F&B 브랜드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있다 확신이 들거든요.


성심당의 빵 진열대 | 사진: 위키백과


여러분은 성심당을 좋아하시나요? 그렇다면 왜 좋아하시나요? 저렴한 가격, 맛있고 품질 좋은 빵, 대전의 자부심, 성심당의 선행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습니다. 그런 각자의 추억이 모여 성심당이라는 브랜드가 완성됩니다.


"브랜드"


가게를 운영하는 누구나 그렇게 불리고 싶어 하죠. 프랜차이즈보다는 힙해 보이고, 매장보다는 전문적인 것 같은 그 단어. 브랜드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해석하는 방식은 각자 다른 듯 보입니다. 포괄적인 의미로 많이들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마케팅을 하면서 브랜딩을 하고 있다 착각하고, 휘황찬란한 인테리어의 매장이면 괜찮은 브랜드라고 인식하기도 해요. 그 오묘하고 포괄적인 의미에 많은 분들이 브랜딩에 애를 먹고, 트렌드의 흐름에 따라 고객을 얻다가도 잃곤 합니다.




브랜드, 브랜딩



'배민다움',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등의 브랜드 관련 저서의 저자로 유명한 홍성태 교수님은 브랜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어요.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름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감정적 유대와 신뢰를 포함한 종합적인 경험이다.


이 정의에서 알 수 있듯, 그리고 성심당을 통해 느끼듯, 브랜드는 고객의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브랜드의 역할은 이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데 있습니다. 브랜드의 가치나 철학을 소비자가 공감하게 하거나, 소비자가 즐길만한 경험을 치밀하게 기획하는 일이죠. 브랜드는 얼핏 제품을 제공하는 공급자가 만드는 듯 보여도 소비자 혹은 고객에 의해 완성됩니다.

소비자들은 점점 똑똑해지고 있어요. 제품을 비교하면서 구매하는 건 당연하고 선호하는 브랜드의 소식을 팔로우하거나 직접 홍보하기도 합니다.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변하면서 브랜드의 초점도 마케팅에서 브랜딩으로 옮겨왔습니다. 소비자 중심의 시장에서 소비자와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활동이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에요.


사진: Unsplash의 Kristian Egelund


브랜딩에 대해서도 알아볼까요? 저는 브랜다임 앤 파트너스 황부영대표의 '마케팅과 브랜딩의 비교'를 통해 두 단어 사이에 있는 의미의 모호함을 조금씩 정리했습니다.


마케팅은 무조건 많이 팔겠다는 활동이라면, 브랜딩은 브랜드 하면 떠오르는 강렬한 연상을 통해 팔지 않고 스스로 팔리게 하는 활동이다.


브랜딩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라 정의하기도 합니다. 소비자와 관계를 쌓고 소비자에게 브랜드의 연상을 심어주는 활동으로서의 커뮤니케이션이죠. 브랜디드 메시지에 매료된 소비자는 판매촉진을 위한 마케팅이 없어도 스스로 구매한다는 관점이에요.

종종 브랜딩을 코어 운동에 비유하곤 합니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코어가 단단하면 부상의 위험도 줄어들고 근육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운동 효과를 더 크게 돌려주죠. 브랜딩의 효과는 그런 기초공사와 같습니다. 트렌드에 휩쓸려 쉽게 무너지는 모래성이 아닌, 소비자와의 유대를 통해 단단한 뼈대를 만들어주죠.




F&B와 브랜드



F&B 업계에서 '브랜딩'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는 그렇게 많지 않아요. 몇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생계형 자영업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 구조가 눈에 띄어요. "연 매출 ㅇㅇ억 매장" 같은 매출 수치가 자극적으로 적힌 영상은 자영업자의 마음을 쉽게 훔치죠. 기초 공사가 아니라 오늘 마감에 찍힐 매출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고 자영업자를 위한 콘텐츠는 그 니즈에 맞게 생산될 뿐입니다. 나만의 브랜드를 고민할 여력이 없었다고 보여요.

브랜딩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보니 생계형 자영업자가 많은 외식업의 시장 구조가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데 왜 어려움을 주는지 이해가 됩니다. 소비자에게 인상을 남기는 브랜드가 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죠. 시간도 많이 들고, 생각보다 머리 아픈 일입니다. 어쩌면 매출만 신경 쓰고 매출 상승을 목표로 삼는 게 더 쉬울 수 있습니다. 사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오늘 마감 때 찍히는 매출보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브랜드의 의미가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어요. 매출이라는 현실과 브랜드라는 이상의 간극을 조정하는 일은 브랜드 관점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제 입장에서도 쉽지 않습니다.


사진: Unsplash의 Alexander Mils


F&B 시장에 종사하는 여러분은 왜 브랜드를 만들고 싶으신가요? 시장에서 브랜딩의 중요성이 커진 이유일 수 있습니다. 기존의 매장과 시작부터 차별점을 두고 싶을 수도 있고요. 사업적인 이유도 가능합니다. 혹은 F&B 시장에서 이루고 싶은 꿈을 브랜드로 표현하려는 의지일 수도 있어요. 그 이유가 무엇이든, 지금의 F&B 시장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려있고, 브랜드를 만들어갈 의지가 있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다행히도 이런 어려운 길을 헤쳐나가는 브랜드가, 브랜드를 매개로 자신의 가치를 전달하려는 역량 있는 사람들이 F&B 씬에도 하나 둘 나타나고 있습니다. 압구정 로데오, 성수, 한남, 용산 등 서울 중심지에서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각 지역에서 지역 활성화의 중심이 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이들의 경험을 관찰하고 공부하는 게 F&B와 브랜드를 잘 조립해 나가는 첫 단추가 아닐까 싶습니다.






'월간외식경영'과 '롱블랙'과 같은 매거진에 F&B 브랜드를 조명하는 훌륭한 기사와 글이 올라오곤 합니다. 많이 참고하고 인사이트를 얻지만, 양적인 측면에서 아직은 콘텐츠가 부족하다 느낄 만큼 갈증을 느껴요. 그래서 직접 다양한 브랜드를 관찰하고 분석해서 소개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됐네요. 이들의 브랜딩 방식을 관찰하고, 관찰자의 입장으로 다양한 브랜드를 소개하는 F&B 브랜드 매거진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이름은 간단하게 '브랜드 레시피'라고 정했어요.

이번 매거진을 통해서 여러 리더들과 멋진 브랜드를 관찰할 수 있을 것 같아 설레네요.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갈 F&B 시장 참여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매거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를 저와 함께 높여나가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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