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월입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 사는 동네는 5월까지 눈이 오는 동네라 봄 소식은 아직 요원하지요 . 그러나 제가 처음 캐나다 와서 머물던 나이애가라 지역에서의 3월은 봄 기운이 돌던 즈음입니다. 그 때 즈음에 작성했던 카페의 글을 가져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치료가 있어서 나간 김에 바깥 공기를 보니 와. 봄이 오는 것 같더라구요.
얼마전에도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병원을 다녀와야 해서 나선 김에 한국마트를 다녀오는 김에 달래를 보자마자 반가워서 덥썩 집어왔어요.
달래로 할 줄 아는 건 고작 달래장이고 달래 된장찌개 뿐이지만. 그 특유의 향이 좋으니까요.
전. 달래가. 이제. 같이 떠오르는 기억이 있습니다.
신랑이랑 한국에서 직장생활에 더 이상 한발짝 움직이기 함들정도로 지쳐있고 그런데도 방법을 몰라 버티고 있을 때. 피곤한 건 그냥 당연히 피곤한 건줄 알았는데 회사 건강검진에서 신랑이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미 크기가 큰 상태여서 서둘러 수술을 받게 되었고 바로 항암을 해야 했습니다. 수술을 해야 하는 신랑 옆에 있긴 했지만 저는 보조 침대에서도 회사에서 일년에 가장 큰 마케팅 행사가 코앞이라 쭈그려 짬짬이 노트북에 더 시선을 두고 있어야 했습니다. 신랑이 수술 들어가자마자 저는 병실로 돌아와 보조침대에서 밀린 쪽잠을 잤습니다.
신랑은 항암을 마치고 1 주일도 안 되서 병원에서 쥐어준 방사선 치료를 받아서 몸에 방사선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의사가 써준 증명서를 들고 바로 미국 출장을 갔습니다. - 공항에서 한국에서 온 사람이 방사선 노출 흔적이 있으면 바로 테러리스트 된다며. ㅠㅠ.
- 이렇게 사는게 맞을까? 정말 고민이 많았습니다.
항암까지 마친 신랑은 체력이 엄청 떨어진게 보였는데 미국에서도 보안 철저한 프로젝트를 하느라 회사와 호텔만 왔다갔다 하면서 그 와중에 호텔밖 야경이 이쁘다며 바지 다림질 하다 찍은 사진을 보는데 참 서글펐습니다.
그 당시 저는 이상하게 잠깐 뭐만 먹으면 온 몸에 두드러기가 돋아서 두드러기 약만 먹으면 졸리고 그 쏟아지는 잠을 못 이겨내는 내가 싫고 시간은 촉박하고 진짜 극도로 예민했습니다.
신랑의 체력은 떨어지고 저는 예민해지고. 진짜 최악이었네요
<그래서 찾은 강화도에서 월세 가능한 100년 넘은 농가주택>
신랑의 떨어지는 체력을 두고 볼 수가 없어서 근교의 농가주택을 구했습니다.
조그만 텃밭도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주말에 모든 것에서 벗어나 조용히 보낼 곳이 필요했습니다.
작은 공간에서 아이들과 주말을 보냈습니다.
여름이면 옆집 할아버지가 앵두 따 먹으라고 아이들을 밖에 내놓으라 하셨습니다
저는 이 사진이 참 이쁩니다.
뒷산 산책도 참 좋았구요.
봄이면 지천에 널린 쑥과 냉이를 캐오라는 외할머니의 말에. 아들도 봄에 바빴습니다.
- 아들은 아직도 쑥과 냉이를 잘 구분해 냅니다.
저요? 저는 봄마다 달래를 캤지요.
하하핫. 저는 이 정도의 사이즈의 달래를 캤습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저는 달래를 알아볼 택이 없었지만 옆집 어르신께 한 번 배우고. 그 알싸한 향과 맛을 알아버리고 나니 달래 캐는 일이 봄마다 그리 재미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봄만되면 달래가 생각나고. 달래가 그립습니다. 그런데. 뚜둔.
캐나다에 와서 집근처. 외진 길을 산책하다 보니. 달래가 보이는 겁니다.
어? 저거 달랜데?? 아닌가? 달래 맞는 것 같은데??
그 호기심을 못 이기고. 팠습니다. 손길이 안 닿는 곳이라 진짜 깊이 있더라구요. 파고 보니 파 같은 매운향도 올라왔습니다. 반주먹만큼만 캐 와서 화단 구석에 심었습니다.
두 해 째 쯤 되니. 밑에 알이 번식을 했나봅니다 생각보다 양이 늘었네요.
근데 아직 캐 먹어보진 못했습니다.
이제는 조그맣게 만든 텃밭이지만. 깻잎도 잘 나오고. 달래도 구석에 이쁘게 올라오는 봄에
얘네들을 두고. 지금 사는 곳보다 더 시골에 이사를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신랑이 원하던 곳에서 잡 오퍼를 받았습니다.
집에서 이번엔 3-4 시간 거리라. 통근은 포기하고 이사해야 할 것 같네요.
이번엔 진짜 시골에서 적응해가면서. 제대로 시골살이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침에 신랑이 든든하게 먹고 가야 일도 씩씩하게 하고 그러는데. 저는 또 일찍 치료를 가야 하고 해서 이렇게 부실하게 신랑 아침을 준비했네요.
달래장에 고기 구울 시간이 모자라 참치랑 먹으라고 내었는데. 올. 생각보다 조화가 좋았습니다.
참치가 맛이 담백한게 달래장이랑 꽤 좋더라구여.
부실한 아침상이 민망하지만. 그래도 밥상에도 봄이 오니 좋더라구요.
달래는. 아쉽습니다.
그래도 제가 항상 캐 먹던 달래는 매운향이 정말 강하게 올라올 정도였는데. 캐나다에서 먹는 달래는. 너무 그 향과 맛이 아쉽습니다.
캐나다에서 캐서 심어본 달래는. 아직 못 먹어봤네요. 아직 키우고만 있어요.
한국이라면. 쑥도 달래도 냉이도 올라올 봄햇살 따뜻한 마당에서 꽤 바쁠 때인데요.
저는 이제 또 짐을 싸고 여러모로 바쁠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아쉽고 그리운 것이 막 떠오르는 주말아침입니다.
- 그리하여 저는 이후에 북쪽으로 이사왔습니다. 아직 달래는 발견한 적이 없지만 고사리는 봤습니다. 동네 마켓 플레이스에는 산마늘(명이) 를 파시는 분들도 있으시더라고요 - 이 동네에서는 알려진 식재료입니다. 다만 집 앞 뒤로 숲이 닿아있어 이것저것 심어봤는데 튤립 심어도 먹고, 마늘을 심어도 먹고, 깻잎도 심어놓고 한번을 못 먹었습니다. 이 동네 동물들은 .... 다 먹습니다. 캐나다의 봄이 아직은 소원한 동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