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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한샘 Jan 20. 2021

2021년 맥주 시장 읽기

2021년 맥주 시장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을까?

2020년은 새롭게 바뀐 주세법과 그 영향력에 대해 모두가 주목하던 한 해였다.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은 50년 만에 바뀌는 종량세가 시장 활성화 및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 기대했다. 뿐만 아니라 주류 스마트 오더, 음식을 동반한 주류 배달 합법화, 주류 OEM 등은 시장 발전을 위한 기회로 여겨졌다. 하지만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맥주 소비 시장을 강타했고 시장 참여자들은 한 해 내내 성장이 아닌 생존을 강요받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정책은 사람들의 대외 활동을 극단적으로 줄여 유흥 시장의 맥주 소비를 감소시켰다. 특히 서울 수도권 펍이나 맥줏집이 주 매출처였던 생맥주 공급 업체는 유례없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가정용 맥주 소비는 폭증하여 마트와 편의점에 납품하고 있는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그나마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대면 문화가 만든 가정용 맥주 시장의 성장과 유흥용 시장의 침체, 그리고  그로 인한 유통 채널의 협상력 증가는 작년 한 해 코로나가 트리거가 되어 촉발시킨 현상이다. 여전히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2021년 맥주 시장은 작년의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올해 맥주 시장은  팬데믹으로 인한 불확실한 소비 시장의 연속이라는 복잡한 방정식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



종량세가 가져 올 시장 양극화의 가능성


술은 수 백년 동안 제도의 변화에 영향을 받아 온 산업이다. 작년 맥주 주세법의 개정은 시장의 가시적인 성장을 바라볼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였다.


2019년까지 맥주 세금은 종가세였다. 맥주 제조 원가에 72%의 정률이 붙는 방식으로 제조 단가가 높으면 유통 및 판매 단가도 높아지는 구조였다. 같은 발효주인 와인이 기타 주류로 분류되어 30% 정도의 세금을 내는 반면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맥주에는 소주나 위스키 같은 증류주와 동일한 세금이 부과되어 오랫동안 형평성 문제가 대두됐다. 특히 낮은 인보이스가로 수입 된 저가 맥주의 등장은 지난 몇 년 간 국내 제조 업체와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야기했다.


종가세가 시장 전반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자 국세청은 드디어 2020년 생산량에 일정한 세금을 붙이는 종량세를 도입했다. 맥주의 경우 제조 단가와 상관없이 리터 당 약 830원 정도의 정액을 부과했다.


종량세는 종가세에 비해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었다. 재료비가 높아져도 세금이 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맥주 출시가 가능해졌고 마케팅 비용이 제조 단가에 산입되지 않아 공격적인 마케팅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또한 규모의 경제에 따른 생산비 부담에서 벗어 났으며 장비 감가 상각도 제조 단가에서 제외시킬 수 있어 긍정적인 투자 유치 환경을 조성했다. 고급 인력 확보와 서류작업의 단순화도 보이지 않는 혜택 중 하나였다.

안동 브루어리 (출처 : 윤한샘)

하지만 우려되는 면도 있다. 시장 진입 장벽 역할을 했던 종가세의 철폐는 시장 참여자의 증가와 이에 따른 경쟁의 심화를 초래했다. 자본력이 약한 업체는 도태될 수 밖에 없는, 본격적인 자본 경쟁 시장이 열린 것이다.


더구나 종량세로 인한 맥주 판매 가격의 하락은 시장 확장성에 대한 기대와 달리 수익성 약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가격 탄력적인 상품이 아닌 대중 맥주의 경우 자본력이 높은 쪽으로 과실이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4캔 만원’ 프레임이 강력하고 다양한 맥주를 소비하는 문화가 정착하지 못한 한국 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와 대규모 마케팅 투자가 가능한 대기업에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약화된 유흥 시장, 반전 모멘텀이 있을까?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은 가정용 맥주 매출이 유흥용 맥주를 역전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맥주 시장은 마트와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정용과 음식점과 주점에서 마실 수 있는 유흥용 시장으로 나뉜다. 그동안 맥주 시장은 유흥용과 가정용이 6:4 정도로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1인 가족 증가와 회식의 감소로 인해 가정용 맥주 매출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고 코로나로 인한 홈술과 혼술 문화는 이 시장을 단숨에 끌어 올려 4:6 정도로 역전시켰다.


먼저 종량세가 가정용 맥주 시장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작년 초 맥주 세금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며 국내 맥주 가격 하락과 4캔 만원 실시에 대한 압박이 심해졌다. 대형 맥주뿐만 아니라 여건이 갖춰진 수제 맥주 업체들부터 맥주 4캔 만원 시장에 가세하기 시작했고 편의점 채널이 이 흐름을 주도했다. 마트에서만 시작되던 4캔 만원 프레임이 편의점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되며 수제 맥주는 대중 시장으로 전이되었다. 이 과정에서 마트와 편의점은 가정용 시장 채널의 쌍두마차로 굳어졌다.

링고 펍 (출처 : 윤한샘)

반면 코로나는 유흥용 맥주 시장의 하락을 가속화시켰다. 회식과 모임이 사라지고 영업 시간에 제한이 걸리며 많은 주점들이 폐업했고 유흥용 채널에서만 거래가 가능한 생맥주 판매량은 절대적으로 추락했다. 이는 유흥용 맥주 채널에 무게를 두고 있던 업체에는 큰 충격이었다. 캔 맥주 라인을 갖추지 못한 작은 업체들, 특히 생맥주 중심으로 영업 라인을 구축했던 소규모 국내 수제 맥주 양조장들은 판로가 사라졌다. 작은 업체들은 이런 급격한 시장 충격에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주류도매사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유흥용 채널에 주류를 공급하는 도매사들은 소비 둔화로 현금 흐름을 확보하기 힘들었다. 수제 맥주에 관심을 갖던 도매상들은 그나마 꾸준한 매출을 보이는 대기업 맥주 판매와 소주와 와인 채널에 영업을 집중했다.


하지만 캔입 라인을 구축하고 있던 업체들은 편의점과 마트의 4캔 만원 수제 맥주 출시에 대응할 수 있었다. 웹툰의 캐릭터나 레트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대중 접근성을 높인 맥주들은 좋은 반응을 얻으며 수제 맥주 대중화의 길을 열었다. 대기업 맥주들도 유흥 시장의 부진을 가정용 시장에서 만회하기 위해 움직였다. 기존의 맥주잔 패키지뿐만 아니라 캠핑용품, 가방 등 굿즈를 결합한 상품을 선보였다.


2021년에도 이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이 소강되면 유흥용 시장이 어느 정도 활성화 되겠지만 예전만큼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일반음식점과 프랜차이즈들에서 판매되는 카스나 테라와 같은 대형 맥주들이 유흥용 시장을 어느 정도 회복시킬 가능성이 있으나 주점이나 펍을 재창업하는 자영업자들이 급격히 줄어들어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는 못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모든 채널에 공급할 수 있는 대형 맥주 회사나 자본력이 있는 수입 맥주, 국내 수제 맥주 회사들은 유흥용과 가정용 맥주 간 매출 균형을 맞추겠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들은 매출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주류도매사의 경우 일반음식점 시장이 회복되면서 나아지겠지만 매출이 떨어지는 수제 맥주에 대한 포션은 상대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크다.



심화되는 유통 채널의 독점력


혼술과 홈술, 코로나 팬데맥으로 마트와 편의점 맥주 매출이 증가하면서 채널 독점력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5년 간 맥주 공급은 증가했으나 새로운 판매 채널과 소비 문화 확대가 정체되어 마트와 편의점으로 협상력의 추가 넘어오던 상황이었다.


2021년은 대형 유통사의 협상력이 더욱 강해짐에 따라 이들의 요구를 맞추지 못하는 업체들은 판로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맥주는 온라인 채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유통 채널 협상력을 분산시키기 어렵다. 4캔 만원 가격 프레임, 광고비 집행, 굿즈 패키지와 같은 유통사의 니즈를 맞출 수 없는 공급사는 가정용 채널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다.


종량세로 인해 편의점 채널에 새롭게 진입한 국내 수제 맥주사들 또한 마케팅 비용에 대한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공급사들 간의 경쟁이 심해짐에 따라 실적과 공급가에 따라 입점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채널 독점력은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선 맥주의 다양성이 떨어지게 된다. 유통사의 입맛에 맞는 맥주들로 편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진열과 보관 용이성이 높은 500미리 캔 맥주가 진열대를 채울 것이며 그 중 대중 맥주인 라거가 더욱 선택을 받을 것이다.


국내 수제 맥주의 경우, 유통사의 마케팅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3~4개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시간이 지날 수록 대기업 수제 맥주들과 동일한 공간에서 만나게 될 것이며, 차별적인 가치를 어필해야 만 진열대에서 밀려나지 않을 것이다.



분화되는 국내 수제 맥주 업체들


국내 수제맥주들 (출처 : 윤한샘)

그동안 동일한 정체성으로 소비되던 수제 맥주가 분화 될 것이다. 작년까지 맥주 시장은 캐롤(Carroll)이 제시한 자원분할이론(resource partitioning theory)에 따라 대형 맥주 회사들이 만든 틈새 시장에서 수제 맥주가 생존하고 성장하는 모형을 따라 왔다. 하지만 캐롤의 이론이 적용되던 한국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함에 따라 올해부터 수제 맥주 회사들 사이에서도 본격적인 세분화가 시작될 것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 수제 맥주는 대중에게 이미지로 소비되며 성장했다. 오비와 같은 대형 맥주 회사들은 자사 브랜드인 핸드앤몰트, 구스 아일랜드 등을 OEM 생산하며 본격적으로 수제 맥주 시장에 개입했다. 실제로 오비는 자사 공장에서 생산되는 덕덕구스, 유미의 에일, 모카 스타우트 등을 통해 ‘수제’라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자산화하고 있다.


특히 자본력을 갖춘 수제 맥주 회사들이 ‘수제 맥주 4캔 만원 시장’을 형성하며 본격적인 대중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대기업 맥주와 명확한 전선을 긋지 않은 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수제’라는 단어가 ‘고급’과 ‘로컬’에서 ‘재미’로 바뀌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곰표, 말표, 유동골뱅이 등 이종 산업 간 콜라보레이션 맥주는 ‘수제’라는 가치를 경쟁적으로 소비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결과는 그동안 ‘수제’라는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던 소규모 수제 맥주 회사들을 점점 분화시킬 것이다. 폴 브라이언(Paul Brian)의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공간 역학 이론’에 따르면 크래프트 맥주 계층(class)은 일반적으로 3개로 분화된다. 시에라 네바다와 같이 대중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스타일을 만드는 구축 계층(Established), 로컬 시장을 대상으로 작지만 혁신적인 맥주를 만드는 혁신 계층(Innovated) 그리고 대중적인 스타일을 만들되, 전국 시장이 아닌 중형 시장이 대상인 중간 계층(Up-and-coming)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자본력과 생산력이 분화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4캔 만원과 OEM이 가능한 중대형 계층, 펍이나 주점같은 유흥용 시장 유통을 중심으로 하는 중소형 계층, 브루펍 형태로 지역 상권을 중심으로 하는 소형 계층 그리고 세컨들 브랜드를 통해 수제 맥주 시장에 진입하는 대기업 계층이다.


이런 분화에 따라 ‘수제’라는 단어는 크래프트 씬에서 용도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대기업 맥주 회사와 자신들을 구분했던 가치가 무너지면서 ‘수제 맥주’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논란도 함께 예상된다. 전통주 업계에서 우리술과 장수 막거리를 구분하는 것과 같은 움직임이 소규모 수제 맥주 업계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프랜차이즈 맥주들


작년에 완화된 두 가지 규제는 프랜차이즈 회사들에게 새로운 사업적 기회를 만들었다. 음식을 동반한 주류 배달의 합법화 그리고 OEM 맥주 생산이다. 이 두 가지 규제 개선은 배달 위주의 사업을 펼치는 프랜차이즈 기업들에게 희소식이었다. OEM을 통해 자신의 브랜드 맥주를 대량 생산한 후, 가맹점을 통해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맥주보다 낮은 가격으로 생산과 판매가 가능한 자사 브랜드 OEM 맥주는 추가적인 매출과 마케팅 진작이라는 가능성을 열었다. 교촌 치킨이 가장 적극적으로 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는 가운데 치킨 업체 뿐만 아니라 맥주와 피자 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업체들이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프랜차이즈 OEM 맥주 생산은 소규모 양조장보다 중대형 양조장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캔 생산 라인을 갖춘 회사들이 적극적인 협업을 희망할 것이며, 롯데와 하이트 같은 대기업들 또한 이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시장의 확대는 물량과 가격 그리고 유통력 등 모든 면에서 대기업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기획에 따라 프랜차이즈 유흥용 맥주뿐만 아니라 편의점 시장용 협업 맥주도 등장하며 가정용 맥주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대중들이 아는 ‘수제 맥주 시장’은 향후 대기업들 간 경쟁 시장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 이상 힙하지 않은 콜라보레이션 맥주


2018년부터 진행된 레트로 훈풍이 마침내 맥주에게도 다가왔다. 레트로 브랜드와의 이종 간 콜라보레이션 또한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첫 주자는 오비 라거였다. 레트로 브랜드 진로 소주의 성공을 시작으로 오비 맥주도 자사의 레트로 브랜드를 복원했다. 크래프트 맥주 씬에서는 대한제분의 곰표와 세븐브로이의 콜라보레이션이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었다. 곰표 맥주의 성공으로  말표, 유동 골뱅이와 같은 이종 간 콜라보레이션 맥주가 뒤를 이었으며, 웹툰의 주인공을 테마로 한 유미의 에일, 호랑이 형님 같은 맥주도 출시되었다.

곰표 맥주 (출처 : 윤한샘)

레트로 마케팅은 기존 세대가 아닌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진행되었다. 기성 세대에게 옛 브랜드는 촌스럽고 올드하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새롭고 참신하게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레트로 브랜드는 새로운 브랜드와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다. 곰표와 말표 같은 맥주의 소비 기준은 향과 맛이 아닌 브랜드였다.


올해도 콜라보레이션 맥주 프로젝트는 유사하게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그 중심이 맥주가 아닌 레트로 브랜드인 이상 이 흐름은 단순한 패션에 머물 것이다. 이런 트렌드는 초기에는 힙하지만 소비가 지속될 수록 피로도와 지루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021년까지 이종 간 콜라보레이션은 이어지겠지만 그 흐름은 둔해 질 것이다.


오히려 하이트 맥주의 ‘크라운 맥주’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혹은 롯데와 같이 장수 브랜드를 보유한 대기업에서 이종 간 콜라보레이션 맥주가 출시될 가능성도 높다. 브랜드 확장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레트로는 남겠지만 맥주는 사라질 것이다.



주류 스마트 오더, 새로운 기회이자 탈출구


주류 스마트 오더는 온라인으로 주류 결제를 한 후, 정해진 장소에서 소비자가 직접 픽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온라인 주류 결제를 위한 성인 인증 시스템이 완벽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온라인 주류 구매는 불법이다. 음주 확대로 인한 국민 건강 저하와 청소년 음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절충안으로 나온 주류 스마트 오더는 온라인으로 주류 결제를 하고 픽업 장소에서 구매자 인증을 하면 직접 가져갈 수 있는 제도다. 온라인 주류 판매를 반 정도 풀어 준, 어중간 한 모습이지만 마트와 편의점 진열대에 납품할 수 없는 대부분의 국내 수제 맥주 업체들과 수입사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리적으로 한정된 진열대를 가지고 있는 편의점들은 온라인 속 가상 주류 진열대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마트와 편의점에 상시적으로 들어갈 수 없는 업체들은 비교적 낮은 진입장벽으로 메인 유통 채널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매출이 줄어든 펍이나 맥줏집 같은 유흥음식점도 픽업 서비스를 통해 부가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현재 주류 스마트 오더는 새로운 주류 유통의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GS와 CU 같은 대형 편의점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GS 팝과 같은 자사 어플리케이션 내에 있는 주류 오더 시스템에서 결제를 한 후, 주위의 가장 가까운 가맹점을 선택해 픽업을 할 수 있다. CU 또한 네이버와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데일리샷 주류 스마트 오더

데일리샷과 같은 업체는 펍이나 맥줏집과 제휴를 맺어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사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결제를 마친 맥주를 주위의 가까운 펍에서 픽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와 유사한 회사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2021년은 이 제도가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0년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인 성장과 경쟁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유통사와 제조사, 수입사 모두 주류 스마트 오더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며, 결국 마케팅과 기획력이 그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맥주 온라인 판매가 요원하게 보이기 때문에 이 시스템은 그 대안으로 한동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어느 경쟁 시장과 마찬가지로 이 채널에서도 기획과 마케팅이 ‘구분’을 위한 핵심이 될 것이다.


2020년 코로나는 변수였지만 2021년 현재는 상수다. 코로나 인한 소비 문화의 변화는 산업 생태계를 근본적이고 구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 역병이 상수라면 우리는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이 변화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의사 결정에 반영하는가 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업체만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


2021년은 맥주 산업에 있어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시기다. 중요한 건 모든 시장 참여자의 생존과 성장이다. 새로운 변화가 굴곡이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해답은 언제나 등잔 밑에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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