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팬태믹 초창기 캐나다에서의 노트
* 본 내용은 캐나다 살이 카페에 2020년 초에 작성한 글입니다. 요즘 세대 아이들의 특징에 대해 설명한 인터넷 밈에 팬데믹을 오래 겪은, 사회성이 발달해야 할 시기에 갇혀서 지낸 아이들이 이후 미디어에 시간을 주로 쓰면서 사람과의 반응에는 대응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마음아픈 해석이었습니다만 일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이전과 이후가 다른 면면들이 많지요. 초창기엔 이랬구나 .. 그냥 읽어본 제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지러운 뉴스가 유난한 이 시기에 다들 잘 지내고 계시지요
의도와는 다르게 상황이 평탄치 않으신 분들의 소식을 들으며 마음의 안타까움이 더욱 큰 요즘입니다.
저야 원래 제가 계획하면서 사는 것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포기한 입장이고
또 캐나다에 와서는 더더욱 다른 사람들과 다른 더 혹독하고 긴 타임라인을 지내면서 온 터라
제 힘으로 풀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조금은 묵묵하고 조금은 새로운 노력을 하며 지내는 입장입니다.
제 아들이 저에게 해준 팩폭(?) 중에 하나인
" 엄마는 어이 없을 정도로 진짜 운은 나쁜데 어찌어찌 노력으로 다 해결하네?" 라는 말을
비꼬지 않고 칭찬을 받아들이고 있으니까요
제 조용한 근황을 적을까 하다가 한국에 있는 선생님께 쓴 메일로 제 소식을 조심스럽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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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래 간만에 인사를 드린다는 것이 많고 많은 소식이 겹치고 겹칠만한 어지러운 소식으로 가득한 시기에 인사를 드리게 되네요.
매일매일 뉴스가 그득그득 넘쳐나는 시기에 전해드릴 이야기가 많지 않아 다행스러울 지경입니다.
그저 몇몇의 어지러운 이야기가 돌고 몇몇의 생경한 광경도 나타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어지럽지 말자고 마음을 가다듬으니 그럭저럭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또 유별난 일도 없기에 인사를 전해야 할 이야기 거리도 많지 않습니다.
다행이 잘 지내고 다행이 별 일 없이 지냅니다.
얼마 전 올해 월드 비어 일정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저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번엔 선생님을 간만에 뵙고 반갑게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살짝 기대했었습니다.
아무래도 일상을 유지하기엔 어려운 시국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뭔가 기대했던 일정을 취소하는 일은 아무래도 이 어지러운 일들을 다시 상기시키니 서운하긴 합니다.
아이들이 기약 없는 방학으로 같이 부대끼는 중이라
넓직넓직한 캐나다 땅에서 주변 한적한 하이킹 산책을 왕왕 다닙니다.
마주치는 분들과 hello, how are you?의 인사도 별일 없다는 답을하며 일상을 지냅니다.
바쁘게 지내시는 일정이 좀 한가해지셨길 기대합니다.
저도 페북에 일정을 꽤 자세히 올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올라오는 선생님 소식 항상 반갑게 보고 있습니다.
캐나다 맥주 소식을 전하자면
얼마전 매해 있는 신랑 학교 헤드브루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행사,
Georgapalooza 라는 행사를 다녀왔는데 온타리오 내의 꽤 많은 브루어들 맥주 관계자들이 왁자지껄 모여서 재밌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행사가 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에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
그야말로 동네 펍에 알음알음 모여 입장료와 교환한 팔찌로 협찬받은 각 브루어리들의 25개 라인의 맥주를 마시며 점점 목소리가 올라가는 그런 분위기입니다.
인기 좋은 케그는 금방 바닥납니다.
어림짐작으로도 200명은 훌쩍 넘는 사람들이 동네 펍에 복작복작 모입니다.
간만에 만난 친구들과는 반갑게 인사하게 되고 서로가 서로를 소개하며 악수를 힘차게 나누고 맥주잔을 부딪히고 껄껄거리며 다음에 보자며 껴안고 인사를 합니다.
중간에 자선을 위한 기부를 하면서 티켓을 사고 그 티켓으로 추첨을 하는데 운이 좋았던 친구가 선물을 두 개를 받아 하나는 나누어 받았습니다.
열어보니 각종 맥주 관련 회사들의 기념품도 있었고 애완견 간식 만드는 책이라던가 애완견 간식이 들어있기도 하고 Singing in the rain OST LP판까지 something old 한 garage sale 제품 같은 것들이 들어있어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저는 저 가방에 있는 애완견 간식과 책은 또 누구와 나눠야 할 것 같네요.
몰트 백으로 재활용한 선물 보따리 가방이 제일 맘에 듭니다.
겨울동안 한가했던 신랑의 브루어리는
몇 주 전부터 꽤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으례 그렇든 여름 비어를 준비하기 시작한 탓입니다.
너무나도 한가했던 겨울 맥주 분위기와는 확 다릅니다.
부디 이 시기가 잘 지나가서 여름에는 서로 기뻐할 일이 많은 축하할 일이 많은 곳에 맥주가 제 자리를 찾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깁니다.
뉴스에서 보이는 모든 것이 멈추어 있는 정경과는 달리
캐나다의 시골 풍경은 뉴스와 겹쳐서 판단하지 않는다면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낍니다.
신랑이 자주 새로 뽑은 맥주를 한 두캔씩 가져오고
한가한 겨울 동안 여러 브루어리들을 다니면서 비축하며 모인 맥주가 꽤 많다 보니
같이 나누고 싶은 사람들도 많이 떠오릅니다.
올해도 선생님을 뵐 기회가 어쩐지 사라진 느낌이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건강이 더 중요하지요. 모두의 건강이 가장 중요한 인사입니다.
아무래도 . 무고하시지요 별 일 없으시길 바랍니다가
지금은 귀하고 중요한 인사가 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을 뵐 수 있는 기회가 이번엔 아쉬워졌지만 또 생기겠지요
자주 소식을 전하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한국에서보단 꽤 시간에 쫓기지 않은 생활임에도
이렇게 시간을 흐물흐물 보내는 중에도 또 여기에 익숙해지네요.. 저희의 게으름탓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주 공부는 더 풍부히 많이 하고자 노력은 합니다.
마시는 것조차 공부가 되니 게으른 저에게 너무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가끔은 곱창에 소주가 그립기도 하고 한국에서의 많은 것들이 아쉽습니다.
불평은 줄이고 여기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엔 돌아갈 수 있겠지요
과로하지 마시고 몸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캐나다에서 인사 전합니다.
아무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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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얘기한 브루어들의 모임은 3월 초에 있었습니다.
(캐나다 내의 뉴스가 시끄럽진 않았을 때입니다. )
악수하고 허깅하고 반가워하면서 서로를 맞이했습니다.
바이러스야 맥주 먹고 사라져라 농담도 했습니다.
온타리오의 여러 곳에서 정말 오래 간만에 사람들이 모이고 만납니다.
어려워하고 꺼려하는 분위기는 없었습니다.
이 카페에 이 글을 올리면 어떻게 될까 겁이 날 정도로 뾰족한 이해가 한동안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어느 분이 커피를 사려고 줄을 섰는데 뭔가 모를 눈초리의 기운을 느끼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사를 먼저 합니다.
먼저 웃습니다.
잘 지내시냐며 마음을 담아 안부를 묻습니다.
유난을 벗어나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하고
모두의 노력은 동참하려고 합니다.
실내가 아닌 실외의 활동이라면 권고할만하다는 내용에 따라
겨울을 이겨낸 새싹들 보러 산책도 다닙니다.
마스크를 사러 약국을 갔더니 할머니가 어린 딸을 보시며.. 미리 쓰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지만 누군가 마스크 왜 안 썼냐는 차별적인 말을 하면 꺼지라고 욕하라며 당장 목소리가 올라가십니다. - 이전의 이캐나다에서의 마스크에 대한 이미지는 굉장히 제한적인 상황에 자기 상황을 알려야만 하는 최소한의 방어막 정도 였으며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으므로 할머니의 차별에 무너지지 말라는 응원의 목소리에 가까운 말씀이셨습니다. 아무래도 이전부터 마스크에 대해 많은 효과와 필요를 확인한 우리의 경험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마스크가 많이 보편적이 되었지요 무엇보다 경험이 바꾼 풍경인 것 같습니다.
무식한 방법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앞에 있는 사람을 의심하고 경계하는 일에 매번 제 에너지를 쓸 만큼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살지 못합니다.
그저 나가서
누구를 마주치게 된다면
인사를 건네고 따뜻한 답변을 받습니다.
따뜻한 인사를 감사하다고 다시 인사합니다.
제가 다른 분들께 직접적은 도움을 줄 수 있을만한 능력자가 되지 못함은 아쉽습니다
의료진도 아니고 경찰도 아니고 소방관도 아니고 . 다른 누군가를 위한 바닥까지 에너지를 쓰는 그런 분들은 존경할 뿐이고 제가 할 수 있지 않음이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랑은 자기 자리로 일하러 갔고
저는 이 기회에 아이들을 챙기고 있습니다.
물을 끓여서 마시게 하고
매끼 밥을 같이 먹습니다.
그저 제가 할 일을 합니다.
그저 누군가와 마주치게 된다면 다정히 인사하겠습니다.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정도인 듯 합니다.
모두들 강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