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표는 쉽지 않아 ~ 하지만 해내지 ~
해서뜬의 두 대표는 언제나 정반대의 포지션을 택한다. 모든 것을 말로 해결하는 사람과 모든 것을 행동으로 해결하는 사람. 경상도와 충청도. 같은 상황이 주어져도 반응은 극과극이다. 한 사람이 불을 뿜듯 화를 내고 있으면 다른 하나는 차가우리만큼 차분하고 침착해진다. 상황마다 차갑고 뜨거운 기운을 내뿜는 사람이 달라진다.
여기까지 말하면 다들 입을 모은다.
둘이서 사업을 하면 정말 좋겠다! 서로 보완되잖아!
ㄴ 우리의 반응 : 맞아요.................하지만........네.... 좋아요......
모든 일은 일장일단이다. 정수와 나는 정말 꼭 맞는 퍼즐 같다. 하지만 이십몇 년 다르게 살아온 세월 때문인지 퍼즐의 접촉면이 매끄럽지는 않다. 뭐든지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나와 현실과 방법을 찾는 정수가 뜻이 맞으면 우린 저 멀리 끝까지 갈 수 있지만, 한번 맞붙으면 그 어디도 갈 수 없는 상태로 정지해 있다.
우리의 마찰은 대부분 나의 불만으로 시작된다.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나는 모든 의사표현을 말로 풀어내지만, 정수는 대체로 늘 듣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말하고 정수는 아무 반응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둘 사이에 엄청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낼 것이다. 그리고 정수가 생각하다 대답을 해주고 내가 이해하고 나면 상황은 종료된다. 우리의 패턴이었다.
이 패턴은 회사를 6개월째인 지난주에 깨졌다. 모든 걸 말로 풀어내는 나는 말을 못 해서 속이 쿡쿡 쑤셨다. 대표가 되니 내가 해야할 고민도 많고, 그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는 계속 불안에 시달렸다. 배부른 소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잘될 것이라고 하고(빈말이라는 거 알고 있음), 나의 능력을 높이 평가해주는(착각일 수 있음) 지금이 괴로웠다. 풍선이 바람 빠져 볼품 없는 모양새가 되듯 사실 내가 도전하고 시도하고 경험하고 나면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걸 세상 천지가 다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
같이 일하는 팀원에게도, 정수에게도, 가족들에게도 내가 이런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티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 말을 하면 무너질 것 같고, 사람들이 나를 못 믿어줄 것 같았다. 대표라면 마땅히 그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함도 있었고. 그렇게 사람들 앞에서 자신 있는 척을 하고 나면 혼자 휴일에 가만히 있지 못했다. 책도 읽고, 뭐라도 쓰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나 찾아보고, 나는 못할 것 같다고 좌절을 족히 스무 번을 하다가 침대에 누워 베개에 얼굴을 처박고 명상을 했다. 그러다 보면 다시 출근을 하고, 일상의 반복이지, 뭐.
내가 그렇게 말을 안하고 혼자 생각해온 것을 뚝딱 회의에서 말하면 정수는 당황했다. 나는 그저 내 생각을 말했을 뿐인데 아무래도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았다보니 정리된 내용도 많고 깊이도 쓸 데 없이 깊을 때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내 의견을 다들 산뜻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심오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이 들게 한다. (좋게 작용할 때도 분명 많다) 하지만 동업자인 정수의 입장에서는 혼자 큰 결정을 해가지고 오는 모양새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수는 그렇다고 해서 바로 말하는 성격은 아니다. 나를 일단 지켜본다. 왜냐? 다음에는 그러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기회를 여러 번 주는 관용에 놀랐다. 나는 말을 안 하면 절대 모른다고 생각하는 주의라서.) 그래도 반복되면 정수는 말을 고른다. 내 체감상 내가 저렇게 혼자서 뭔가 대단한 결정하는 모습이 된 게 한 두어달 된 것 같은데 정수는 그동안 내 동태를 살핀 것 같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는 동안에도 정수가 정확히 어떤 생각을 갖고 나를 지켜봤을지 잘 알지 못한다. 철저히 내 입장에서 쓰인 글이라는 것을 써둔다.)
그러다 정수와 처음으로 말다툼을 길게 했다. 보통 때와 달리 대화의 랠리가 짧은 호흡으로 이어졌다. 나는 속으로 굉장히 놀랐다. 정수가 이렇게 말을 빨리 하다니!? 두어달을 혼자 속으로 시뮬레이션 돌린 결과였던 것 같다. 요지는 동업자인 정수에게 말하지 않고 결정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누어주었고, 앞으로 서로 사업과 미래를 위한 대화에 품을 더 들이자로 종결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사이가 좋아졌다. 조금 더 조심하게 되었달까? 생각해보니 지금껏 수빈과 지민은 그래도 대표와 직원 관계가 되다 보니 나도 조심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정수에게는 더 그러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 틱틱대고, 말할 것도 덜 말하기도 하고, 굳이 더 말하는 것도 있었겠지. 서로가 맞지 않고, 불편한 와중에도 우리는 서로의 일을 도와주고, 지켜봐주었다. 이 대화의 끝이 더 나은 방향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건 동일하다.
결국 우리는 롱런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 아닐까? 끝끝내 좋은 결론을 이야기하는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내 사랑하는 동료 정수야, 나를 견뎌주고 응원해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