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기어 다니는 걸 까먹은 아기 (타고난 피지컬)

스쿼트로 다진 허벅지, 스포츠 만능 소년의 시작

1. "저 아이, 허벅지 좀 봐!" - 근수저의 탄생

튼튼이는 태어날 때부터 성장 속도가 남달랐습니다. 보통 아이들이 누워만 있을 생후 80일에 뒤집기를 성공하더니, 4개월이 되자 벽을 짚고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돌잡이를 하기도 전인 8개월, 튼튼이는 이미 두 발로 걸어다니고 있었습니다.


특이한 점은 아기 발달의 필수 코스라고 불리는 '네 발 기기' 과정을 거의 생략했다는 것입니다. 대신 튼튼이가 선택한 것은 '스쿼트'였습니다. 벽을 잡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30분 넘게 반복하며 노는 모습을 보며 "대체 저런 애가 다 있나" 싶었습니다.


그 결과, 기저귀를 찬 아기의 엉덩이는 뽕긋 솟아올랐고 허벅지는 터질 듯 탄탄했습니다. 전문가인 제가 보기에도 경이로운 하체 근력이었습니다. 보통 기는 과정을 생략하면 허리 힘이 약할까 걱정하지만, 튼튼이는 스쿼트를 통해 이미 코어와 하체를 완벽하게 단련해 둔 상태였던 것입니다.


2. 초1, 수영장을 평정한 '마스터'


이 타고난 '피지컬'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수영을 배우며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보통 1학년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적응할 때, 튼튼이는 무서운 속도로 진도를 나갔습니다. 유아기 때 다져진 탄탄한 허벅지 안쪽 근육(내전근)이 물속에서 폭발적인 추진력을 만들어냈습니다.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2년 넘게 수영을 배운 형들을 제치고 평영을 마스터하더니, 곧이어 접영, 배영, 자유형까지 4가지 영법을 단숨에 마스터해 버렸습니다.


수영 강사님조차 "튼튼이는 물을 타는 감각과 힘이 타고났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중력에 저항해야 하는 땅 위에서는(유모차 등) 불안을 느꼈지만, 부력이 작용하는 물속에서는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통제하며 자유를 만끽했습니다.


3. 승마에서 파크까지: 몸으로 한계를 넘다


운동 신경은 승마로도 이어졌습니다. 3년 동안 말을 타면서 튼튼이는 단순히 달리는 기술만 배운 게 아니었습니다. 거대한 동물의 리듬에 내 몸을 맞추고, 허벅지로 말의 몸통을 조이며 중심을 잡는 고난도의 신체 조절 능력을 체득했습니다.


고학년이 되자 튼튼이의 에너지는 더 거칠고 역동적인 곳으로 향했습니다. 태권도를 배우면서 동시에 BMX 자전거스케이트보드에 빠져 살았습니다. 파크의 가파른 경사면을 질주하고 공중으로 솟구쳐 오르는 순간, 어릴 적의 중력 불안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튼튼이는 온몸으로 부딪히고 넘어지며, 두려움을 기술로 정복하는 희열을 맛보았습니다.


4. "축구 선수는 안 할래요" - 거절의 미학


튼튼이는 공을 다루는 센스도 탁월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쉬지 않고 축구 클럽과 방과 후 활동을 했습니다. 5~6학년 때는 학교 방과 후 축구 감독님이 "튼튼이는 선수로 키워야 한다"며 스카우트 제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튼튼이는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저는 축구는 좋아하지만, 직업으로 선수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그때는 그저 어린 마음에 힘든 게 싫어서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배구를, 2학년 때는 다시 축구 동아리를 하며 여전히 운동을 즐겼습니다. 돌이켜보면 튼튼이는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가진 재능(피지컬+전략+예술성)을 모두 담아내기에 축구는 무언가 2% 부족하다는 것을요. 그는 더 거칠고, 더 전략적이며, 더 뜨거운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튼튼이의 속마음] "기어 다니는 건 너무 느리잖아요!"

엄마, 솔직히 그때 기억은 안 나는데요. 지금 제 느낌으로 상상해 보면 이랬을 것 같아요.

"바닥을 기어 다니는 건 너무 답답해! 형아들처럼 서서 세상을 보고 싶어!"

다리에 힘을 딱 주고 일어섰을 때 세상이 넓어 보이는 그 느낌이 좋았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앉았다 일어났다 할 때마다 허벅지가 쫄깃해지는 그 느낌? 헬스장에서 스쿼트를 할 때 오는 그 자극을 저는 그때부터 즐겼던 게 아닐까요?

제 다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가만히 있는 걸 제일 싫어하니까요. 빨리 일어나서 뛰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을 거예요.


[주원의 거울 일기]

기저귀를 차고 벽을 잡은 채 30분씩 스쿼트를 하던 아기의 뒷모습을 보며 '너는 커서 뭐가 될까' 궁금했습니다. 수영장에서 물살을 가르고, 말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축구장에서 땀 흘리던 그 모든 시간. 그것은 단순히 노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훗날 럭비라는 거친 세계에 뛰어들기 위해, 아이는 스스로 강철 같은 갑옷을 입고 엔진을 튜닝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Chapter 11을 위해 참고한 전문 문헌]

1. Thelen, E. (1995). Motor Development: A New Synthesis.

아동의 운동 발달은 정해진 순서(기기->걷기)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신체 조건과 환경에 따라 다양한 경로(스쾃->걷기)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동적 시스템 이론'을 설명합니다. 튼튼이의 독특한 발달 과정을 뒷받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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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alina, R. M., et al. (2004). Growth, Maturation, and Physical Activity.

유아기의 대근육 발달과 근력 형성이 아동기 스포츠 수행 능력(수영, 축구 등)에 미치는 긍정적 전이 효과를 다룹니다.