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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한샘 Dec 21. 2019

2019년 맥주시장 이슈와 정리

2019년 맥주 관련 이슈와 2020년 맥주 시장 소고

2019년은 다사다난한 대한민국 사회만큼이나 맥주산업도 다양한 이슈와 변수로 인해 역동적인 한해였다. 2010년대가 저물어가는 지금, 한해를 돌아보는 일은 개인 뿐만 아니라 회사 그리고 산업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2019년을 뜨겁게 했던 이슈와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2020년은 어떤 변수가 우리를 맞을 것인가? 맥주산업과 시장을 반추하며 새로운 2020년을 고민해보자.  


2019년 맥주시장을 달군 이슈들


2019년 맥주시장을 달군 다양한 이슈들이 있지만 가장 큰 관심과 영향을 미친 이슈들은 맥주 종량세 전환, 일본맥주의 하락 및 테라의 성장 그리고 온시장의 하락과 오프시장의 성장을 들 수 있다.  


◆ 맥주 종량세 도입 논의


맥주는 다른 주류와 달리 저도수의 술임에도 불구하고 70%가 넘는 세금이 출고가에 붙는다. 4캔 만원을 팔리고 있는 수입맥주 및 타 주류와의 역차별 이슈가 2019년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양에 주세를 붙이는 종량세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었다. 연구와 공청회를 통해 맥주의 경우 리터 당 800원 정도로 세금을 붙이는 방안이 진행되었고 아마 2020년에는 맥주 종량세가 실행될 것이라 전망된다. 맥주 종량세가 시행되면 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등이 세금으로 부터 자유로워져 더 다양하고 품질 높은 맥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고가맥주의 경우, 경감되는 세금만큼 가격을 낮출 수 있어,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고 추가적인 시장의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다. 그동안 맥주업계의 숙원이었던 종량세가 수면 위로 올라와 논의되었고 그 틀을 잡았다는데, 2019년은 특별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맥주 종량세 (출처 : 조선일보)


◆ 일본 맥주의 몰락 


한국 수출품에 대한 일본 정부의 규제가 촉발시킨 반일감정은 그동안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1등을 달리고 있던 일본맥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수년 간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일본맥주는 온시장(on-market) 뿐만 아니라 오프시장(off-market) 점유율도 급격히 추락했다. 대신 그동안 2위를 차지하고 있었던 칭따오가 1위로 올라섰고, 하이네켄, 스텔라, 칼스버그 등 일본 맥주를 대체할 수 있는 라거들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들 브랜드는 티비 광고 등, 전보다 더 많은 마케팅 투자를 하며 이번 기회를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호재로 보고 있는 듯 하다. 2019년은 한일 감정과 같은 외부 리스크가 맥주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 지 볼 수 있었고 업계가 다양한 리스크에 대해 미리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 준 한해였다.


수입맥주 변화(출처 : 조선일보)


◆ 테라의 급성장 


한국맥주 시장은 오래 전부터 오비와 하이트의 과점 경쟁 시장이었다. 두산 페놀 사건 이후, 오비를 앞질렀던 하이트가 2010년 초반 카스로 인해 재역전된 후, 지금까지 오비 카스는 절대 강자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절치부심하던 하이트가 2019년 테라를 출시하며 심상치 않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다소 고루했던 맥주시장에 테라라는 새로운 브랜드 출시와 미세먼지 청정지역인 호주 재료를 사용한다는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명확한 가치를 제공했음은 물론 뉴트로 트렌드를 이용한 진로이스백과 함께 ‘테진아’로 불리는 소맥을 통해 ‘카스처럼’에 대응하는 소맥 마케팅을 펼치면서 성장을 하고 있다. 2019년은 약 10년간 카스가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국내 맥주 시장에 맥주 소비자들이 얼마나 시대적 트렌드에 민감한 지 알 수 있었던 한 해였다. 



2019년 소비자 니즈의 변화


2019년은 맥주 소비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였다. 올해 소비자 니즈는 4가지 키워드로 인한 1가지 현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4가지 키워드란 회식 감소, 혼술문화의 공고화, 배달시장의 성장 그리고 경제성장 둔화로 인한 리스크 회피현상이다. 이 4가지 원인은 시장에서 오프시장의 성장이라는 현상을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소맥(출처 : 조선일보)

◆키워드 1. 기업의 회식감소


주 52시간 노동시간의 법제화와 회식문화의 건전화는 술과 함께하는 회식문화를 감소시켰다. 회식도 노동시간의 일부로 간주되면서 2, 3차까지 이어지던 술자리가 가볍게 저녁을 먹거나 레져 스포츠를 즐기는 문화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또한 미투운동으로 대변되는 사내 성희롱 문화 근절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자연스럽게 술은 회식에서 조금씩 배제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럽게 온시장에서 맥주 소비를 감소시키고 있다. 


◆키워드 2. 혼술 문화의 공고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혼술 문화는 더 공고화되고 있다. 이런 혼술 문화는 편의점 4캔 만원 시장의 확대와 맞물려 오프시장(가정용) 맥주 소비를 이끌었다. 대부분 수입 브랜드들은 편의점 4캔 만원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신용카드 제휴 마케팅을 통해 맥주를 혼술을 위한 대표 주류로 만들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유흥용 맥주 시장보다 가정용 맥주성장을 성장하게 되었다. 


◆키워드 3. 배달문화의 급성장


배달문화의 급성장은 편의점 맥주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다양한 앱을 통해 대부분의 음식들이 배달되는 현실에 비해, 술은 주세법 상 배달이 불가한 식품이다. 물론 음식과 함께 생맥주 배달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졌지만 소비자들은 편의점이라는 채널을 통해 더 저렴하고 쉽게 맥주를 구매하고 있다. 또한 배달문화의 성장은 맥주 구매 채널을 자연스럽게 마트에서 편의점으로 바꾸었다. 예전에는 더 저렴한 맥주 구입을 위해 마트에 가야만 했지만 지금은 편의점이 대체 채널로서 충분한 기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키워드 4. 경제성장 둔화와 리스크 회피현상


경제성장 둔화와 이로 인한 가처분소득 감소는 소비심리를 보수적으로 만들어 새로운 상품에 대한 리스크 회피현상을 만들었다.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상품에 대한 금전적인 리스크를 줄이고 익숙하거나 대중광고 혹은 SNS를 통해 검증된 상품에 소비를 하려는 심리로 인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크래프트 맥주나 신규 국내 크래프트 맥주들은 성장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상. 맥주 구매 채널로서 편의점 시장의 급성장


이러한 4가지 키워드에 의한 복합적인 원인은 올 한해 온시장에서 맥주 성장을 둔화시키고 상대적으로 가정용 편의점 시장을 성장시켰다. 이로 인해 생맥주 시장이 중심인 국내 크래프트 맥주(수제맥주)들의 성장세가 약화되었고, 프리미엄 크래프트 맥주 또한 과거에 비해 성장률이 떨어졌다. 프리미엄 크래프트 맥주는 마트와 편의점 SKU에서 밀려나 새로운 판매채널이 필요해보이지만 바틀샵 채널이 많이 사라진 지금, 와인앤모어와 PK마트 같은 채널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채널링 이슈는 소규모 크래프트 맥주들의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2020년 맥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아이템


경제, 문화, 사회적인 영향으로 인해 2020년도 여전히 마트와 편의점과 같은 오프시장이 중요한 채널로 인식될 것 같다. 가장 주목하고 있는 맥주 카테고리는 4캔 만원에 편입된 크래프트 맥주들이다. 크래프트 맥주는 대형 맥주에 비해 프리미엄으로 포지셔닝되어 있고 이런 측면에서 블루오션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소비시장이 예상보다 둔화되어 성장 마진은 작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틈새를 메워줄 아이템이 브랜드 인지도는 있지만 가격을 낮춘 크래프트 맥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구스IPA와 구스312는 2019년에 4캔 만원시장에 진입하여 괄목한 성장을 보였고, 밸라스트 포인트, 브루독 맥주들이 곧 그 뒤를 이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은 시장에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모두 미칠 가능성이 있긴 하다. 크래프트 맥주의 정체성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이런 맥주들이 대기업에 의해 주로 공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프리미엄이라는 포지셔닝으로 소규모로 수입되던 맥주들에는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물론 긍정적인 영향도 있는데, 그동안 시장을 지배하던 라거 맥주와 동일한 가격으로 IPA와 같은 맥주들이 소비되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의 취향과 관점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제2의 구스IPA가 등장하느냐, 그리고 그런 맥주들이 어떻게 시장 생태계를 변화시킬 지가 큰 관심사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매장 전략 변화


2020년은 매장을 운영하는 업자들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줄 시기로 보인다. 경제성장의 둔화, 주 52시간의 확대, 배달시장의 성장 등 아무래도 부정적인 요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맥주를 취급하는 매장의 취약점은 아무래도 맥주는 2차에 마시는 술이라는 고정관념과 문화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맥주는 식사 후 사회적 관계를 맺는 자리에서 소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통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발생되는 맥주 매출은 기본적으로 영업시간이 짧기 때문에 맥주만 판매하는 펍은 불리한 환경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스타일의 펍(출처 : 조선일보)

이러한 상황에서는 확실한 고객가치를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맥주와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매출 발생 시간을 늘리거나, 아니면 2차를 위한 맥주만 제공하는 곳으로 포지셔닝을 하는 것이 중요할 듯하다. 포지셔닝에 따라 매장크기와 인력구조를 변화하여 생존에 적합한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가능하면 낮에도 맥주를 판매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실질 매출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맥주 카테고리에 따른 전문성을 길러 세분화된 고객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맥주 보관 및 서빙도 차별화하여 더 품질 좋은 맥주가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0년 맥주 시장과 산업의 성장을 바라며  


한국 맥주 시장은 몇 년 전과 달리 유통사가 공급을 주도하는 시기로 넘어왔다. 시장 초기에 맥주 정보의 비대칭이 수입업체 또는 고객에게 쏠려있어 채널링에 상대적으로 유리했으나 현재는 바틀샵이 몰락하고 대형마트, 편의점 혹은 와인앤모어와 같은 대기업 채널이 주도권을 잡은 모습이다. 소비시장이 성장하지 않는다면 한정된 SKU에 공급자가 몰리게 되어 오프시장은 더 치열해질 듯하다. 경제가 큰 폭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면 온시장 또한 단기적으로 성장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을지로 맥주거리(출처 : 조선일보)

따라서 지금은 맥주 시장의 성장에 대한 전반적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공급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은 이루었지만 소비시장은 예상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추가적인 매출 채널도 늘어날 조짐이 없기에 맥주 공급사들은 여러 가지로 절치부심을 해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우리나라에는 브랜드에 맥주소비자에 대한 세분화와 포지셔닝이 더딘 실정이다. 이제는 자신의 브랜드에 맞는 소비자 분석이 본격적으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 세분화를 더 철저하게 하여 그에 맞는 마케팅을 해야지만 브랜드 가치의 성장과 유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맥주 관련 종사자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특징과 구조를 분석하여 자신의 브랜드를 더 명확하게 포지셔닝 해야 할 것이다. 꾸준히 재구매를 해주는 소비자를 만들어 전체 산업의 파이가 더 커질 수 있는 실행이 중요하다. 또한 국내 크래프트 맥주(수제맥주) 업체들 같은 경우, 진정한 한국 크래프트 맥주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듯하다.


이를 위해서 업계에 있는 전문가, 협회, 공급자 및 리테일러가 함께 지속적으로 산업현황 및 전망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2020년은 경쟁 보다는 상생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할 시기로 위기 뒤에 다가 올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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