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든 시간이 나를 팔게 했다

쇼호스트를 체험하고 내가 얻은 것

by 해서뜬 손유빈

8회차의 쇼호스트 양성과정이 끝났다.

실습은 총 4회 였고, 뷰티, 패션, 식품, 그리고 내가 팔고자 하는 상품으로 시연했다.


첫 번째 실습 때는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내가 굳이 쇼호스트까지 하려고 해야 하나? 라는 마음과 그래도 내가 앞으로 하려는 일의 비전에 도움이 될 거라는 자명한 사실과 부단히 싸우면서 끝끝내 나는 또 갔다. 정수와 지민은 내가 그렇게 가기 싫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기어이 갈 거죠? 라는 투로 나를 간파했고, 천사 같은 수빈이는 '대표님, 너무 힘드시면 빠꾸! 저희가 있어요!'라고 했다. 어쩌면 그 말이 나를 포기하지 않게 만들어줬다. 돌아갈 곳은 있다.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 상태도 안좋아지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이 위장이 아프기 시작했다. 큐시트 만드는 데에 에너지를 얼마 쓰지도 못했고, 한 번 혼자 쭉 시연도 못했다. 그렇게 카메라 앞에 서니, '아, 이건 연습의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후기에도 말했듯 쇼호스트는 정말 종합 예술에 가깝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하는데, 그게 상대도 동하는 말이어야 하고, 그와 동시에 손으로는 분주하게 상품을 만지고, 보여주어야 한다.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고, 손이 너무 떨려서 가다듬기가 힘들었다. 하고 싶은 말도 해야 하는 말도 넘쳐나는데 내 마음대로 나오지 않더라. 살면서 발표를 못 했던 적은 없는데도 이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랄까.


그래도 다들 나의 첫 시도에 응원해주는 마음으로 열심히 피드백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생각보다 자연스러웠고(내가 느끼기엔 전혀 아니었지만) 이미용보다는 식품 쪽이 더 잘 맞을 거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신뢰가 가고 선한 이미지가 있다고. 사실 이때 어떻게 끝났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도 피하지 않고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했달까.


가방을 팔게 되었을 때는 정말 이게 말을 하면서 제품을 보여주는 핸들링이 쉽지 않다는 것과, 식품을 할 때는 맛있게 보이게 먹는다(!)는 행위가 이렇게 어려운지 깨달았다. 쇼호스트가 할때는 쉬워보이던 것들이 온통 나에게는 난제 중의 난제가 되었다. 그래도 함께하는 분들이 다들 의지가 있고, 파이팅이 넘쳐서 기운을 많이 얻고 왔다. 교수님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에도 많은 영감을 얻었다. 고루한 기준과 평가 잣대로 전문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내공부터 시작해서 트렌디함이나 학생들과의 소통 면에서 굉장히 열려 있는 전문가셔서 그런 점은 본받고 싶었다.




살다보면 그런 걸 느낄 때가 있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 만나는 모든 사람이 나에게 어떤 하나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 여지껏 살면서 잘 '팔리는' 것만 생각하면서 예술을 하던 나에게, 요즘에 '파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는 이야기들이 내 눈과 귀에 꽂힌다. 지금까지 너무 내 세계에서 잘 만들고 애쓰는 것만 신경 썼는데 굽은 목을 펴서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쭈그리느라 보지 못한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된 기분이랄까. 유빈아, 모든 것은 팔리면서 팔기도 해야 한단다.


오늘 마지막 회기까지 듣고 나서 그 메시지는 더욱 명확해졌다. 오늘은 내가 1회기에 찍었던 영상과 4회기에 찍었던 영상을 비교해보면서 느낀 점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대학 때 합평하면서 느꼈던 긴장감이 오랜만에 되살아났다. 내 차례가 오기까지 침이 바짝바짝 마르고, 떨렸지만 나는 그보다 어려운 카메라 앞에서 실습!까지 해낸 사람이 아니던가. 용기를 얻어 회피하지 않기로 했다.


같이 영상을 비교해서 보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떨고 있는데 카메라에서는 내가 떠는 모습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손을 움직이는 게 참 자연스러웠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포인트나 스토리텔링에서 힘 있게 말하기도 하고. 다만 내 스스로 명확하게 하나만 말하겠다는 포인트가 없어서 임팩트가 너무 적어보이는 게 아쉬웠다.


"유빈 씨는 마케터 출신이라 그런지, 감각도 있고 태생이 잘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보통 때의 나였으면 그냥 그게 빈말이라고 생각하고 와닿지 않았을 텐데, 처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여보게 되었다. 대표가 되고서는 그런 말들을 의심하고, 부정하는 습관을 없애기로 했다. 그런 의심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겠지만 그럭저럭 많은 것들을 쌓아온 지금에는 나를 제한하는 무엇이 되어서, 정작 나를 적극적으로 팔아야 할 때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실습에서 나보다 한참 어린 20대 친구들이 내 말과 발성이 좋다고 말해주곤 했다. 영상으로 보니 정말 예전의 안좋은 습관이 많이 없어지긴 했더라. 대학 때 연극하면서 맨날 발음 안 좋고, 먹는 소리를 낸다고 지적 받았던 것, 기자 준비를 하면서 애 같이 말한다고 고치려고 했던 것, 최근에 보컬학원을 다니면서 나한테 맞고 편안한 소리를 찾은 것. 내 삶의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이 자리에서는 그냥 원래 잘하는 사람처럼 보인다면 구구절절 나약해지지 않아도 된다. 그런 걸 인정하게 된 게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그것만으로 이 프로그램에서 나는 인생에 참 값진 가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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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임팩트가 중요하다

나는 말이 많다. 하지만 이제는 줄여도 된다. 더 증명할 필요도, 설득할 필요도 없다. 내가 해야 할 말만 딱 하는 연습을 하자. 그 외에는 침묵과 호흡으로도 메시지를 전할 수 있도록 여유와 여백을 가지자.


(2) 나는 노력하는 재능이 있다

'매 수업 열심히 참여함'이라는 메시지를 보고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근면성실 손유빈 또 했다.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참여한다고 해서 대충해서는 안 되었다. 이 직업을 갖고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무시하는 행위처럼 보일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사기를 꺾을까 걱정되어서 말그대로 동동거리며 다녔다. 그 모습을 지켜봐주셔서 감사했고, 역시 열심은 나의 재능이라는 걸 또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오늘까지의 시간을 통해서 나는 단순히 내가 쇼호스트로서의 자질을 알아본 것을 넘어서 어떤 태도로 살아나가야 할지에 대한 힌트를 많이 얻었다. 나와 다른 영역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을 두고 영감을 많이 얻었고, 내 자리에서 겸손하게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고루하지만 진실된 교훈도 다시금 되새겼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전문가의 시선과 카메라를 통해서 직접 알아볼 수 있었고, 내가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자료까지 획득했다. 이 모든 과정이 무료였다니! 나는 정말 행운아가 아닐 수가 없다. 배우면서 얻은 동력은 나를 또 어디로 데려갈까! 기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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