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다' 를 '멋지다'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다른 문화에 살아야 한다는 건

by Beer Alien


**본 글은 캐나다 살이 카페에 적었던 글로 코비드를 도저히 앓지 않고 지나갈 수가 없었던 그 한가운데의 시기에 쓴 글입니다. 캐나다 살이에 부딪히고 지치다 한국에서 오래 살았던 캐내디언인 제 친구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모두들 건강하게 지내고 계시지요?


조금 뜸했습니다. 그래도 한달에 한번은 글을 쭉 올려온 것 같은데 3월 말 뒤늦게 코비드(?) 를 앓았는지 꽤 크게 앓았습니다. 그 이후로도 계속 후각은 돌아오지 않고 계속 알 수 없는 감기들이 계속 몰려옵니다.

그래도 좋은 소식도 있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정리도 하고 있습니다. 지나간 물건들은 한번씩 안아주고 보내주고 있습니다.


긍정을 늘이려 하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 생각보다 쉽게 풀리기 힘든 일들..


그래도 다행이다.

20 대 때는 뭐가 뭔지 잘 모르면서도 그 모든 걸 잘 하고 싶어서 힘들었고

30 대 때는 할 수 있는 일이 꽤 늘어났는데도 여유가 생기지 않고 잘해야 하는 일들이 끝없이 늘어나서 힘들었는데

40 대 때가 되어서는 이 모든 경험을 지나서 힘쓰고 노력해야 하는 일을 구분하고 보내는 연습을 꾸준히 잘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괴롭히는 문제들 중 내가 어떠지 못하는 일들은. 딱히 더 괴로워하지 않고 잘라내는 연습을 잘 해내는 40대가 되려고 하고 있다고 할까요. 그 와중에 잘 하는 일들은 더 잘하자 . 집중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꽤 잘 지내는 시간을 만들려고 합니다.


네. 캐나다의 시골에서 느리지만 더디게 .. 그렇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무스코카의 5월에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괴로운 블랙플라이의 시즌 (5월 중순 6월 초까지는 잠깐 블랙플라이가 극성입니다. ) 이기도 하면서 벌들의 시즌이기도 합니다. 라디오에선 되도록이면 5월의 가드닝은 하지 말아 달라고 하네요 .. 벌들이 바쁜 시즌이라고. 그래서 민들레도 괴롭지만 ... 조금은 기다려 줍니다.


작년 가을에 심었던 튤립은 .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뒷마당에 심어놓은 곳에 동그란 구멍이 뚫려버린 지라... 응?? 이게 뭐지 했는데? 뒷마당에 오는 사슴들이 먹어버린 모양입니다. 허무하지만 이 동네 튤립이 없는 이유가 있었네요

상추 고추도 모종을 사와봤지만 .. 이 동네 호기심 많은 놈들이 건드리는 것 같습니다. 올해도 글렀습니다.

뒷마당에 블루제이가 자주 옵니다. 로빈이 오면서 봄의 따스함도 같이 왔습니다.

로빈이 지저귀는 소리가 무척 이쁩니다. 핸드폰 알람 소리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로 해 놨는데 실제로 지저귀는 소리에 헷갈려 깨기도 합니다. 핸드폰 소리보다 훨씬 요란하고 크고 .. 이쁜 소리에 둘러싸여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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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마당에서 고사리도 땁니다


군데군데 잔디밭이 듬성듬성했는데 이웃에게 배운 방법으로 잔디씨와 흙을 믹스해서 잘 뿌려놓고......

서방님의 잘 하고 싶은 과한 애정이 저희 가족을 지금 2주째 괴롭히고 있습니다.


신랑이 몇 시간~~~을 넓은 잔디밭에 물을 드음뿍 주는 바람에. Wall water를 쓰는 저희 집 물이 고갈이 되었는지 며칠동안의 흙탕물을 견디고 지금은 얼만큼 더 깨끗해졌나를 매일매일 비교해 가면서 급한 물은 이웃에게서 떠다 쓰고 있습니다. ㅎㅎ 지난 휴일에 뒷마당 정리에 바쁘신 옆집 아저씨께 맥주를 사다 드렸는데... 아저씨가 물 상태를 물어보셔서 .. 아직 별로라 말씀 드렸더니.. 너 혼날 날이 앞으로도 많이 남았구나 하셨답니다. 네 그럼요 저희 신랑 내내 더 괴롭힐 예정입니다.

그래도 맥주 드릴때마다 좋아해주시고 같이 이런저런 얘기할 수 있는 이웃분들이라 참 좋습니다.

한동안 못나가던 YMCA 운동을 갔더니 어르신분들이 무척 반가워해주시고 이런 저런 얘기도 해주시고 듣는 것도 즐겁고 재밌습니다.

어제는 블랙플라이 얘기가 나왔는데 한 할머니는 머리에 잠자리 모형을 꽂는다고 하시고

한 분은 모자 안쪽에 바운스(드라이 시트)를 넣어서 외출한다고 하시고

저는 scents booster 를 넣어서 빨래 한다고 했어요.

저는 어르신들과 얘기하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요즘 어르신들분들과의 시간 중 가장 좋은 일은 어르신 분들의 다정한 말씀을 듣고 다정한 표현을 배우는 일입니다.

어르신분들에게도 이 동네에서 드믄 외국인을 만나는 일은 참 새로운 일인 것 같습니다.

가끔은 호기심에 차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오오~ 그렇구나.. 참 다르네. 멋지다! 그것도 좋은 것 같다. 좋은 방법이네."

이런 말씀을 많이 듣습니다. 처음엔 그저 그런 당연한 표현처럼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내고 보니 그런 표현을 참 많이 하고 더 많이 배워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지내고 보니.. 제가 칭찬에 꽤 인색하다는 반성도 많이 합니다. 불평만 넘쳐나는구나 싶어 반성합니다.

어른들께 다정해지려 조금씩 조금씩 신경써서 다양한 다정한표현을 듣고 배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힘들때는 oh... it is .......... that is just what it is라는 표현은 그저 지치기만 하는 표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제가 해결할 수 있는 일과 해결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는 지표적(?) 문장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그렇게 제 노력의 집중을 분산(?) 하기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 그렇네요

그리고 소소한 일들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는 조그만 동네의 단순해 보이기만 한 대화에서

단순함을 벗어나는 '다름' 의 이야기는 새로움의 이야기로. 그리고 멋진 이야기로 바꾸는 방식을 배우고 있습니다.


저의 bestie 가 알버타에서 오타와로 올 일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달려갔습니다.

제 인생의 힘든 육아 시기를 같이 울고 웃으면서 지낸 저의 bestie 입니다.

이번은 다시 6년만(?) 에 만난 셈인데... 어제 만난 친구의 수다와 다르지 않습니다.

낙엽 굴러가는 것만 봐도 웃는 여고생같이 아무말에나 웃다가도 신나게 알코올 섭취하며 깔깔거리다가도 둘만 남는 자리만 되면 속을 다 털다가 껴안고 펑펑 울어버립니다. 이번에도 저와 제 친구는 were on same page 의 감정을 계속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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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친구가 저에게는 ' 다름'을 '멋지다'로 가장 많이 가르쳐준 친구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이 친구와의 몇몇 잊지 못할 대화를 기억하고 있는데 어느날 불쑥 너는 아이가 커서 너를 가장 두렵게 할게 뭐일 것 같아? 라는 질문을 한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머리속에서 떠돌던 수많은 상황들은 너무 많아서 답도 못하고.. 상상만 해도 무섭다, 말을 못하겠어.. 너는 어떤데? 하고 물었더니.. 씩 웃으면서 ... 지금은 아들이 동성애자가 되는 상황이라면 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서 .. 그게 겁나. 하더라구요? 왜 그게.................? .. 라는 제 질문에

나는 내 자식이니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이해하면서 키우려고 노력할거야. 그런데 아들이 어느 날 자기 자신에 대해서 나한테 솔직히 얘기하는 걸텐데, 내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들에게 받는 상처로 받아들이고 그럼 내가 우리 아들한테 상처가 될꺼고.. 나는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엄마가 될까봐 걱정 돼...


거기까지 간다고? 그랬더니. 본인은 아이가 뭘 하던지 어떤 상황이 되던지 다 받아들이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 연습이 아직 부족한 것 같아서 . 스스로를 걱정한다는 겁니다.


저랑은 너무 달랐지요. 고민의 방향이 너무나 다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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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는 한국에 살 때 그랬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 좋고 너무 멋지다고.

모든 것을 잘 받아들이면서 지내는 듯 보였습니다. 외로워하긴 했지만 그래도 꽤 잘 지내는 듯 보였습니다.


이번에 만나서 제가 물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다 멋졌냐고

나는 캐나다에서 6년을 지내면서 많이 외롭고 많이 슬프고 많이 힘들고 그래서 니 생각이 더 많이 났다고

너는 어떻게 그렇게 내 앞에서 많이 웃으면서 지냈냐고


힘들었답니다.

외로웠답니다.

그리고 많이 슬프고 답답했다고도 했습니다.


한국말을 못하니 아마 더 무척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도 그 시절은 좋았답니다. 멋졌답니다.


친구랑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참 멋진 것들이 많이 보입니다.

상처가 있어도 불평하지 않는 친구의 옆에 있다보면

저도 불평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저 멋지다 멋지다 . 감탄만 하면서 지내지요.


한국이 무조건 멋져서 멋지다고 한 게 아니란 걸 압니다.

캐나다가 무조건 엉망이라 불평만 나오는게 아니란 것도 압니다.

안을 들여다보고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방식을 배워나갑니다.

조금 더 긍정적으로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면 어느 새 멋진 일로 변해버립니다.


처음부터 좋았던 것만 좋아하지 않습니다.

조금씩 하나하나 이해해가면서 조금씩 좋은 일이라고 배워나가기 시작합니다.

좋은 일들이 하나하나 더 많아지고 있다고 세상의 방식이 다양하고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이 많다고 느낍니다.


혹시 Prime 에서 Modern Love 보시는 분 있으신가요?

세상의 다양한 방식의 love 를 볼 수 있는 옴니버스 이야기들이 멋지게 나옵니다.

(러브 액츄얼리 스타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


지금 이거 보면서 눈물 펑펑 흘리고 있는 중이라..... 조만간 또 근황 들고 금방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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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릇한 잎이 올라오는 5 월 초의 모습이에요



이것이 5월 즘의 모습인데 3월의 한가운데 지금 제가 있는 곳은 여전히 허리까지 눈이 쌓여있습니다. 다른 곳은 봄기운이 올라오고 있겠지요?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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